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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Macedonia)

107. 이어지는 산길과 또다시 부러진 프론트 랙

  Bojan과 헤어진 후, City Hostel에 며칠 더 머물렀다. 계속 내리는 비와 눈으로 활동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마케도니아도 코소보와 마찬가지로 장작을 때 난방을 하는 집이 많았다. 머물던 호스텔도 마찬가지였는데, 담 한켠에는 김장 비닐로 덮힌 장작이 쌓여있었다.

<매우 따뜻한 장작난로>

  텐트 무게를 줄인다고 그라운드 시트를 챙기지 않았는데 그동안 이게 계속 아쉬웠다. 김장 비닐이면 바닥의 냉기도 조금 차단하고, 텐트 바닥 보호도 될 듯 하다. 호스텔 주인에게 김장비닐 판매처를 물어보니 충분한 양을 그냥 끊어주었다.

  뜻밖의 선물을 챙기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호수가 유명하다는 오흐리드.(Охрид)

<마케도니아 의회. 당연히 여기에도 동상이 서 있다>

  길 찾기는 쉬웠다. 표지판도 많고 국도를 타고 계속 가면 되는데 초반에는 마트카 계곡 방향이라서 길도 낯이 익다.

<신기하게 생긴 건물>

  마케도니아는 정교회 국가로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모스크가 많이 보인다.

  오스만 제국 시절 지어진 오래된 모스크는 대부분 돔형이지만, 길가에 보이는 모스크는 그냥 주택같다. 첨탑이 아니면 모스크라고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이다.

  대부분 무슬림들은 알바니아계라고 하던데, 모스크의 수를 보면, 상당히 많은 알바니아인이 마케도니아에 살고 있는것 같다.

<마케도니아식 모스크>

  사람들은 친절하고 잠시 걸음을 멈추면 환대해준다. 자전거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는것도 오랜만이다.

<자전거를 보고 모여든 청년들과 꼬마들>

  고속도로와 국도가 함께 있는 길. 하지만 반듯하고 경사가 거의 없는 고속도로에 비해 국도는 도로 상태도 안좋고, 꼬불꼬불하다. 무엇보다 근처 절벽에서 낙석이 꽤 떨어지는것 같다. 조심조심 빨리 지나쳐야지.

<좌측은 내가 달리는 국도, 우측은 고속도로>

  얼마나 지났을까? 작은 언덕 위로 올라가니 날씨가 바뀌었다. 매우 추워서 외투와 바지를 한겹 더 두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수십 미터 차이로 날씨가 바뀔 수도 있나?

<방한복장을 착용하러 잠시 휴식>

  신기해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공동묘지가 있는데, 모두 똑같이 생긴 비석에 같은 년도(1915)가 새겨져 있다. 전쟁 희생자? 사고? 무슨 일일지 모르지만 괜시리 숙연해진다.

<산 위의 공동묘지>

  이제 내리막길. 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내려가니 테토보(Тетово)시가 나타난다. 이곳은 마케도니아 제 2의 도시라고 한다.

<마케도니아 제 2의 도시 테토보>

  하지만 독특하게 장식된 모스크 외에는 큰 흥미거리가 없는 듯 하여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신기한 형태의 모스크>

  테토보 외곽에는 유독 공동묘지가 많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보다 급한건 휴식 장소 찾기.

  날은 저물었으나 대부분 평지이고, 길 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조금 더 가 보기로 했다. 비가 또 올지 모르니 뚜껑(지붕)있는 곳이 보이면 쉬어야지.

  그런데 도무지 쉴 곳이 없다. 공사중인 듯 한 건물이 많이 보이는데, 2층이 비어 있어도 대부분 1층은 사용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다. 왜 공사를 하다 말았을까? 또 테토보-고스티바르 구간은 계속해서 작은 마을이 이어지고 있어서 적당한 공터조차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달릴 수 밖에...

  흥미로운건 이 작은 마을마다 모스크가 있는데, 모상복합(?)형이다. 첨탑도 있고, 예배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모스크 1층에는 상점이 들어서 있다.

  하긴, 우리나라도 상가의 일부에 교회가 많으니 이해못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매우 낯선 모습이다.

<이건 상당히 특이한 모스크네>

  조금 더 조금 더 하다보니 어느새 고스티바르(Гостивар)라는 도시까지 와 버렸다. 시간도 늦어서 이제 지붕을 고집할 수도 없으니 한적한 공터를 찾아야겠다.

  대로를 지나쳐 외곽으로 들어가니 오, 괜찮아 보이는 큰 가건물이 보인다. 들어가 보니 아스콘이 쌓여있는데 딱히 막혀있지도 않고, 공간도 넓다. 하긴 이걸 훔쳐가려면 지게차나 크레인이 있어야 하니까.

<자재 창고 발견>

  파레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잠자리를 준비한다. 오늘도 이런 좋은 공간이 나오는구나.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잠이 들었다.(1월 30일 주행거리 73.57km, 누적거리 8,153km)

<아스콘 사이에서 편안한 휴식>

  편안히 자고 일어났다. 문이 있는 정식 건물도 아니지만, 자재들이 외풍을 막아주어 춥지도 않았다. 이제 오흐리드로 출발.

<고스티바르의 아침>

  고스티바르를 벗어나자 바로 산길이 이어진다.

  경사도 꽤나 가파르다. 영차영차 올라가는데 주위는 산 뿐이고 작은 마을조차 없다.

<계속 오르막길>

  주위 표지판은 스키 리조트가 있음을 알린다. 계속 산을 오르다 보니 출발한 얼마 되지 않은것 같은데 기운이 다 빠져버렸다. 이럴때는 칼로리 가득한 초콜렛이 딱이다. 단야가 준 커다란 초콜렛은 에너지를 재충전하기에 충분했다.

  잠시 쉬며 지도를 보니 다행히 정상이 멀지 않았다. 조금 더 힘내자.

<스키 파라다이스? 제법 높은가보다><꼬불 꼬불한 산길>

  그런데 슬슬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니, 비도 눈도아닌 진눈깨비다. 이 길에는 비를 피할곳도 없고 비가 세지기 전에 어떻게든 빨리 통과해야하는데…….

<산 중턱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한참을 오르니 멀리 주유소가 보인다. 저기서 비를 피해야겠다.

<주유소다. 비를 피하며 잠시 휴식>

  주유소 근처에 작은 까페가 하나 보인다. 몸도 녹일 겸 까페에 들어갔다. 확인결과 이곳이 정상이었다. 앞으로 한동안은 내리막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흐리드 가는 길에 산이 한 번 더 나타난다고 한다.

<첫번째 고개 정상. 오 내리막이다>

  신나게 내리막을 타고 내려간다. 하지만, 힘들게 올라온것에 비해 내리막은 15분도 안되어 끝났다.

<다시 마을이 나타나고>

  그리고 이어진 두번째 산. 이 길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앞바퀴에서 들리는 불쾌한 달그락 소리. 살펴보니 프론트 랙이 또 부러졌다. 지난번 세르비아에서 부러진 나사구멍 바로 아래다. 그것도 좌 우 모두 부러졌다. 에휴, 랙이 계속 속을 썩이는구나. 오흐리드에 도착하면 아예 튼튼한걸로 바꿔야겠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들판>

  그나마 다행인건 주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충격 안가게 조심조심 가야지 그러나 날이 저물고 있어서 빨리 산을 넘어야 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산길이네! 다시 한참을 산과 씨름한다. 두번째 고개를 넘자 서서히 마을이 보인다.

<와 이제 내리막이다>

  자, 오늘은 어디서 묵어야 하나?

  천천히 달리며 주위를 살피다가 주유소 옆의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식당 옆에는 나무 원두막이 줄지어 있었다. 날이 추워서 사용하지 않고 의자도 다 치워버렸다. 여기?

  식당에 들어가 숙영 여부를 물어보니 허락했다. 오, 나무바닥이라 춥지도 않겠네.

  한참 짐을 풀고 텐트를 치는데 갑자기 주유소 직원이 다가오더니 여기에 텐트치면 안된다고 한다. 분명히 허락 받았는데, 방금전에 허락한 주인에게 다시 물어보자 그새 말을 바꿨다. 쳇. 진작 말해줬으면 짐이라도 안 풀었지.

  다시 짐을 꾸리고 길을 나서는데 기분이 영 좋지 않다. 생각해 보니 남의 가게 앞에서 잔다는데 허락하는게 더 이상한거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영업에 방해되지도 않고, 그동안 텐트친다고 하면 다 허락해줬는데, 그래서인지 서운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생각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라이트 불이 안들어온다. 건전지를 갈아봐도 반응이 없다. 어쩔 수 없이 헤드랜턴에 의지해야 한다. 랙에 라이트까지 여기저기서 신경쓰이게 하는구나…….

  조심조심 천천히 길을 간다. 목표거리를 넘어 이미 오흐리드에 거의 도착한 상태이다. 이 시간에 숙소를 구하기도 힘들고, 도시 외곽에서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 근처가 바로 호수인듯 하지만 가로등이 없어서 적당한 곳을 찾기 어렵다.

  그러다 마침내 발견. 과수원으로 보이는 공터 발견. 다행히 겨울이라 빈 나뭇가지만 있는 곳이었다. 주위는 한적하고 누군가의 눈에 띌 곳도 아니다. 여기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 아침에 시내 숙소를 찾아야겠다.(주행거리 103.83km, 누적거리 8,257km)

<과수원 한켠에 숙영지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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