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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Montenegro)

119. 성벽도시 부드바와 코토르

  그동안 많은 도시에서 성벽과 요새를 보았지만 대부분 폐허나 유적지일 뿐 실제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 부드바(Budva)는 예외였다. 해안가에 설치된 성 내부의 Stari Grad(구 시가지)는 핵심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여전한 삶의 현장이었다.

<알 수 없는 장식을 해 놓은 부드바 성벽>

  아마 예전에는 항구를 방어하고, 주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으리라.

  Stari Grad는 미로를 방불케 하고 있었으며, 건물 사이로 아주 좁은 도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차량 진입은 불가능하지만 바닥이 대리석으로 울퉁불퉁하게 포장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는 좋지 않았다. 특히 전날 늦게 부드바에 도착하여 불마저 다 꺼져 있어서 호스텔을 찾는것도 쉽지 않았다.

<성 내부 좁은 도로>

  Montenegro Hostel Budva는 수많은 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은 시즌이 아니었는지 항상 방에 여유가 있었는데 간만에 가득 찬 도미토리에 들어왔다. 사실 부드바는 몬테네그로의 유명 관광지라고 한다.

  북적이는 분위기도 좋았지만,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다. 다시 볼 일 없는 사람들이지만, 공동 사용하는 격실을 전세낸 듯 늦게까지 떠들고 정리하지 않는 여행자들은 그 나라의 교육 수준까지 의심하게 한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부드바 올드 타운>

  복잡한 격실 내에 동양인이 보였다. 알고보니 한국인 이경호 형님. 외국계 회사에서 오래 일하다가 휴가를 이용해 여행하는 중이었다. 이 얼마만에 만난 한국인 여행자인가.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도 많이 하고, 부드바 시내를 함께 돌아보기로 했다. 환한 낮에 다시 보니 마을 구조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다. 또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아서 한두바퀴 돌아보니 금세 오래 살아온 동네처럼 익숙해졌다.

<첨탑을 가진 Sveti Ivana 성당>

  Sveti Ivana(성 요한) 성당의 종탑은 매 시간마다 시보를 울리는데 호스텔에서도 들린다. 성당은 멋지지만 종소리는 시끄럽고 경박스러워 마치 깡통을 두드리는 것 같다. 한국 범종같은 장엄한 여운따위는 전혀 없다. 종 만드는 기술은 다시 배워야 할 듯.

<호스텔에서 바라본 시계탑 Sveti Ivana 성당>

  부드바에서 특히 마음에 드는 곳은 Crkva Svete Trojice(성 삼위일체) 성당 앞의 작은 광장이다. 멋진 성당 옆에는 야자수가 자라고, 성벽 아래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곳이다.

<야자수 근처의 Crkva Svete Trojice 성당>

  이곳의 Stari Grad는 베네치아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1979년 지진을 겪었으나 복구했다고 한다. 이 나라는 오스만(Ottoman) 제국 침공 이전까지 대부분의 역사를 세르비아와 공유하고 있으나 오스만 제국의 직접적인 통치를 받지는 않았다. 대신 Vladika라고 불리는 일종의 정교회(Orthodox) 주교(Prince-Bishop)에 의해 자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몬테네그로 국기가 게양된 위풍당당한 성벽>

  하지만 아드리아 해에 접한 해안지역은 전성기 베네치아 공화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으리라. 이 Stari Grad가 그 증거이겠지?

<해변 절벽의 성벽>

  또한 Stari Grad가 온전히 보존된 것은 그만큼 전쟁이 적었다는 뜻인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Kalemegdan) 요새는 115회나 전투가 벌어졌다던데……. 하긴 전투가 많았으면 온전히 보존되지 않았을 것이다.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유일하게 전쟁없이 독립해서인지 몬테네그로 사람들은 구김없이 밝고 친절하다.

<수백년간 아드리아해를 주시해온 망루>

  두브로브니크(Dubrovnik)는 크로아티아(Croatia)의 유명한 관광지인데 부드바의 Stari Grad는 미니 두브로브니크로 불린다고 한다. 미니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곳의 성벽은 위압적이라기보다는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 하다.

<해안쪽 부드바 성벽>

  해안쪽 성벽을 나서니 멋진 해변이 펼쳐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테이블을 갖다 놓은것도 좋지만><정말 여유있어보이는 가족>

  성 외곽의 해변, 항구 안쪽까지 부드바의 구석구석을 경호형님과 둘러보았다.

<몬테네그로 부드바 항과 소형 보트>

  부드바는 멋진 곳이었지만 도시가 작아서 둘러보는데 채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금세 호스텔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이건 에펠탑? 이번에는 미니 파리가 되려고?>

  다음날에는 해안도로를 따라 10km가량 떨어진 스베티 스테판(Sveti Stefan)에 가보기로 했다. 이곳은 부드바에 진입하면서 멀리서 바라보았던 곳이다.

<부드바 근교 해변 주택가>

  이곳은 해안의 작은 섬을 제방으로 연결한 곳으로 15세기부터 이어졌다고 하며 1950년대에는 리조트로 재개발 되었다고 한다.

<마치 모형같은 스베티 스테판 전경><앵커가 먼저 반겨주는 스베티 스테판 입구><야자수가 즐비한 공원>

  그런데 직접 가본 스베티 스테판은 막상 들어갈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개방한 것 같은데 지금은 개인 사유지로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입장 가능한 해변만 간단히 둘러볼 수 밖에 없었다.

<스베티 스테반 주위 해변><표정에서 실망감이 묻어난다. 같이 거부당한 독일인들의 작품>

  실망감을 안고 다시 부드바로 돌아왔다. 부드바에서는 2박을 했고, 다음 목적지는 코토르(Kotor)로 정했다. 마침 경호형님도 코토르로 가신다고 한다. 비가 계속 내리기는 하지만 거리가 약 20km밖에 안되니 일단 출발하기로 했다. Wing도 고생길은 언제나 함께한다.

  도로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언덕이다. 뭐 이름부터 Monte(산)니까 산이 많겠지. 한바탕 고생할 각오하고 길을 나선다.

<부드바를 내려다보며. 4시 방향 붉은 지붕이 Stari Grad>

  막 부드바에 진입한 러시아 여행자들과 인사를 나누자 빗방울은 더 굵어진다.

<어디서나 자전거 여행자들끼리는 뭔가 동질감이>

  다행인건 길은 험하지 않았다. 사실 산길이지만 터널이 잘 뚫려 있어서 힘들지 않았던 것.

  특히 산길 중턱에 낸 반 터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채광도 잘 되고, 일반 터널만큼 시끄럽지도 않고, 산 중앙을 관통하는것 보다 건설비도 적게 들 테니 괜찮은 아이디어인것 같다.

<인상적인 반 터널. 경치또한 좋다>

  빗길을 지나 또 하나의 터널을 통과하니 이제 코토르다. 코토르 진입과 동시에 비가 그쳤다. '쳇, 이럴 줄 알았으면 부드바에서 조금 더 비를 피하다 출발할걸. 괜히 빗 속을 달려서 다 젖었잖아?'

<그래도 터널덕에 빗길에 산 하나 넘는 수고를 덜었다.>

  안개 가득한 항구와 노점상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자 코토르 성벽이 나타났다. 마침 성문 앞에서 경호형님을 다시 만났다. 형님도 막 도착하여 이제 여장을 풀고 나왔다는 것. 형님은 코토르는 부드바와 비교도 안되게 좋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 똑같은 성벽이고 비슷비슷 한것 같은데?'

<코토르의 시장 거리>

  코토르의 호스텔도 성벽 안으로 이어진다. 부드바도 그렇더니 이곳도 성이 잘 보존되어 있네?

  Montenegro Hostel Kotor는 체인점 형식으로 부드바에서 묵은 사람은 1박에 단 7유로다. 형님이 숙소에 내가 올거라고 말도 해 놓았기에 체크인도 일사천리였고, 비 맞지 않게 자전거 보관할 공간도 있었다.(4월 26일 주행거리 22.52km, 누적거리 8,763km)

  기분좋은 시작. 벌써부터 코토르가 기대되기 시작한다.

<코토르의 Stari Grad 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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