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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IH)

134. 동행. 모스타르를 향해

  비를 피해 들어간 공사장엔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피를 피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 친구 역시 오늘 사라예보(Sarajevo)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체코 출신 Pavel>

  그는 체코(Czech Republic) 사람이고 Pavel이라고 한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 은퇴 후 여행을 다니고 있다.

  안타깝게도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아서 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 어차피 지금 달리지도 못하는 거 일단 밥부터 먹자.

  나는 사라예보에서 삶아 온 계란을 꺼냈고, 그는 빵과 소시지를 꺼냈다. 음식을 나눠먹는건 친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우선은 식사 먼저>

   그의 자전거의 특이한건 자전거를 지탱하는 스탠드다. 직접 만들었다고 하며 텐트 폴대처럼 접히는 막대끝에 U형 판을 붙여 자전거 프레임에 직접 고정하는 방식이다.

<특별히 제작한 스탠드>

  일반 스탠드는 짐이 많을 경우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자전거를 세우면 핸들이 움직이면서 쓰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도 있다. 브레이크 레버를 잡아 주는 고무줄을 달아 놓은것. 매우 괜찮은 아이디어인데, 매번 폈다 접었다 하기는 귀찮을 것 같다.

<스탠드 하나로 자전거 지탱>

  향후 목적지는 다르지만 Mostar(모스타르)까지는 동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와, 이게 얼마만에 생긴 동행인가? 민규형님, 달마 이후 세 번째. 오래동안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듯 하다.

<우산없이 다니는 사람들. 어라 비가 그쳤네?>

  그러던 중 비가 그쳤다. 여기서 자는 것도 좋지만 일단 가는데 까지 가 보기로 했다. 간만에 누군가와 함께 달리는 길을 빨리 누리고 싶었다.

  자 출발.

<앞서 주행하는 Pavel 형님>

  역시 함께 달리는 길은 듬직하다. 내가 조금 더 빠른것 같아 뒤에서 느긋하게 따라가기로 했다. 조금은 느리지만 주위 경치를 즐기며 달릴 수 있다. 달마와 함께 달리던 방법이다. 뒤따르니 길 찾는 수고를 덜어서 더 편하다.

  게다가 함께 있으면 사진찍기도 편하다. 덕분에 주행 사진도 찍고, 멋진 배경으로 사진을 여러 장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간만에 주행 사진 한 장>

  Konjic에서부터는 계속 강을 따라 달리고 있다. 이 강은 Neretva라고 하는데 수량이 풍부하고, 막 비가 그쳤음에도 강물은 매우 깨끗해 보였다.

<맑은 Neretva강>

  함께 달리는 시간은 더없이 즐거웠으나 그리 길지 않았다. 슬슬 해가 지고 이제 잠잘 준비를 해야 한다. 음. 나는 적당한 데서 야영하고 싶은데?

<해질녘>

  다행히 Pavel도 동감이었고 바로 숙영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Jablanica라는 제법 큰 도시를 지나고, Đevor라는 작은 마을 외곽에서 잔디밭을 발견했다.

  공터같기도 하고, 주인이 있는것 같기도 한데. 독일어를 할 줄 아는 Pavel이 뭐라고 하더니 텐트를 친다. 오. 허락을 받았구나.

<공터의 텐트 두 동>

  숙영지 편성 후 잠시 차 한잔. 그는 차를 좋아해서 많이 갖고 다니며 매일 한 잔씩은 마신다고 한다. 나는 굳이 차 한잔 마시자고 가스를 세팅하기는 귀찮다. 그러자 그는 차를 끓여줬고, 나중에 마시라고 티백 몇 개를 줬다.(5월 24일 주행거리 83.53km, 누적거리 9,383km)

<숙영지 근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아침이다. Pavel은 벌써 일어나 짐을 꾸리고 있었다. 참 부지런하시네. 하긴 나보다 먼저 잠들었으니…….

  알고보니 그는 체코군에 20년 가까이 복무했으며 소령으로 전역했다고 한다. 몸에 익은 규칙적인 생활.

<현지의 연료 장작>

  전날 차를 끓일때 본 그의 가스는 종류가 다른것 같아서 스토브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는 등산용 가스 두 종류와 고체연료를 쓸 수 있는 화로를 함께 갖고 다닌다. 나는 한국형 막대식 가스, 네팔에서 구입한 등산용 버너, 발칸에서 많이 쓰던 고정식 가스를 갖고 있다. 가스를 죽 늘어놓고보니 괜찮네.

<좌측부터 화로, 등산용 가스(나사식, 유럽식), 고정식 가스, 막대 가스>

  다행히 날씨는 더 없이 좋다. 계속해서 Neretva강을 따라 달린다.

<강 따라 달리는 풍경>

  경치도 참 좋고 일행도 있으니 기분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멋진 곳을 만날 때 마다 잠시 멈추어 서로 사진도 찍어 주었다.

<강변에서 사진 한 컷>

  혼자 다니면서는 사진을 남기기가 쉽지 않다. Pavel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잠깐 서 보라고 하면 즉시 멈추어 흔쾌히 모델이 되어 주었다.

<이번에는 Pavel도 한 컷>

  달리는 길은 절벽과 계곡 사이를 계속 따라가는 길이다.

<절벽과 강 사이길><터널로 들어가는 Pavel>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동료. 맑은 날씨, 계속되는 평지와 내리막길에다가 새로 포장한 듯 도로 상태까지 좋아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달릴 수 있었다.

<긴 다리도 건너고>

  이전에 거친 스릅스카 공화국(Srpska Republic)도 그랬고, 지금 달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Federation of Bosnia and Hercegovina) 지역도 기가 막힌 경치를 선사한다.

<댐을 지나며 좁아진 Neretva강>

  BiH라는 나라는 정말 멋지고 특이한 곳이다. 날씨 때문인지 과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도 사라예보(Sarajevo)에서는 어딘가 우중충하고 우울했다. 반면 사라예보를 제외한 다른 작은 도시와 마을은 더 없이 아름답고 사람들은 친절하다.

<잠깐 쉬어갈까나?>

  점심 무렵이 되자 조금씩 집이 늘어가기 시작한다. 이제 큰 도시가 나오려나 보다.

<이곳까지 진출한 한국 자동차>

  예상대로 금새 모스타르 표지판이 나타났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모스타르는 과연 어떤 곳있까? 기념촬영 후 모스타르 구 시가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태극기를 꺼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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