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 다시 출발. Omkareshwar를 떠나며

  Omkareshwar. Madhya Pradesh주의 아주 작은 도시. 여기서 10일가량 머물러 있었다.가네쉬 게스트하우스에서 바라본 도시 모습

  매일 '오늘은 출발해야지' 하면서도 하루하루 연장한 이유는, 숙소가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자전거 상태가 불안했기 때문.

  꼭 출발하려고 최종 점검을 하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브레이크 감이 예전같지 않고, 기어 변속감이 이상한것 같고, 뒷바퀴에 무슨 소리가 나는것 같고. 한번 문제가 생기니 예전 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을 가벼운 증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간단한 문제를 방치하여 길에서 시간 낭비하느니, 여기서 확실하게 정비하고 가야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매일매일 다시 조정하다 보니, 어느새 자전거의 원리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기계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된다?' 너무 닦으니 뻑뻑해지고, 너무 조이니까 안굴러가고, 너무 풀어버리니 체인이 빠지고, 적당한 최적의 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찾다보니 주객이 바뀌어 버린 느낌이다. 내 목적은 자전거 정비법 마스터가 아니었잖아. 백제성에 갖혀버린 유비가 된 기분이랄까? 이제 어느정도는 갈 수 있겠지? 언제까지나 여기 이러고 있을수 만은 없으니 다시 출발해야겠다.

  물론 자전거 정비만으로 시간을 보낸것은 아니다. 투숙한 다른 여행자들과도 친해졌고(여기는 장기 투숙자가 많다) 4일간 밤낮으로 계속된 결혼식을 보기도 했다. 어느날 갑자기 꼬마들이 많아져서 이상하다 생각했더니, 결혼식이 열렸다. 일가 친척을 게스트하우스에 모아 놓고 각종 행사가 벌어진다. 물론 인도답게(?) 무지 시끄럽다.장구 비슷한 악기를 두드리며, 벌어진 춤판신랑도 덩실덩실

  앞으로의 주행 경로도 조금 수정했다. 또, 아무리 여기 숙박비가 100루피밖에 안하지만, 당분간은 숙박비 '물타기'를 위해 야영만 해야 할 듯.

  기계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Wing도 잘 방치(?)하여 휴식을 부여하고, 짐도 재 정리. 필요없는것은 버리고, 소모할 것은 다 소모하여 Wing에 걸리는 하중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한 3~4kg은 줄어든 듯 한데. 스패너 등 새로 추가된 녀석들이 있으니 또 모를 일이다. 텐트는 핸들 바 앞에 대롱대롱 매달아서 하중을 조금이나마 분산시키고자 하였는데, 역시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핸들바에 매달린 텐트

  어느 날은 무릎이 시큰시큰 하여 주의하고 있었는데, 어떤 녀석이 맛사지 전문가라면서 나타났다. 몸에는 수건같은거 한장 두르고, 막대기를 든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서 가격을 물어보니, 500루피 요구. 100루피에 합의보고 몸을 맡겼는데, 결과는??

  '내가 해도 이것보다는 잘하겠다' 전혀 시원하지 않았다. '굿 바디'를 외치면서 마사지가 필요없다는 이상한 변명을 하면서 100루피를 달라고 한다. 뭐 이런녀석이 다 있어? 더 신기한건 그러고 나서 의외로 몸이 가뿐해 진 것. '설마 저딴 마사지의 효과는 아니겠지? 아마 충분한 휴식이 이유일거야.'

  자전거를 안타는 동안 구보를 통해 조금이나마 체력 감각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나에게 흥미를 보인 사람들은 '자전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 뛸 때에도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관심을 표시한다.Omkareshwar에서의 구보

  이건 상당히 재미있다. Nike+라는 스마트폰 앱인데, 달린 거리와 속도를 찍어준다. 세계 곳곳에 구보 흔적을 남기리라. 그런데 무슨 1km에 5분 30초 씩이나. 1년 전만해도 10km에 50분을 넘기지 않았는데. '나'도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서 점점 변하나 보다.

  어쩌면, 이렇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 여행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후회 없이. 주어진 이번 기회에 충실해야겠다. 걱정은 덜어 내고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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