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도(India)

031. 켄강 상륙작전

  카주라호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이유는 일기예보. 이틀간 인도 중북부 전역에 비가 예정된 것이다. 일단 숙소에 머물면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비는 장맛비처럼 굵었고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인도에서 처음 만난 무료 Wi-Fi 서비스를 즐기면서 이틀을 보냈다.

  그리고 햇살이 다시 내리던 2월 17일. 다시 출발이다. 이번 목적지는 알라하바드를 거쳐 바라니시이다. 비로 인해 늦어진 사흘을 만회하기 위하여 구글지도에서 추천하는 최단거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길이 안좋다면 많이 돌아가는 큰길보다 지름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World's Toughtest Road가 파손된 도로였다면 이번길은 진짜 비포장도로였다. 전날 내린 비로 구간구간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구글맵이 추천해준 차로, SH(State Highway)-49는 차로가 아니었다. 오토바이도 주행이 불가한 돌계단길이 나오는가 하면 개울도 나오고, 다리 공사중인 구간도 있었다.그나마 쉽게 통과했던 개울다리 공사중인 구간. 유로폼이 낭창낭창하여 건너면서 아찔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진흙 늪을 만났다.처음에는 만만해 보였던 진흙 늪

  걷기만 해도 신발이 빠지지 않을 정도의 늪. 배낭을 메고 Wing을 끌고 가긴 했지만, 늪을 통과한 Wing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오토바이도 주행이 불가한 이 길을 건너가는 건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돌진하는 소달구지밖에 없었다. 결국은 바퀴를 다 빼고 진흙 제거 작업. 브레이크도 흙으로 가득 차 있다.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늪을 통과한 Wing. 브레이크암에 진흙이 쌓여서 바퀴가 안굴러갔다.

  비상식수까지 다 소모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진흙 제거를 마쳤다.

  그리고 나타난 산 너머 산. 아니 산 너머 강. 이곳에 결코 다리는 없었다. 뒤엔 진흙길, 앞엔 강. 망연자실. 다시 진흙길로 돌아가야하나?눈앞에 나타난 켄(Ken) 강. 이게 배수의 진인가?구글 지도에서 추천해준 길. 분명히 도로와 다리가…….

  현지인들을 보니, 강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건너는 것.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이 생각나는것은 왜일까? 살수를 그냥 건너는 스님들을 보고 따라 건넜던 수나라 군사들은 강둑이 터지면서 수장되었다지?강 건너는 현지인들

  드디어 급조된 H시. 켄강 상륙작전이 시작되었다. 두둥~

  ○ 선견작전 - 단신으로 강에 들어가 수심을 재어보니 강물은 허리까지 차고 물살이 제법 셌다. 가장 짧은 구간 중 얕은 곳을 발견

   예정파 상륙 - 짐을 분리하여 페니어백 2개 수송.

   대기파 상륙 - 자전거를 들기도, 끌기도 하며 도하 성공.

   보급품 상륙 - 배낭과 각종 자전거 부착물 상륙.

  물살에 진흙이 씻겨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정작 강을 건너자 모래가 달라붙어 브레이크를 막는 현상 발생. 다시, 강물을 떠서 씻어내고, 물기를 말려야 했다.

   '나는 왜 이런 나라에 와서 사서 고생을 하는건가.' 그 전에는 힘들때도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이었으나 처음으로 여행이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흙길에 포장도 안하고 강에 다리하나 없는 인도도 싫고, 이런 길을 길이라고 추천해준 구글도 싫었다. 육체적 피로보다 막막함에 물끄러미 해지는것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모래밭을 지나 한참을 더 가니 드디어 포장도로가 나온다. Ajaygath 마을 전방에서 공터에서 야영하기로 했다. 주행거리는 47.7km, 누적거리 1,887km이다.

  다음날 출발하려는데 자전거 상태가 엉망이다. 뒷바퀴를 굴리면 몇바퀴 돌다 멈추고 스포크와 바퀴나사(니플) 사이에 녹이 슬기 시작하는지 뻑뻑하다. 똑같이 진흙에 빠지고, 강을 건넜는데 순정품(앞바퀴)은 문제 없는데 인도에서 교체한 뒷바퀴의 철제 스포크가 문제다. 뒷바퀴 축에도 진흙이 들어간것 같다. 알라하바드에 가면 정비해야겠다.아침은 짜이한잔과 비스켓. 그리고 짜이가게 앞에서 만난 사람들.

  이날 드디어 길고 길었던 Madhya Pradesh주를 통과하여 인도에서 만나는 세번째 주, 우타르 프라데시(Uttar Pradesh)주에 진입했다. 이제 북인도다. 하지만 주 경계에서는 표지석 하나 없었다. 단지 더 상태가 안좋아진 도로들이 도로관리책임이 바뀐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줄 뿐이었다. 또, 주행거리 2,000km를 돌파했다.손으로 정성껏 빚어낸 소똥들

  한참을 달려 한 짜이가게에 들어섰는데 마침 주인이 영어를 잘 하는 것이다. 식사도 하고 의자 몇개를 빌려 이슬에 축축하게 젖은 텐트와 침낭도 말렸다. 짜이주인은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River를 한국에서는 강이라고 하듯이 인도말로도 강이다. 갠지스 강은 신성한 강이므로 그 자체로 강가라고 부르며 또한 갠지스의 여신의 이름 역시 강가라는 것. 게다가 신성한 강가(갠지스)의 물을 떠왔는데 두달이 지나도 썩지 않았다는 것'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갠지스강에 대한 호기심은 더 해졌다.

  이날은 한참을 달렸으나 마땅한 숙영지를 찾지 못한데다 전날 거리를 만회하려 야간 주행까지 시도했다. 산길이고 차량이 없어서 위험은 덜했으나 어둠 속에서의 주행은 효율이 별로 좋지 않다. 춥기도 하고 잠시 쉬려던 중 마침 잘 만한 곳을 발견하여 이대로 만족하기로 했다. 위치는 Mau라는 마을 8km 전방이고, 136.55km(총 2,023km)을 달렸다.시골마을에 보기드문 영어 잘하는 아저씨. 그는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다음글 ☞ 032. 따뜻한 대접을 받으며 바라나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