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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에미레이트(UAE)

055. 정어리 두마리에 얽힌 아부다비의 기억

  두바이에서 중동에 나름대로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부다비는 또 달랐다. 원래 더 더운 도시인지, 날짜가 지나면서 더 더워진건지 모르겠으나 덥고, 쉽게 지치고 힘도 없다.

나는 떡을 썰테니 너는 빌딩을 썰거라. 아. 떡국 먹고싶다.

  아부다비를 돌아다닌 결과, 주유소 마다 다 같은 마크가 보이는 것을 발견. 그러고 보니 입구에 리터당 얼마 가격표시도 없다. 혹시 국영 기업이 독점하는것은 아닐까? 주유원에게 물어보니 역시 아부다비에는 한 주유소만 있다는 것이다.

  5월 24일 휘발유 1ℓ에 Dh1.6(480원), 중동은 물보다 석유가 싸다고 들었는데 생수 1.5ℓ에 Dh1.5(450원)였으니까 틀렸지만, 정제 비용 등을 생각하면 정말 저렴하다. 등유나 경유는 더 싸겠지?

독점 주유소 ADNOC. ADNOC Oasis라는 작은 마트가 딸려있다.

  아부다비에서는 해변의 코니체(Corniche) 공원에서 잤다.

저 건너편이 코니체 해변

  그런데, 이제는 밤에도 덥다. 텐트 치는게 금지일 뿐만 아니라, 텐트는 더울것 같아서 벤치에서 자기로 했다. 불과 보름 전 두바이 해변에서는 판초우의를 덮고 잤는데, 이젠 판초우의도 덥고, 아무것도 없이 자려니 모기가 있다. 그러고 보니 두바이에서는 모기가 없었던 것 같다. 더위에 새벽 2~3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이틀밤을 보낸 편안한 잠자리

  역시 해변공원은 샤워장이 있어서 좋다. 모닝수영 후 샤워. 더 더워지기 전에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UAE의 아버지 셰이크 자예드, 어버이 수령님이라는 김일성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옛 성채라는 Qasr Al-Hosn에 먼저 가 봤는데 마침 공사중이었다. 그 옆에있는 Cultural Foundation까지 덩달아 막혀있었다.

Qasr Al-Hosn은 성채 모습만 확인할 수 있었다.

  아부다비의 뜨거운 낮을 피해 간 곳 중 하나는 에미레이트 팰리스(Emirates Palace) 호텔. 두바이가 7성급이라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을 짓자, 궁전으로 짓던 건물을 8성급을 주장하며 호텔로 바꿨다고 한다.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자존심 싸움에 나는 어부지리.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의 전경호텔 중앙 홀

  규모도 크고, 내부는 화려하지만 사실 나는 화려한 장식따위는 큰 관심이 없다. 그냥 시원한게 좋을 뿐. 화장실 조차 대리석에 뭔가 번쩍번쩍하지만, 온수, 냉수 따로 있는 세면대보다 우리집 수도꼭지가 훨씬 편하다.

화려하지만 쓰기 귀찮은 세면대

  또 신기한 것 발견. 금으로 된 기념품을 자판기에서 판매한다. 가장 비싼 건 10g에 Dh2,490. 75만원 짜리 기념품을 자판기에서 구입하다니. 가끔 자판기에 동전 먹는 경우도 있는데, 심심하면 75만원 꿀꺽?

  옆에는 환불규정(환불시 당일 런던 금시장 가격으로 매입)까지 씌여 있다.

  '재미로 한번 구입하고 며칠 후 금값 오르면 환불할까?' 생각도 잠시 했으나 금세 포기. 금 시세도 모르면서 무슨 묻지마 투기를?

금 자판기와 야자수가 있던 복도

  몇군데 둘러보고 보안요원들과 놀다 나왔다. 보안요원 중 한명은 케냐 출신인데 덩치에 비해 천진난만한 녀석이었다. 몸 관리를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 운동했다는 것. 추궁 끝에 단백질 보충제(프로틴)도 사용했다는 대답을 들어냈지만, 역시 흑인들 몸은 따를 수가 없다.

Bob의 옆에 있으니 이렇게 비교되는구나8성급 호텔의 Wing, 앞 짐받이에는 가방 아래는 쌀 1kg~

  이번에는 시장(Souk)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먼저 나타난 채소와 과일시장은 가락동 시장을 떠오르게 하는 큰 시장이었다. 파레트 단위로 물건이 들어오고, 한켠에는 대형 트럭들도 대기하고 있다. 도매로 살 만한 물건은 없으므로 구경만 하고 통과.

가락동 분위기가 나던 채소와 과일 시장

  다음에는 수산 시장. Fish Market는 사실 리어카 좌판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부두 한켠에 위치한 한 건물이었다. 포항 죽도시장같은 대형 어시장과는 비교도 안되는 작은 규모.

  뭘 사야겠다기보다 그냥 각종 생선을 둘러보는데 인심좋아 보이는 주인을 발견. 제일 작은 Sardine(정어리)이 보이길래 물어보니 1kg에 Dh5. 대략 10마리 정도라고 한다. 생선은 보관도 못하므로 2마리만 달라고 했더니 Friend를 외치더니 그냥 줬다. 오호. Thank you very much!

  손질은 구석의 다른 가게에서 해주는데, 순식간에 끝난 정어리 두마리 손질비용은 돈 받기도 미안한 눈치다. 주고싶은 만큼 달라길래 Dh1에 해결했다.

정어리 2마리에 우리는 Good Friend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할까?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과, 계란후라이, 삽겹살 굽기밖에 없는 상태로 출발했는데 갑자기 생선이 생겨버렸네? 게다가 비린내가 나므로 빨리 처리해야한다.

  음. 어머니가 해주시던 생선요리에는 무(radish)가 들어갔던것 같은데, 이전 채소시장에도 보지 못한것 같다. 눈에 띄는대로 양파, 감자, 마늘 각 1개씩 구입(Dh1)하고 근처 공터로 갔다.

  정어리를 어떻게라도 해야겠는데. 혹시 식중독으로 다시 고생하기 싫으니 이상한건 다 제거. 불안하면 무조건 제거한다. 참고로 지난 크리스마스에 엄청난 괴로움을 선사했던 감자는 이제, 무조건 큰걸 사서 파인애플 껍질 두께로 깎아낸다.

  피를 씻어내고, 뼈도 먹을때 귀찮을테니 확 잡아 뜯으니 남은건 회 한 두점 정도 분량. 허 이것 참. 도마도 없고, 연장에 가까운 두툼한 칼로는 할 수 있는게 이것 뿐이다. 그나마 두번째는 조금 요령이 생겼는지 버린 부분이 적다.

요리 중. 모르면 무조건 끓이는 거다!

  정어리 요리가 뭐가 있더라? 모르면 무조건 끓이는 거다! 무는 없지만, 감자, 양파와 함께 끓인다. 있는 건 다 넣고 보자. 아 참. 매운탕은 매웠었지. 고춧가루와 후추를 많이 넣고, 소금, 간장, 다시다, 작게 자른 마늘 두 쪽, 생강(마늘 한 쪽 정도)를 함께 넣었다.

  드디어 정체모를 국이 완성. 맛을 보니 음. 이건……. 정말 너무너무 맛있다. 평소보다 양이 꽤 많았지만,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생선을 보관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식사 한 번 더 할까, 아니면 정어리 때문에 아부다비에 더 머물까 어이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정어리 매운탕? 국? 이래 뵈도 최고.

  아부다비 시내의 마지막 행선지는 셰이크 자이드 모스크.(Sheikh Zayed Mosque).

  마침 휴일(금요일)이라 내부 투어는 운영하지 않아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멋진 건물이다.UAE에서 가장 큰 모스크라는데, 새하얀 대리석이 타지마할(Taj Mahal)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타지마할보다 더 멋진것 같고, 이로서 타지마할을 능가하는 건물을 못짓게 하겠다는 샤자한의 꿈은 허무하게 날아간 셈이다.

순백색의 셰이크 자이드 모스크

  순식간에 샤자한을 바보로 만들어 버렸지만, 역시 나에게 아부다비에서 최고의 기억은 정어리 두마리다.

  생선 요리도 가능하다는 자신감과, 정어리를 준 주인의 친절을 떠올리며 다음 도시 알 아인(Al Ain, 그래도 아부다비 에미레이트의 영역이기는 하다)을 향해 출발~

오랜만에 Wing과 함께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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