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만(Oman)

058. 신드밧드를 찾아 오만으로~

  5월 27일 저녁. 알 아인(Al Ain) 시내에서 3km가량 떨어진 Al Hili Check point에서 국경을 넘었다. Al Hili 국경 통과하는 사람이 많은 듯,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넘을 수 있고, 소지품 검사도 없었다. 심지어는 여권에 도장도 안찍는다. 출국 기록이 필요한 사람은 도장을 따로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난 UAE 30일 체류 만료가 다가오므로 여권 날인을 받으려고 하는데, 여권에 날인해준 녀석이 Dh35를 요구한다. 출국할때 돈을 낸다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어서 왜 내야 하냐고 버티니 그는 씩 웃으면서 그냥 가라고 여권을 돌려준다.

  대체 무슨일이지? 어제 경찰이 여권번호 조회한것과 관련있나? 아니면 그냥 일종의 알바였나? 아무튼 UAE의 마지막은 뭔가 개운치 않다.

  이제 다음 나라오만(Oman). 나라 이름이 Republic Of ~도, Kingdom Of ~ 도 아닌, Sultanate Of Oman이다. 이제는 역사책이나, 아니면 아라비안나이트에서나 나올 법한 술탄이 다스리는 나라다. 사실 입헌 군주국도 낯선데 여기는 일종의 전제군주국? 술탄이 말한마디가 곧 법인?

  내 여행에 술탄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을 동반한 두려움이 생기는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UAE는 지났는데 오만(Oman) 국경은 대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부라이미의 교차로

  마침 옆에 있던 경찰에게 물어보니 여기가 이미 오만이라는 것. 부라이미(Buraimi)라는 곳이다. 그렇겠지. 대체 입국허가를 어디서 받아야 하냐 물어보니 30km가량 가면 국경이 나온다는 것. 게다가 오늘은 늦었으니 근처에서 자도 된다면서 10리알(30,000원)짜리 숙소까지 추천해준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거야? 나는 지금 서류상으로 마지막 들어온 UAE에서 출국했고, 이후 기록이 없는 상태이다. 존재 자체가 밀입국이나 다름 없는 상태.

  그러고 보니 UAE에서 여권에 도장도 안찍고, 나가는 사람들(쪽지 하나를 받기는 한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사정 때문에 근처에서 일만 보고 비 공식적으로 출입하여 다시 UAE로 돌아가는건가? 아무튼 뭔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밀입국이 용이한 나라가 있다니.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지?

  경찰이 뭔가 잘못 말해준게 아닐까 싶어 지나가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영어는 UAE보다 더 안통하는 듯 하다.

  멍하니 서 있는데, 차 한대가 접근한다. 남자 세명이 타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내 자전거의 브랜드까지 맞추면서 뭘 도와줄까 묻는다. 국경을 넘었는데 어디로 갈 지 모르겠다고 하니, 경찰이 말 한대로 한참 더 가야 출입국 사무소가 있다고 하며 늦었으니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는 것.

  평소 같으면 남자 3명을 절대 따라가지 않겠지만, 인상도 선해 보이고, UAE에서 치안도 괜찮았던 기억에 따라 나섰다.

오만에서의 첫번째 숙소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약속이 있어 다시 나가야 한다면서 씻고 쉬라는 것. 나갈 일이 있으면 가져가라고 열쇠까지 맡기는 것이다. 대체 뭘 믿고 집에 열쇠까지 맡기냐고 물었더니 내 마인드가 좋아서 동료의식을 느낀다고 했다.

  간만에 제대로 씻고, 눈을 붙이려는 찰나 그가 돌아왔다. 그는 모로코 출신으로 야신(Yassine)이라고 하며, 실내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작업한 디자인 파일을 보여주는데 모로코 전통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을 구사하고 있다. 자전거를 좋아해서 동료들과 모로코를 자전거로 일주하기도 했고, 현재도 훌륭한 로드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부라이미에서 이틀을 묵으면서 그의 친구들 집에 가기도 하고, 친구가 일하는 목장에도 다녀왔다. 목장에서 UAE의 어느 셰이크(Sheikh)의 동물을 관리한다고 한다.

부라이미의 목장. 이 말의 주인은 셰이크

  앞으로 주행 경로도 함께 검토하면서 편안한 이틀이 지나고, 다시 이동해야 할 시간. 2박 3일간 돈 한푼 쓰지 않고 보냈다. 너무 미안해서 마지막 식사라도 사려고 했더니, "You are my guest" 한마디로 일축해버린다. 오히려 응원메세지를 적은 카드도 주고 자기 명함과 함께, 무슨일 있으면 연락하라고까지 한다.

  눈물겹도록 고마운 친구다. 특히 그 전날밤 얼마 자지 못하여 너무 피곤하던 중 편안히 쉰 것은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이라 더욱 고마운 일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야신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출발 전, 야신과 그의 자전거 앞에서 마지막 한 컷.

  국경은 부라이미에서도 40km가까이 떨어진 곳에 있었다. 뭔가 복잡하리라 생각했는데, 입국 절차는 순식간에 끝났다. 카드한장 적지 않고, 여권에 바로 도장을 찍어 준 것.

여권상 27일 UAE출국(중간 녹색 타원), 29일 오만 입국(좌측 상단 원형) 이틀은 어디로?

  넓게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신나게 야간 주행을 한다.

중간중간 이런 관문들이 나오는데 역할은 모르겠다.

  그런데, 오만은 UAE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사막은 온데간데 없고 산과 황무지만 펼쳐져 있는 것. 황무지를 달리는 기분도 괜찮았다.  

  한참 지나 야영할 만한 공간을 발견했다. Khashishat al Milh라는 마을 6km 전방의 공터다(주행거리 88.87km / 누적거리 4,019km)

UAE가 사막이라면 오만은 산과 광야다.

  자다 너무 더워서 눈을 떴다. 6시가 조금 지났는데 햇볕이 정면으로 내리쬐어 너무 덥다. 뒹굴뒹굴거리며 게으름을 피워 보지만 더워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산 아니면 광야

  잠자리를 정리하고 한시간 가량 달려 소하르(Sohar)에 도착했다. 이동 경로는 계속 완만한 오르막이다가 소하르를 앞두고 내리막으로 바뀌었다.

광야의 낙타 한마리

  서에서 동으로 대략 아부다비→두바이→알 아인→부라이미→소하르 순인데, 아부다비와 두바이 주변은 사막, 알 아인부터는 Jabel Hafeet이라는 산이 등장하더니 소하르 가는 길은 산맥을 넘은 것이다. 아라비아 반도는 딱 한반도처럼 동고서저형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고도가 높은 동쪽으로 갈수록 건물들이 낮아지는 것. 균형을 맞추려고 그런걸까?

잘 가꾸어 놓은 로터리의 모습

  소하르는 예전부터 발달했던 도시로, 신드밧드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명성과는 달리 신드밧드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그만 동상이라도 하나 세워놓지.'

  신드밧드의 모험에 이끌려 소하르로 온 나로서는 영 아쉬울 뿐이다.

어두운 모래가 인상적이지만 왠지 쓸쓸한 소하르 해변

  게다가 예전에는 항구도시로 번영했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소하르 해변은 쓸쓸한 느낌만이 감돌았다. 단지 평일 낮 시간이라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딘지 모를 우수가 느껴지는 곳.

  유독 검은 빛이 감도는 해변의 모래 때문일까? 아니면 가족을 뒤로하고 험한 바다로 향하던 선원들의 정서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제는 쇠퇴해버린 해안 마을의 분위기인가? 괜히 나까지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빨리 해변을 벗어나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정확한건 확인해 봐야겠지만 어쩌면 오마니(Omani)는 UAE의 에미라티(Emirati)와 달리 유목민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신드밧드가 항해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가족들은 낙타타고 사막 어딘가로 사라졌다면 엄마찾아 3만리가 되잖아?

해안도로를 따라서

  아부다비 지나면서부터 왼쪽 페달이 뻑뻑하고, 뚝뚝 거리는 소리가 나서 거슬렸는데 이게 더 심해졌다. WD-40이라도 좀 뿌릴까 생각하는데, 누군가가 차에서 또 부른다. 돌아보니, 자기가 자전거 가게를 한다는 것. 아니 어쩌면 이런 타이밍에?

  따라가 보니 작은 자전거 가게다. 도착하기가 무섭게 음료수부터 권한다.

마치 주인처럼 폼을 잡은 하늘색 아저씨는 지나가던 행인일 뿐.

  알고보니 페달 소리를 듣고 부른건 아니고, 자전거 여행하는 모습이 좋아보여서, 또 혹시 문제는 없나 해서 부른것이다. 페달 교체비용은 1.500리알. 약 4,5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내친김에 늘 불안하던 뒷 스포크도 다 교체하려고 했으나 맞는 부품이 없었다.

전문가의 손을 빌려 바퀴도 새로 정렬

  참, 오만은 리알(Rial)이라는 화폐단위를 사용하는데 RO1≒\3,000이다. 그런데 여기서 특이한건 바이사(Baisa)라는 보조 화폐. 1리알이 1000바이사다.

  한국의 '전'을 포함하여, '센트' 등 보조 화폐는 다 소수점 두자리까지로만 알았는데 새로운 체계다. 그런데 영 헷갈린다.

위에서부터 20, 10, 1 리알, 100바이사, 우측은 1/2리알과 100바이사의 비교

  그리고, 100바이사부터는 지폐를 사용하는데, 500바이사는 없고, 1/2리알 지폐가 있다. 오백원이지 반천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에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해질녘의 소하르 성새하얀 소하르의 올드 타운

  신발을 갈아신은 Wing과 함께 소하르 Fort와 마을을 둘러보고 야간 주행을 시작했다.

작지만 화려한 모스크와 시가지 번화가의 모습

  알 아인과 부라이미 등 내륙지방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지도상에도 해안가를 따라서만 도시가 발달되어 있다. 그런데, 해안쪽은 매우 습하다. 이건, 북쪽(두바이, 아부다비) 해안에서는 없던 현상이었다. 방수커버위로 이슬이 맺혀 흐를 정도.

  이건 용광로가 아니라 찜통이다. 더운데다 습하니 불쾌지수도 높고 온 몸에 땀이 흘러서 정말 괴롭다. 대체 누가 중동은 더운대신 건조해서 쾌적하다고 했는가!

도로 중간 뭔가 신기한 분위기의 관문

  한참을 달려 하루를 정리할 곳을 찾는다. Al Khabara라는 작은 마을 근처에서 좋은곳을 발견. 담장 안에 나무그늘이 우거진 곳이었는데, 문이 열려있었기에 망설이지 않고 입장.

  텐트 알 아랍을 펼치고, 페트병을 이용하여 샤워 후 단잠에 빠져들었다.(주행거리 113.28km, 누적거리 4,132km)

  다음글 ☞ 059. 계속 이어지는 따뜻한 만남

'오만(Om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061. 오만을 떠나다  (2) 2013.07.24
060. Natural 무스카트  (8) 2013.07.19
059. 계속 이어지는 따뜻한 만남  (12) 2013.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