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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Oman)

061. 오만을 떠나다

  한참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소하르(Sohar)에 도착. 치트키를 사용하여 공간이동을 한 기분이다. 어느덧 해질녘이다. 일단 갈 수 있는 곳 까지 가보기로 했다. 

  다시 돌아온 소하르는 역시 습한 도시다. 게다가 해가 저물어 가지만 더운것은 여전하다. 비오듯 흐르는 땀과 땀띠로 고생하며 한바퀴, 한바퀴씩 전진해 나간다.

<소하르의 회전 교차로>

  그런데 도무지 마땅한 숙영지가 나오지 않는다.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사람들은 잠들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뜨거운 대낮의 태양을 피해 밤에 모이는 것 같다. 마을 주변 커피 숍에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파키스탄 복장의 노동자들이다.

  사람들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으므로 계속해서 전진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차에서 잘 자서인지 아직은 버틸 만 하다. 그리고, 마침내 훌륭한 숙영지를 발견했다. 이번 숙소는 다리 아래이다. 물은 흐르지 않고, 공터가 꽤 넓어서 지나가는 차량도, 마을 주민들도 발견하기 힘들 것 같다.(주행거리 78.16km, 누적거리 4,508km)

<다리밑에서 잔 날, Wing은 빨래건조대로 변해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텐트 안의 열기로 인해 다시 눈을 떴다. 

  드디어 6월 4일. 이제 오만을 떠나는 날이다. 40km가량 떨어진 북쪽 국경을 향해 열심히 달린다. 덥고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비상식수는 항상 가득 준비해야 한다. 자전거에 부착하는 물병에 2ℓ, 페니어백 좌 우에 각 1.5ℓ 최소 4.5ℓ는 있어야 안심이 된다. 물론 마트 냉장고 가장 깊숙한 곳에서 꺼낸 냉수도 순식간에 데워져서 물을 마시면 늘 차를 마시는 기분이 든다.

  재미있는건, UAE에서도, 오만에서도 길거리에 정수기를 설치해놓은 곳이 종종 눈에 띈다. 늘 차가운 물이 나오길래 뒤를 살펴보니 전기냉각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를 위하여 집 앞에 전기까지 끌어 이런 시설을 설치한건 대체 무슨 이유일까? 아무튼 이런 노천 정수기(?)를 만날때마다 찬물로 세수도 하고 물도 보충할 수 있어서 좋았다.

<광야의 인공 오아시스 - 노천 정수기 앞에서 잠시 휴식>

  그리고, 드디어 나타난 Khatam Malahah 국경. 국경 근처로 오자 바다 방향에는 황무지가 펼쳐져 있었다.

<탁 트인 황무지>

  물론 내륙은 역시 산이다. 또한, 부라이미(Buraimi)의 허술한 국경과는 다르게 철책도 설치되어 있고, 뭔가 국경다운 느낌이 든다. UAE로 가기 위해 출국 도장을 찍음으로서, 짧은 오만 여행을 마무리했다.

<오만 국경의 모습><국경 옆은 철책지대>

  오만은 아라비아반도에서 드문 산악국가였다. 나무 한 그루 보기힘든 모래색 돌산이라 그런지 그리 높아보이지 않았지만, 알고보니 해발 3,000m까지 올라가는 산이다. 백두산보다 더 높다. 물론 얼마 전 안나푸르나의 숨막히는 광경을 본 나로서는 해발고도와는 관계없이 도무지 산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산이기는 했다.

<보이는건 산. 산. 산>

  정치체제는 술탄이 다스리는 전제군주국가이고, 관공서 여기저기서 쉽게 술탄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술탄 카부스는 이슬람 전제군주이지만, 대화를 중시하는 정치가로 외교, 교육, 환경 등에 업적이 많고 타 종교도 하용하고 있으며 특히 중동지역 평화와 인권에 이바지하여 노벨 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재미있는건 대부분 사진속의 술탄은 아랍식 복식이 아닌, 군대 정복같아보이는 남색 옷을 입고 있었다.

<술탄의 문장을 조형화한 탑>

  오만은 산유국이기는 하지만, GDP는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부의 한쪽에만 몰려있는듯 하다. 영어는 UAE보다 잘 통하지 않았고, 거리에는 인도에 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많았다.(전체인구의 30% 정도).

  특이한건 사막과 황무지, 산과 성벽이 대부분인 나라이지만, 도로 주위에는 나무들이 가지런하게 심어져 있어서 UAE만큼 삭막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술탄이 조경에 취미가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술탄 카부스 그랜드 모스크의 잘 가꾸어진 정원><진정 술탄의 취미는 조경이었을까?>

  짧았던 오만 여행. 쉴만한 저렴한 숙소도 별로 없었고, 관광에 대한 인프라 자체가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친절하고, 길가는 나그네를 위해 집 밖에 정수기를 설치할 정도의 배려심까지 갖추고 있었다. 치안상태도 좋고, 숙박비 외의 생활비는 의외로 저렴했다. 물 1.5ℓ 450~600원, 음료 한 캔 450원, 패스트푸드 4,500~6,000원, 길거리 커피숍의 햄버거는 1,800원 선이니 한국과 비슷하거나 조금 저렴한 수준이 아닌가?

<무스카트의 한 공원>

  짧지만 인상적이었던 오만 여행은 특히 야신을 통해 알게 된 모로코와 오만 친구들과의 만남, 길에서 스친 친절한 오마니들, 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더욱 풍성해졌다.

<이름모를 성벽은 수도 없이 많았고, 어디에나 국기가 휘날렸다>

  사실 오만에서는 동북부 해안을 따라 발만 살짝 담궈본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오만에서 손꼽히는 휴양지 샬랄라(Salala) 등 가 보고 싶은곳도 더 많았지만,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통과할 수 없는 입장에서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와야 하는 점과, 너무나 더운 날씨 등으로 적당히 마무리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만 자전거여행 경로>

  하지만 오만 역시 아쉬움과 함께 좋은 기억으로 남을 나라이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다시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만 이제 안녕.

<오만-UAE 국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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