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roatia

153. 다시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을테다 자그레브에서 머문 한달 반은 정말 즐거웠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물론 친구들은 더 있으라고 하지만 무비자 체류 가능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동안 함께 했던 우쿨렐레 선생님 토퍼도 얼마전에 티슈, 비누, 치약 등 생활용품을 한가득 남겨주고 떠났고, 뱅상, 까미유 등 프랑스 친구들도 오전에 떠났다. 이제 아쉽지만 나도 가야 한다. 장거리를 달리려면 아침일찍 출발해야 하지만 인사는 해야겠지? 기다리는 동안 유독 한글에 관심을 보이던 디노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기로 했다. 한글 교육은 단 세가지. 1. 훈민정음-알파벳 변환표를 그려주고, 2. 자음+모음(+자음)이 한 ‘글자’를 만들며 한 글자는 한 어절이라고 알려줬다. 3. 자음 ‘ㅇ’와 모음 ‘ㅡ’는 소리가 없지만 ‘글자’를 만들기 위해 쓴.. 더보기
152. 자그레브의 양치기 소년 예상외로 자그레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출발하려 하면 한국 대표팀 축구경기가 있거나 다른 친구들이 발목을 잡는다. 정확히 말하면 다 핑계다. 체류기간이 긴 만큼 LYC의 주인 마르코는 물론 그의 아들 디노와 딸 안나마리아와도 친해졌다. 아이스하키와 컬링이 취미인 디노는 매우 유쾌한 친구였고 디노를 통해 동네 친구들도 알게되었다. 하교 후 아버지 일을 돕고 있는 안나마리아는 매우 예쁜데다 첫인상이 새침해 보여 말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알고보니 소탈하기 그지없었다. 함께 방학기간에 일하고 있는 안나마리아의 친구 루치아는 성격이 매우 밝아서 더욱 쉽게 친해졌다. 루치아 하면 떠오르는건 매운음식이다. 파스타로 ‘수제비’ 끓이는걸 흥미롭게 바라보길래 조금 줬더니 괴로워한다. 정말 ‘안매운’ 파프리카 가루를.. 더보기
151. 자그레브 알아가기 군수 청소년회관(Logistic Youth Center)에 머무르면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LYC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저렴한 숙박비와 편한 시설로 인해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또 한번 들어오면 블랙홀 마냥 계획 이상으로 머물고 가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던 중 심규범 군에게 연락이 왔다. 이 친구는 해병대를 전역하고 해외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다가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당시 나는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고 자주 로그인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내가 군수 청소년회관으로 옮긴 현충일에 다시 연락을 준 것이다. 크로아티아(Croatia)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무심하게도 거의 반년동안 답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락을 주다니. 진작 알.. 더보기
150. 행운의 메달과 톰슨, 그리고 우스타샤 크로아티아(Croatia) 친구들이 도무지 알려주지 않는 ‘행운의 메달’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했다.(관련글) 우선 반 옐라치치(Ban Jelačić) 광장 앞의 관광안내소가 떠올랐다. 메달을 목에 걸고 광장으로 향했다. 벤치에서 잠시 쉬는 데 갑자기 어여쁜 아가씨가 웃으며 다가오더니 메달에 대해 묻는다. 선물받은 ‘행운의 메달’인데 사람들이 이 메달에 관심이 많다고 대답하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끝내 메달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아, 대체 이 메달은 뭘까? 궁금증이 더해간다. 관광안내소에 가자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메달에 대해 물어보니 그저 베네딕토 성인이 새겨졌다고만 한다. 아니, 단순한 가톨릭(Catholic) 성인인데 왜 크로아티아 친구들이 이렇게 좋아하는걸까? 재차 물어.. 더보기
149. 월드컵의 열정과 행운의 메달 잠시 쉬어가려던 자그레브(Zagreb)의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이제 슬슬 자그레브를 떠나야겠다 싶은데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에서 크로아티아(Croatia)와 브라질이 맞붙는다는 것이다.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친구들은 며칠전부터 흥분상태였다. 월드컵을 모두 챙겨보지는 못해도 크로아티아에서 크로아티아 팀의 경기를 보는것도 재미있을 듯 싶어 일정을 연기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BiH)에서 나를 재워준 이반과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반 역시 축구경기를 매우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는 BiH 대표팀 대신 크로아티아를 응원한다고 한다.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모두 16강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6월 12일. .. 더보기
148. 자그레브와 넥타이의 유래 자그레브(Zagreb)의 값싼 ‘군수 청소년회관(Logistic Youth Centre)’에서 몸 회복도 할겸 며칠 쉬어갈 계획이었다. 물론 쉬는것도 좋지만 자그레브 시내를 구경하는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마침 숙소에 또다른 한국인 여행자가 들어왔다. 바로 배낭여행중인 김경남 군. 오랜만에 말벗이 생기니 참 좋다. 나는 자전거로 경남군은 대중교통을 타고 자그레브 중앙 역으로 향했다. 역 앞에는 잔디가 깔린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광장 전면에 있는 말 위에서 칼을 치켜든 동상의 주인공은 중세 크로아티아 왕국(Kingdom of Croatia)을 설립한 토미슬라브(Tomislav) 왕이다. 이 땅에는 고대에는 현재 알바니아(Albania) 영토를 포함하는 일리리아(Illyria) 왕국이 있었으며.. 더보기
147. 자그레브 공원과 군수 청소년회관 소나기는 세시간 가량 지속됐다. 뜻하지 않은 비 때문에 일정이 많이 지체되었다. 조금 속도를 내어야겠다. 우중충하던 하늘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었다파란 하늘 아래 달리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주위는 푸르른 들판이다. 이따금씩 벌써 추수가 끝난 곳도 보인다. 잠깐, 6월인데 벌써 추수가 끝났다고? 물 고인 논이 아니므로 벼는 아닐 것이다. 혹시 보리? 아하, 보릿고개가 늦봄이었지! 이제 초여름이니 보리 수확기겠구나. 흠. 그런데 유럽에서 보리를 먹었나? 그러고 보니 보리요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보리라는 영단어도 떠오르지 않는걸로 보아 보리를 접할 일이 없었던게 맞다. 먹지 않는 보리를 심었다면 아마 사료용으로 재배하나보다. 아, 맥주가 있었구나! 여기 맥주밭이었어. 혹시나 보리가 아니면 밀일 것.. 더보기
146. 폭포 위 작은 마을 슬루니와 10,000km 주파 잊지못할 플리트비체(Plitvička) 마라톤도 끝났고 호수 구경도 모두 마쳤다. 이제 이 물가비싼 플리트비체를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아직 무릎상태가 완전하지 않고, 캠핑장 체크아웃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최대한 출발을 늦추었다. 꾸물거리다 보니 반나절이 지나서야 비로소 플리트비체에 작별을 고할 수 있었다. 그럼 설렁설렁 출발해 볼까? 마라톤을 하면서 달렸던 길을 Wing과 함께 다시 달린다. 뛰고 쉰 외에는 한 것도 없지만 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오랜 전 일인것같다. 어쩌면 이 길과 이 순간도 언젠가 기억속에 묻혀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아쉬워 할 새도 없이 해가 넘어간다. 이 길에는 마을도 드물다. Slunjčica 마을 진입 전 도로 곁에서 쉬기로 했다. 풀이 무성해서 진입이 쉽지 않았지.. 더보기
145. 플리트비체 호수와 신선(神仙)의 선물 마라톤의 후유증이 제법 심하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다. 결국 플리트비체(Plitvička) 호수 방문은 하루 더 연기하기로 했다. 그놈의 호수한번 가기 힘들다. 아주 별로기만 해봐라. 절대 가지 말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퍼뜨릴테다. 반나절을 누워있다가 이대로 있을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걷기는 힘들어도 페달을 살살 밟는정도는 가능하다. 약국에 가기 위해 지나왔던 가장 가까운 마을 Korenica로 갔다. 뭐 가깝다고 해도 15km다. 약국에서는 또다른 난관을 겪었다. 예상대로 ‘파스’는 전혀 못알아듣는다. 우리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아픈 느낌을 대체 어찌 영어로 표현하나? 우여곡절 끝에 젤형 약 하나를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부프로펜’이라고 한다. 참고로 약 성.. 더보기
144. 플리트비체 마라톤 - 크로아티아 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다니 애당초 플리트비체(Plitvička)는 예정에 없었다. 꼭 가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지만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6월 성인기준 110쿠나 약 23,000원) 입장료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저렴한 숙소도 없다. 폭포는 Kravice에서 보았으니 그걸로 만족할 셈이었다. 사라예보(Sarajevo)에서 비로 발이 묶여있던 중, 플리트비체 마라톤을 알게 되었다. 올해로 29회째인 유서깊은 대회다. 하프코스 참가비는 120쿠나(약 25,000원). 플리트비체 호수공원 입장권은 물론이고 기념 메달 및 티셔츠, 경기 전날 파스타 파티와 경기 후 중식까지 제공한다. 이정도면 거저나 다름없다. 경기가 6월 1일이니 일정을 잘 잡으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참가신청을 하려 했으나, 이미 접수기간은 열흘이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