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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thodox

164.슬라브 형제의 도시, 브라티슬라바로 다음날도 대평원의 편안한 주행이 이어졌다. 주유소에서 잠시 휴식도 취하며 기분좋게 달린다. 목적지 브라티슬라바(Bratislava)는 불과 50km 남았다. 쉬엄쉬엄 가도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겠다. 사실 지도만 놓고 보면 목적지 브라티슬라바는 수도로서 부적절해 보인다. 슬로바키아(Slovakia)의 서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수도에서 동쪽 끝까지는 400km이 넘는 반면 중심부에서 오스트리아(Austria)까지의 거리는 채 5km도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헝가리(Hungary) 국경과의 직선거리는 15km에 불과하며 북쪽으로 60km만 가면 과거 한 나라였던 체코(Czech)에 이르른다. 사실 대한민국(남한)의 서울도 북서쪽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다. 그동안 거쳐온 어떤 나.. 더보기
150. 행운의 메달과 톰슨, 그리고 우스타샤 크로아티아(Croatia) 친구들이 도무지 알려주지 않는 ‘행운의 메달’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했다.(관련글) 우선 반 옐라치치(Ban Jelačić) 광장 앞의 관광안내소가 떠올랐다. 메달을 목에 걸고 광장으로 향했다. 벤치에서 잠시 쉬는 데 갑자기 어여쁜 아가씨가 웃으며 다가오더니 메달에 대해 묻는다. 선물받은 ‘행운의 메달’인데 사람들이 이 메달에 관심이 많다고 대답하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끝내 메달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아, 대체 이 메달은 뭘까? 궁금증이 더해간다. 관광안내소에 가자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메달에 대해 물어보니 그저 베네딕토 성인이 새겨졌다고만 한다. 아니, 단순한 가톨릭(Catholic) 성인인데 왜 크로아티아 친구들이 이렇게 좋아하는걸까? 재차 물어.. 더보기
148. 자그레브와 넥타이의 유래 자그레브(Zagreb)의 값싼 ‘군수 청소년회관(Logistic Youth Centre)’에서 몸 회복도 할겸 며칠 쉬어갈 계획이었다. 물론 쉬는것도 좋지만 자그레브 시내를 구경하는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마침 숙소에 또다른 한국인 여행자가 들어왔다. 바로 배낭여행중인 김경남 군. 오랜만에 말벗이 생기니 참 좋다. 나는 자전거로 경남군은 대중교통을 타고 자그레브 중앙 역으로 향했다. 역 앞에는 잔디가 깔린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광장 전면에 있는 말 위에서 칼을 치켜든 동상의 주인공은 중세 크로아티아 왕국(Kingdom of Croatia)을 설립한 토미슬라브(Tomislav) 왕이다. 이 땅에는 고대에는 현재 알바니아(Albania) 영토를 포함하는 일리리아(Illyria) 왕국이 있었으며.. 더보기
137. 성모님의 도시 메주고리예 슈퍼마켓은 2km가량 가야 있는데 이미 문을 닫았을 거라고 한다. 오늘 밤에는 물로 배를 채워야겠구나. 에휴. 그래도 씻고 잘 수 있는게 어디냐. 그런데 돌아와 보니 내 자리에는 먹음직스러운 빵과 닭고기, 양고기가 놓여 있었다. 식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배불러서 더 이상 먹지 못할 정도인데도 접시는 계속 채워진다. 이제 그만 달라고 사정해야 할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Ivan Bevanda에 따르면 이곳은 Sretnice라는 마을로, 주민 모두가 크로아티아인이라고 한다. 크로아티아라고? 하긴 국경과 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의 말은 얼마 전에 머물렀던 크로아티아 공화국(Republika Hrvatska)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더보기
129. 이상한 도시 사라예보 사라예보(Sarajevo)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BiH)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Federation of Bosnia i Hercegovina)의 수도이다. 내가 사라예보에 대해 아는건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사건과, 이에리사 선수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곳이라는것 뿐이다. 사실 이전에는 사라예보가 BiH라는 나라의 수도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사라예보에 도착하니 어딘가 이상하다. 그동안 경험한 여러 나라의 수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 찬찬히 분석해 보았다. 사라예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선 지형 때문이다. Miljacka 강변에 형성된 사라예보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 수도라기에는 매우 좁.. 더보기
126. 고즈넉한 트레비녜와 혼란스런 스릅스카 공화국 언덕 위에 위치한 Ivanica 국경을 통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진입했다. 국경은 매우 초라했다. 국경만은 그럴듯 했던 알바니아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만난 국경 중 가장 허술해 보인다. 검문소 직원은 심심했던지,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통행도 거의 없다.  국경을 넘어 가게에서 빵 하나로 식사. BiH가 물가가 더 저렴하다기에 기다려 온 참이다. 역시 예상대로 크로아티아보다 싼 물가가 마음에 든다. 사람들도 먼저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게 크로아티아보다 더 친절해 보인다.  휴식을 취했으니 다시 출발. 길은 산길인데 왼쪽은 회색빛 바위산이고, 우측 절벽 아래로는 크로아티아가 내려다 보인다.  게다가 도로 상태도 좋지 않고, 가드레일은 녹이.. 더보기
120. 깨끗하고 아름다운 코토르 코토르(Kotor)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코토르 항이었다. 비가 막 그친 코토르항. 건너편 산에는 구름이 양털처럼 피어오르며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경호형님과 함께 코토르 시내 탐사를 나섰다. 코토르 역시 부드바(Budv)처럼 성벽 안에 Stari Grad(구 시가지)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부드바와 비슷하지만 골목길이나 중간중간 나타나는 광장은 훨씬 넓다. Stari Grad는 그다지 넓지 않지만 교회가 참 많다. 코소보부터 시작되어 몬테네그로까지 계속 나타나던 모스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정교회(Orthodox)는 물론이고 가톨릭(Catholic) 성당도 흔하다.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완충지대로 동서 교회의 영향을 함께 받은.. 더보기
119. 성벽도시 부드바와 코토르 그동안 많은 도시에서 성벽과 요새를 보았지만 대부분 폐허나 유적지일 뿐 실제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 부드바(Budva)는 예외였다. 해안가에 설치된 성 내부의 Stari Grad(구 시가지)는 핵심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여전한 삶의 현장이었다. 아마 예전에는 항구를 방어하고, 주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으리라. Stari Grad는 미로를 방불케 하고 있었으며, 건물 사이로 아주 좁은 도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차량 진입은 불가능하지만 바닥이 대리석으로 울퉁불퉁하게 포장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는 좋지 않았다. 특히 전날 늦게 부드바에 도착하여 불마저 다 꺼져 있어서 호스텔을 찾는것도 쉽지 않았다. Montenegro Hostel Budva는 수많은 여행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동안은 시즌이 .. 더보기
112. 티라나 둘러보기 알바니아 수도인 티라나(Tirana) 구경길에 나섰다. 시내는 머물고 있는 호스텔에서 5km가량 떨어져 있었으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금방이다. 티라나 시가지는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티라나 외곽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넓찍한 도로 중앙에는 자전거 도로도 설치되어 있었다. 티라나는 어떤 곳일까 기대를 품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피라미드. 처음 피라미드가 있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이집트나 마야에 있다는 말은 들었봤어도 알바니아에도 피라미드가? 원뿔 모양의 피라미드는 멀리서 보니 그럴듯했다. 그런데 직접 가 본 피라미드는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고대 무덤은 전혀 아니고 현대식 건물이었는데, 진입로의 깨진 보도블럭을 시작으로 유리창은 깨져 있고, 벽에는 낙서가 가득했다. 물론 출입문은 굳게 닫.. 더보기
109. 아름다운 호반도시 오흐리드 오흐리드(Ohrid)에서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홀가분하게 오흐리드 탐사에 나섰다. 숙소 근처는 복잡한 골목길. 오흐리드 구 시가지에는 중세시대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구 시가지의 주택은 생활도 하지만 빈 방은 대부분 관광객에게 단기간 빌려주는 용도로 쓰는 것 같다. 골목 사이에 종이 공방(Paper factory)이 보여서 들어가봤다. 이곳은 말 그대로 종이 공장. 걸쭉한 펄프를 체에 걸러서 종이를 만들어낸다. 무료로 종이를 만드는 전 과정을 보여줬는데 완성된 종이는 한지와 비슷한 느낌이다. 또한, 인쇄기로 판화나 문서를 찍어주기도 하는데, 구텐베르크 방식의 인쇄기라고 한다. 수작업으로 만든 노트, 카드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제법 근사해서 짐만 아니라면 구입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