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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man

135. 모스타르의 특산품은 볼펜? 모스타르(Mostar) 시내에 진입하려니 특이한 벽화가 보인다. 각각의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손에 손잡고 지구촌을 둘러싸고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 남부 헤르체고비나 지방에 위치한 모스타르는 크로아티아계(가톨릭)와 보스니안(무슬림)이 공존하던 곳이다. 보스니아 전쟁 초기에 이들은 연합하여 세르비아(Serbia)가 주축인 유고슬라비아(Yugoslavia)군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곧 서로 분열하여 동맹이 깨지고 서로 죽이게 된다. 이 벽화는 역설적으로 과거 분쟁의 상징이다. 그러고 보니 벽화에서 세르비아 복장은 보이지 않는다. Pavel의 뒤를 따라 모스타르 시내로 향했다. 금세 자갈로 포장된 구 시가(Stari grad)가 나왔는데 자전거를 타기 무.. 더보기
130. 사라예보의 총성 어찌 된 일인지 매일같이 장대비가 쏟아진다. 곧 개겠지 하며 기다려 봐도 비는 도무지 그칠 줄 모른다. 비맞으며 자전거 타는것은 정말 싫어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비가 잠깐 그친 틈을 이용하여 시내에서 13km 가량 이격된 사라예보 땅굴(Sarajevski ratni tunel)로 향했다. 하지만 절반도 채 못가서 다시 비가 쏟아진다. 판초우의를 뒤집어 써 보지만 축축한건 어쩔 수 없다. 팔과 다리는 비에 젖고 상체는 땀에 젖는다. 판초 위로 느껴지는 빗방울은 매우 차갑다. 땅굴은 공항 근처라 쉽게 찾을거라 생각했는데 공항 주변은 밭과 민가 뿐이다. 길 안내 역시 부실하여 공항 부근에서 한참 해멜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땅굴 앞에는 너덜너덜해진 위장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1.. 더보기
129. 이상한 도시 사라예보 사라예보(Sarajevo)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BiH)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Federation of Bosnia i Hercegovina)의 수도이다. 내가 사라예보에 대해 아는건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사건과, 이에리사 선수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곳이라는것 뿐이다. 사실 이전에는 사라예보가 BiH라는 나라의 수도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사라예보에 도착하니 어딘가 이상하다. 그동안 경험한 여러 나라의 수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 찬찬히 분석해 보았다. 사라예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선 지형 때문이다. Miljacka 강변에 형성된 사라예보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 수도라기에는 매우 좁.. 더보기
121. 몬테네그로=코토르 날은 잠시 개는 듯 했으나 금세 흐려지고 비가 쏟아진다. 간만에 우리말을 쓰면서 많은 대화를 했던 경호형님은 크로아티아로 떠났고, 나는 비를 핑계삼아 코토르(Kotor)에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다행히 숙박비가 저렴한 편이라 그나마 부담은 덜하다. 코토르의 마지막 날에는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 Jean Claude Badoux를 만났다. Jean은 부드바(Budva)를 거쳐 알바니아로 향할 예정이지만 비가 많이와서 자전거도 정비할 겸 하루 쉬어간다고 한다. 함께 달릴 수 있으려나 기대를 했으나 이 친구 역시 나와 경로가 반대다. 이 친구는 자전거도 좋고, 장비 하나하나 매우 좋은 제품이다. 특히 완전 방수되는 트렁크백은 참 마음에 든다. 나는 침낭과 겨울 자켓을 배낭에 넣고 다니는데 배낭커버 방수능력도.. 더보기
109. 아름다운 호반도시 오흐리드 오흐리드(Ohrid)에서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홀가분하게 오흐리드 탐사에 나섰다. 숙소 근처는 복잡한 골목길. 오흐리드 구 시가지에는 중세시대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구 시가지의 주택은 생활도 하지만 빈 방은 대부분 관광객에게 단기간 빌려주는 용도로 쓰는 것 같다. 골목 사이에 종이 공방(Paper factory)이 보여서 들어가봤다. 이곳은 말 그대로 종이 공장. 걸쭉한 펄프를 체에 걸러서 종이를 만들어낸다. 무료로 종이를 만드는 전 과정을 보여줬는데 완성된 종이는 한지와 비슷한 느낌이다. 또한, 인쇄기로 판화나 문서를 찍어주기도 하는데, 구텐베르크 방식의 인쇄기라고 한다. 수작업으로 만든 노트, 카드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제법 근사해서 짐만 아니라면 구입하.. 더보기
105. 마트카 계곡의 생환훈련 스코페 도착 다음날 히로유키와 헤어졌다. 그는 불가리아 소피아로 떠났고, 나는 Bojan이라는 웜샤워(Warm Showers) 호스트와 연락이 되어 그의 집으로 향했다. 웜샤워(http://www.warmshowers.org)는 카우치서핑(Couch Surfing)과 비슷하지만 자전거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이다. Bojan의 집에 짐을 풀고, 다음날 마트카(Matka) 계곡으로 향했다. 마트카 계곡은 스코페 시내에서 약 20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Bojan은 유용할 거라면서 GPS 수신기를 빌려주었다. 관광지 이동시에는 짐을 최소화하지만 혹시 비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페니어에 판초우의를 챙기고 출발했다. 한시간 가량 달려 마트카 계곡에 도착했다. 좌우에 바위로 둘러싸인 계곡은 탄.. 더보기
104. 조각공원 스코페의 노부부 1월 21일. 드디어 마케도니아(Macedonia) 국경에 도착했다. 마케도니아 역시 들리는 소문으로는 입국이 까다롭다고 한다. 우선 한국과는 공식 수교가 없는 나라이지만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 하지만 여행자 보험을 심사하고 국경에서 강매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니쉬에서 만난 승현군 역시 보험을 갖고 있었으나 여행자 보험을 강매했다고 한다. 여권을 제시하니 모니터에 최근 입국일자가 나타났고, 행선지만 확인한 후 바로 도장을 찍어줬다. 며칠전에 들어왔었기 때문인지, 보험 확인 규정이 없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행여나 다시 잡지 않을까 여권을 돌려받자마자 잽싸게 심사대를 빠져나왔다.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Skopje)로 가는 길 역시 산길이었으나 전체적으로 내리막이었다. 코소보 프리.. 더보기
097. 대립과 갈등의 경계에서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거쳐왔지만 특히 세르비아는 우리나라에 많은 교훈을 준다. 호스텔에서 세르비아인 Mostafa Naser 일행을 만났다. 이 친구들은 니쉬에 출장온 교통시스템 엔지니어로, 이들에게 세르비아의 역사를 들었고 많은 토의를 했다. 이전에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나라는 약 400년간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다가 1차대전 이후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Kingdom of Serbs, Croats and Slovenes)이라는 긴 이름으로 독립했고, 이후 국호를 유고슬라비아 왕국(Kingdom of Yugoslavia)으로 변경한다. 왕국은 2차대전을 겪으며 추축국에 점령당한다. 이때 요시프 티토(Josip Broz Tito)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나타나 빨치산 활동을 하며 나치에 맞섰고.. 더보기
095.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고향 니쉬 니쉬(Niš)는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태어난 곳이다. 그러고 보니 페니어 랙이 망가진 곳은 콘스탄티누스 대제 공항(Airport Constantin The Great) 근처였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Mediana. 약 4~5km가량 떨어져 있었지만 자전거로는 금방이다. 이곳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통치하에 만들어졌고, 고대 로마제국의 황제 여섯 명의 주거지였다. 그런데 직접 가 본 Mediana는 실망스럽게도 공사 중이었다. 박물관을 조성하려는 듯 한데, 입구는 닫혀있었고 작업이 한창이었다. 다행히 공사차량 진입로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었다. 넓은 공터 아. 고고학에는 도저히 문외한인 나로서는 도저히 알지 못할 주거의.. 더보기
094. 해골탑과 적십자 캠핑장 홀가분한 기분으로 본격적인 니쉬 탐사에 나섰다. 그리고 마치 성당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을 발견했다. 이미 성당은 셀 수도 없이 보아 왔기에 대수롭지않게 지나치는데 Skull Tower라는 표지판을 봤다. 해골탑이라니? 탑 꼭대기에 해골장식이 되어있나? 그런데 주위에는 도무지 탑으로 보이는건 없었다. 해골탑의 정체가 궁금해져서 입장권(130디나라)을 구입했다. 직원은 성당으로 보이던 건물 쪽으로 안내한다. 건물 앞 작은 정원에는 청동 흉상이 하나 서 있었다. 아하, 세르비아의 장군인가보다! 그러면 해골탑이란건 오스만 제국과 싸워 이겼다는 승전 기념비가 아닐까? 정원을 둘러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부에는 뜻밖의 광경이 펼쳐져 있어다. 탑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큼직한 시멘트 덩어리에 옥수수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