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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

162.브람스와 함께 헝가리 달리기 늦게 출발한데다 부다 지역을 한바퀴 돌다 보니 얼마 달리지 못했다. 복잡한 부다페스트를 벗어나자 날이 저물 기세다. 결국 Herceghalom역 도로 옆에서 하루를 정리했다.(주행거리 39.34km, 누적거리 11,126km) 이제 헝가리를 떠날 시간이다. 헝가리 진입당시 계속 비가 내렸는데 떠날려니 날이 이렇게 화창할 수 없다. 도로는 평탄하고 지도를 볼 것도 없이 1번 국도만 따라 달리면 된다. 조금 더운 것 빼고는 달리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얼마 안가 헝가리에서 달릴 마지막 주인 코마롬-에즈테르곰(Komárom-Esztergom) 주에 진입했다. 어라? 어제는 Herceghalom에 머물렀는데? 혹시 헝가리어의 –om 어미가 ‘마을’이라는 뜻인가? 설마 에즈테르곰이 동물 ‘곰’을 말하는건 아니겠지?.. 더보기
161.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나름대로 해결해보고자 동분서주 하던 동안 긍정과 사교의 화신같은 에릭은 그 사이에도 계속 새로운 친구들을 초대했으며 그의 아파트는 매일같이 들어오고 나가는 전세계의 친구들로 분주했다. 그 중 가장 신기한 만남은 Anders Maarleveld다. 장난끼 넘치는 표정의 네덜란드 친구 앤더스는 헝클어진 고수머리에 멋들어진 콧수염까지 기르고 있어 마치 아인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에릭은 우연히 부다페스트에 놀러와 혼자 펍에 들린 앤더스를 만나게 되었고 호스텔에 머물 예정이라는 말에 곧장 집으로 초대했다. 낯 모르는 외국인들을 수없이 초대해 온 에릭을 생각하면 직접 대면한 친구를 초대하는 것은 오히려 더 편한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내게는 낯선 이를 집으로 들인다는게 아직도 신기한 일이었다. 한 .. 더보기
160.부다페스트, 뜻밖의 활로(活路) 에릭은 맥없이 돌아온 나를 보고서 밤에 파티가 있다면서 놀러가자고 한다. “지금 나랑 장난하나? 내가 놀러갈 기분으로 보여? 무엇보다 나는 땡전 한 푼 없다고!” 하지만 에릭은 돈 없는것은 이미 알고 있으며 기분이 안좋을수록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곧이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펍 중 하나라는 심플라(Szimpla)라는 곳을 소개했다. 고맙게도 모든 요금은 에릭이 지불했다. 심플라가 있는 Kazinczy가 주변에는 유대인(Jewish)의 회당인 시나고그(Synagogue)와 그들의 율법에 따른 코셔(Kosher) 식당이 여럿 보인다. 사실 부다페스트는 유대인이 많이 거주해 한때 주다페스트(Jewdapest)로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유대인들이 밀집한 만큼 나치(Nazi)의 홀로코.. 더보기
159.헝가리의 글루미선데이(Gloomy Sunday) 7월 31일. WestEnd City Center 근처 한 가게에서 가격협상을 마치고 은행으로 향했다.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후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길가의 벤치에 앉아 GPS기능을 체크해보니 잘 작동한다. 각종 기능을 살펴보는 중 지나가던 행인이 말을 건다.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재차 확인하는데 누군가 벤치 뒤에 세워둔 Wing을 살짝 건드렸다.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핸들바 가방을 확인해 보니 안에 넣어둔 지갑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말을 건 사람과 치고 간 사람 모두 사라졌다. 혹시 소매치기? 아! 부다페스트의 첫날, 에릭은 위험하다면서 아파트 중정(中庭)에 세워둔 자전거를 들고 4층까지 올라왔었다. 이때 인지했어야 한다. 아니, 최소한 핸들에 자물쇠가 채워진 차량을 종종 보았을 때에는 .. 더보기
157. 부다페스트 맛보기 얼마나 지났을까? 소란스러움에 눈을 떠 보니 에릭(Eric)과 친구들이 도착했다. 부스스한 얼굴로 에릭과 인사를 나누었다. 브라질 친구 에릭은 기계공학 공부를 위해 부다페스트로 유학와 있었다. 아파트에서 친구 루카스(Lucas)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며 카우치서핑을 통해 이미 100명 이상을 초대해왔다. 여행 및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에릭의 방에는 여행 기념품과 게스트들의 감사 메시지가 빼곡했다. 한글 메시지도 몇건 보인다. 마침 에릭은 유학이 끝나 귀국을 앞두고 있었다. 며칠 더 늦었다면 에릭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부다페스트의 모든 일정을 끝마치고 홀가분해진 에릭은 초대한 손님들과 함께 아침까지 파티를 하고 들어온 참이다. 활발한 주인 덕분에 손님들 역시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도 그리.. 더보기
156. 헝그리(hungry)? 헝가리(Hungary)! 하마터면 국경을 지나칠 뻔 했다. 슬로베니아(Slovenia)의 마지막 Pince 마을을 지나 양국 국경지대에 들어서자 칠흑같은 어둠만 자리잡고 있었다. 그나마 초라하게 서있던 표지판이 국경임을 알려주었다. 손전등을 비추며 사진촬영을 시도해봤지만 반사판 외에는 찍히지 않았다. 표지판에 새겨진 Magyarország. 마자르 공화국이 헝가리의 정식 국명이다. 금세 헝가리의 마을이 나왔으나 가게는 모조리 문을 닫았다. 민가에서 희미한 불빛만 흘러나올 뿐 도시는 고요했다. 그러고 보니 헝가리 물가가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 뿐 헝가리돈도 없었다. 어쩔수 없이 석식을 생략하고 Dobri 외곽의 도로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7월 26일 주행거리 88.48km, 누적거리 10,783km) 샛길을 한참 달리자 7번.. 더보기
155. 슬로우베니아(Slow-venia)와 독도법(讀圖法) 밤새 한차례 비가 쏟아졌나 보다. 텐트에는 송골송골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빗물이라도 말리고 가야겠다. 주위를 살펴보니 전날 보이지 않았던 민가가 보인다. 좀더 쉬다 가려고 했는데 바로 출발하는게 낫겠다. 마침 식량도 다 떨어졌다. 산속에 슈퍼마켓이 있을리 만무하니 피곤해도 빨리 벗어나는게 상책이다. 일단 주행을 위해 옷부터 갈아입었다. 빗속에서 야영하면 옷에 습기가 남아있어 상당히 불쾌하다. 옷이 눅눅한데 배까지 고프니 참 처량하다. 그런데 누군가 텐트에 찾아와 뭐라고 외친다. ‘빨리 나가라는 소리구나’ “곧 나갈게요”라고 대답하며 텐트를 열어보니 한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머물다 가라면서 비닐 봉지를 하나 내민다. 봉지에는 하나하나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더보기
154. 마지막 유고슬라비아, 슬로베니아 마침내 구 유고슬라비아 6개국(코소보까지 7개국) 중 마지막 나라 슬로베니아(Slovenia, Slovenija)에 들어섰다. 여기부터는 달라지는게 많다. 우선 슬로베니아는 쉥겐(Schengen) 조약 가입국이다. 쉥겐 조약은 국경 검문소를 철폐하고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으로 한국인은 최초 입국일로부터 180일 중 9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이 조약에 가입되어 있어 여권조차 제시하지 않고 국경을 드나들 수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일원으로 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한다. 그동안 거쳐온 불가리아(Bulgaria), 루마니아(Romania), 크로아티아(Croatia)는 EU가입국이기는 하지만 자국 통화를 사용했고 코소보(Kosovo)나 몬테네그로(Monte.. 더보기
153. 다시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을테다 자그레브에서 머문 한달 반은 정말 즐거웠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물론 친구들은 더 있으라고 하지만 무비자 체류 가능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동안 함께 했던 우쿨렐레 선생님 토퍼도 얼마전에 티슈, 비누, 치약 등 생활용품을 한가득 남겨주고 떠났고, 뱅상, 까미유 등 프랑스 친구들도 오전에 떠났다. 이제 아쉽지만 나도 가야 한다. 장거리를 달리려면 아침일찍 출발해야 하지만 인사는 해야겠지? 기다리는 동안 유독 한글에 관심을 보이던 디노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기로 했다. 한글 교육은 단 세가지. 1. 훈민정음-알파벳 변환표를 그려주고, 2. 자음+모음(+자음)이 한 ‘글자’를 만들며 한 글자는 한 어절이라고 알려줬다. 3. 자음 ‘ㅇ’와 모음 ‘ㅡ’는 소리가 없지만 ‘글자’를 만들기 위해 쓴.. 더보기
152. 자그레브의 양치기 소년 예상외로 자그레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출발하려 하면 한국 대표팀 축구경기가 있거나 다른 친구들이 발목을 잡는다. 정확히 말하면 다 핑계다. 체류기간이 긴 만큼 LYC의 주인 마르코는 물론 그의 아들 디노와 딸 안나마리아와도 친해졌다. 아이스하키와 컬링이 취미인 디노는 매우 유쾌한 친구였고 디노를 통해 동네 친구들도 알게되었다. 하교 후 아버지 일을 돕고 있는 안나마리아는 매우 예쁜데다 첫인상이 새침해 보여 말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알고보니 소탈하기 그지없었다. 함께 방학기간에 일하고 있는 안나마리아의 친구 루치아는 성격이 매우 밝아서 더욱 쉽게 친해졌다. 루치아 하면 떠오르는건 매운음식이다. 파스타로 ‘수제비’ 끓이는걸 흥미롭게 바라보길래 조금 줬더니 괴로워한다. 정말 ‘안매운’ 파프리카 가루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