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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Kosovo)

099. 여기가 코소보 맞아?

  드디어 고대하던 코소보(Kosovo) 국경 검문소에 들어왔다. 코소보 검문소는 세르비아보다 더 철저해 보였다. 짐을 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소지품 등 이것저것 물어보고 마침내 여권을 돌려받았다.

  세르비아에서는 출국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지만 코소보에서는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듣기로는 타국에서 코소보 입국시는 도장을, 세르비아에서 입국시에는 도장 대신 입국증명서를 준다고 들었는데 증명서를 요구하니 이제 필요없다고 한다.

<루마니아, 세르비아와 코소보 입국 도장>

  또, 출입국 관계를 물어보니 코소보 경찰은 세르비아에 돌아갈 수도 있다고 한다. 기존에 들은 바로는 분명히 코소보에서 세르비아로 갈 수 없다고 했는데 세르비아에서 넘어온 경우에는 가능한건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상황이 계속 변하면서 조금씩 나라 형태를 갖춰가는 것 같다.

<탑차 앞에 보이는 코소보 국경 검문소>

  검문소를 통과하자 바로 길 우측편에 작은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다. 이게 나름대로 면세점 역할을 하는가 보다. 잔돈도 바꿀 겸 음료수를 사려고 하는데, 세르비아돈을 받는다. 국경 근처에서는 세르비아돈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 나라에 대해 기존에 수집한 정보는 죄다 맞지 않는다. 

<심부름하는 꼬마와 코소보 면세점?>

  구멍가게 앞에는 코소보 공화국(Republika e Kosovës)이라고 씌여진 작은 표지판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거. 정말 형편없다. 주위는 논밭이고 조그만 코소보 국기는 (이 나라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걸레조각처럼 표지판에 걸려있었다.

<볼품없이 걸려있는 코소보 국기>

  조금 더 가니 작은 식당이 나온다. 배도 고프고 코소보 입국 기념으로 간만에 식당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이 나라 물가도 확인과 잔돈을 바꾸는 목적도 겸해서다.

  햄버거 €1.5, 카푸치노 €0.5. 유로를 사용하면 물가가 비싸다던데 생각만큼은 아닌 듯 하여 일단 안도감이 든다.

  (Tip. 코소보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유로를 통화로 사용합니다) 

<이제 코소보다! 식당 앞 조형물 곁에서>

  잘 먹고 출발하는데, 점점 의아해진다. 여기가 대체 코소보 맞아? 이거 알바니아 식민지 아니야?

<휘날리는 색바랜 알바니아 국기>

  코소보는 알바니아인들이 주축으로 독립한 나라라고 알고는 있었으나, 도무지 독립국 코소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길에 휘날리는건 붉은 알바니아 국기. 푸른 코소보 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저기 공장에도 알바니아 국기가!>

  알바니아 국기는 붉은 바탕에 검은 독수리가 그려져 있는데, 정말 시인성이 좋지 않다. 색 조합을 대체 누가 한건지. 검은 독수리 주위에 흰 원이라도 그려넣지.

<휘어있는 파이프에도 알바니아기>

  주위 풍경은 한눈에 봐도 낙후되어있다. 특히 나무로 만든 전봇대는 인도 이후 처음보는 광경이다. 과연 유럽이 맞기는 한 건지?

<나무 전봇대가 설치된 코소보의 도로>

  그런데 차 상태는 비교적 새 차고 양호하다. 세르비아만 해도 20년은 됨직한 차가 제법 굴러다녔는데, 차만 놓고 보면 괜찮은 수준이다. 도로와 비교하면 참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쿼드코어 PC에 12" 허큘레스 모노크롬(흑백) 모니터를 연결한 느낌이랄까?

<코소보 농촌 풍경>

  특이한건 또 있었다. 코소보는 유럽에 몇 안되는 이슬람 국가인데 여성들도 머리를 드러내고 다닌다.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 아바야(부르카, 차도르)를 뒤집어쓰고 다녔다. 그 정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터키나 말레이시아만 해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히잡으로 머리를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는 성당 대신 모스크가 자리잡고 있으며, 첨탑의 스피커에는 아잔이 울려퍼져 여기가 이슬람 국가임을 선언하는 듯 했다.

<하늘을 찌를듯한 첨탑은 이슬람 국가의 자존심>

  아잔은 하루 5차례 행해지는 기도시간을 알리는 일종의 시보 같은것인데, 독특한 가락이 있고, 아아아아~ 하며 음을 끌거나 꺽기도 하여 마치 노래처럼 들린다. 단, 시끄럽다. 아잔을 듣는것도 터키 이후 처음이다.

<아잔 소리가 울려퍼지던 모스크>

  어딘가 애잔하게 울려 퍼지는 아잔을 뒤로하며 계속 달리자 마침내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Prishtina, Prishtinë) 표지판이 나타났다. 제법 경사가 있는 언덕을 넘어서면 바로 프리슈티나다.

<드디어 프리슈티나!>

  프리슈티나에 도착하니 분위기는 또 한번 변했다. 비록 조촐하지만 나름대로 수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코소보 의회 앞>

  주위 건물은 새로 지은듯 깔끔하고, 특히 도시 중앙의 보행자 전용인 마더 테레사로(路)는 여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마더 테레사로(Bulevardi Nënë Tereza)의 야경><난치병 어린이 돕기 활동. 나도 조금이나마 성의를 표시했다>

  카우치 서핑 호스트에게 접촉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는 탓에 호스텔을 찾아야 한다. 니쉬(Niš)에서 만난 일본인이 알려준 호스텔에 갔더니 내부공사 중이었다. 결론적으로 국경도, 호스텔도 이 친구가 알려준 정보는 전혀 쓸모없는 셈이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에서 찾은 가장 저렴한 숙소 호스텔 프리슈티나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호스텔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옛날 주공아파트 같은 작은 아파트의 공동 입구에 호스텔이라고 씌인 A4 한장이 붙어 있을 뿐이었다.

<대낮의 호스텔 프리슈티나 입구>

  이곳도 정식 숙박업소가 아니라 가정집을 개조하여 운영하는가 보다. 그래도 직원은 친절했고, 방은 편안해 보였다.

<며칠만에 찾은 편안한 잠자리. 여장을 풀고>

  2008년에 새로 독립한 나라. 코소보에 들어오는 과정이 어려워서였을까? 웬지 흐뭇하고 이곳도 매우 마음에 든다. 앞으로 펼쳐질 프리슈티나의 생활이 무척 기대된다.(1월 7일 주행거리 45.86km, 누적거리 7,881km)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Rexhep Luci로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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