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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Preparation)

024. 드디어 베일을 벗은 Wing

  인도에서 제 발이 되어주고 있는 Wing은 SPECIALIZED 社의 SIRRUS라는 모델 13년식(12년 9월 5일 구입. 성내동 바이클리)입니다. 하이브리드 자전거라는, 산악자전거(MTB)와 같은 차대에 로드바이크(일명 싸이클)의 가는 바퀴를 가진 녀석입니다.말레이시아에서 Wing

  산에 다닌것도 아니지만 (유사)MTB에만 길들어져서 처음 구입할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MTB에 비해 낮은 등급의 기어(ALTUS라는 모델)에 일명 쇼바도 없고, 바엔드(핸들 끝의 조그만 뿔 같은. 개인적으로 동네에서 '비닐봉다리'를 걸고 다닐때 유용함)도 없고, 무엇보다도 MTB에 비해 턱없이 가는 바퀴가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등에 스페어타이어 달린 4륜구동차 보다가 경차 보는 느낌이랄까?

  고민 끝에 하이브리드 중에서 바퀴가 굵은 편이었던(32) SIRRUS로 구입하고, 약 2개월동안 한강 주변에서 1,000km을 타며 길들이는 과정을 거친 결과는 대 만족. 무엇보다도 MTB와 비교도 안되는 스피드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익숙하던 MTB의 일자형 핸들은 더없이 만족스러운 조향성능을 보여줬고요.

  기존 자전거(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큰게 좋은줄 알고 몸에 맞지도 않는 상태로 구입한 첫 진짜 MTB '아팔란치아'. 이 비운의 모델은 퇴원이후 군 동기에게 입양)에서부터 쓰던, 차대에 부착하는 조그만 가방(주로 핸드폰, 열쇠넣는 용도)을 달았고, 주행기록을 체크하기 위한 속도계 하나, 안장은 남자에게 좋다는, 가운데 구멍뚫린 녀석으로 바꿨습니다.

  거기다 도난 방지라는 명목으로, 주행에 영향없는 차대는 최대한 지저분하게 위장하여 다녔지요(세차 안한 게으름의 다른 표현?)

  자전거 이름은 Wing으로 명명했습니다.

  사실 Wing은 대학시절, 동아리(청해진)에서 만들었던, 2005년 전국우승의 영광을 안겨준 2인승 배(HPV, Human Powered Vessel)의 이름입니다. 소형 보트에 주로 쓰는 FRP로 똑같은 모양의 부유체(Hull) 두개를 만들고, 그 사이에 쇠파이프를 용접하여 2인승 자전거 차대처럼를 만든 후, 프로펠러를 아래로 내린 배였습니다. 전설의 Wing의 이름을 이어받은 2013년식 Wing. 아, 저는 Wing의 선장-Captain 권 입니다.대전 갑천 HPVF 2005 당시의 원조 Wing

  그리고,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면서 Wing은 약간의 튜닝을 거치게 됩니다.

  우선 모양 안난다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뒷 짐받이를 달고, 앞 뒤 라이트는 조금 더 밝은 모델로 바꾸었습니다. 또 적재용량을 추가하기 위해 자전거 부착용 가방(패니어)을 뒷바퀴 좌, 우에 달았습니다.(Ortrib 社 제품).

  일반적으로 자전거 여행시 앞 뒤로 4개의 페니어를 다는 듯 하지만, 앞이 무거우면 핸들 조종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과, 만만치 않은 페니어의 가격, 거기다 페니어 자체의 무게도 상당했기 때문에(비행기 수화물 용량), 바이클리 사장님의 조언을 무시하고 앞 페니어와 핸들바 가방은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적재공간이 부족하면 배낭을 뒤에 실으면 되고, 만약 꼭 필요하다면 현지에서 구입할 생각이었습니다.(아, 이게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물통 거치대는 일반적인 조그만 것에 추가로 1.5ℓ 페트병을 달 수 있는 큰 것을 구입했고, 장착하려니 약간의 간섭이 있어서 큰 것만 달고 왔습니다.(결국은 인도에서 작은것 재구입)

  거기다 아무래도 너무 가는 다리가 마음에 걸려 조금 더 굵은 35 사이즈의, 튼튼하다는 마라톤 플러스 타이어로 신발을 교체했고, 마지막으로, 제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3대 조직(?)의 깃발. 대한민국 태극기, 국립목포해양대학교 교기, 대한민국 해병대기의 이미지를 붙이고 출발했습니다.

  TIP. 자전거 비행기에 싣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있어 섬과 다를바 없는 환경입니다. 언젠가는 땅끝에서부터 유럽 끝까지도 가능하겠지만, 현재 자전거 해외 여행을 시작하려면 배나 비행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배를 이용하는 경우, 공간에 상당한 여유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 없지만,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에는 특별한 포장이 필요합니다. 사실 여기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게 어떻게 갖고 왔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샵에서 전문적으로 포장을 해주기도 하지만, 비행기를 두 번 이상 타야 하거나, 각종 상황에서 간단하게 포장을 하는 방법입니다.(뭐, 대단한건 아닙니다. 저같은 완전 초보에게만 유용한 TIP)

  1. 우선 핸들을 제거한다. 보통 스템의 나사 4개를 풀면 된다. 핸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프레임에 청테이프로 고정했다.핸들은 덜렁거리지 않게 잘 고정한다.

 2. 앞 바퀴를 떼어 낸다. 물론 가방의 크기에 따라 앞뒤를 다 떼야 하거나 떼지 않고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앞바퀴는 떼야 들어간다. 뒷바퀴는 짐받이와 기어 세팅 등 안건드리는게 속편하다.

  3. 안장이 높으면 안들어 갈 수도 있다. 안장을 최대한 아래로 깊숙히 집어 넣는다.

  4. 앞ㆍ뒤 바퀴에 바람을 뺀다. 기압차 때문에 튜브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5. 완충재는 야영용 매트리스를 사용한다. 매트리스를 가방 밑에 깔고, 자전거를 넣는다. 이때 거꾸로 넣는게 편리하다. 자전거 본체를 넣은 후, 앞바퀴도 넣는다.(자전거 가방은 2~3만원 정도, 전 굴러다니던게 있어서 그걸 사용했습니다. 제법 두꺼워서 야영시 텐트 밑에 깔개로도 유용합니다.)페달 뒤로 보이는 빨래판 모양이 매트리스

  6. 대부분 항공기 수화물은 1개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페니어백 기타 넣을수 있는것은 다 넣고 지퍼를 닫는다.프레임 양 엻에는 페니어백을 넣었다.

  포장이 완료된 모습. 이 상태로는 고속버스의 트렁크에도, 항공기에도 모두 탑재 가능하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완료. '자전거가방에들어가신다'

  ※ 수화물 카운터에 자전거임을 알리고, 취급 주의를 요청해야 합니다. 항공사에 따라 파손 보상 한도를 제한 적용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 고가 자전거에는 권하지 않습니다. 또한, 수화물 수령 즉시 파손부위가 있는지 잘 확인해야 합니다. 전 이런 경우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지에서의 변화도 있었습니다.

  카메라나 넣어야지 했던 조그만 가방을 차대 좌측에 묶었고(물티슈, 치약치솔, 버프, 선글라스통), A4정도 사이즈의 가방을 하나 구입하여, 구두방에서 끈을 달아 앞 포크쪽에 묶고 다닙니다. 1ℓ 페트병 두개, 킨들과 나침반, 소형 카메라 하나 넣으니 딱입니다.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정성껏 끈을 달아주시던 구두방 할아버지

  가방은 220루피, 바느질 60루피. 총 280루피(약 6,000원)짜리 소형 앞 페니어가 된 것입니다. 물론 분리가 귀찮다는 단점과 태극기를 가린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태극기만 안가렸어도 최고인데.
  뜻하지 않은, 다운그레이드도 있었습니다.

  위에 올린 사진처럼, 항공운송과정에서 속도계 거치대가 부러졌고, 스템 일부가 갈려 나갔습니다. 또, 인도 친구녀석이 타보겠다고 빌려줬더니 순식간에 뒷바퀴 체인 이탈 방지용 플라스틱 링(?)을 부숴놨고요. 뒷바퀴의 반사판도 깨졌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바퀴 살(스포크) 파손으로, 뒷바퀴의 스포크 32개 전체를 교체했습니다. 뭐, 이제와서 어쩌겠습니까? 자동차로 따져도 필터부터 하나씩 바꿀 주행거리니까 소모품 바꿔줬다고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혼식 주례사의 단골 멘트, '검은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1,000km이 넘어갔더니 뒷바퀴 바퀴살이 파뿌리가 되었습니다.앞바퀴는 검정, 뒷바퀴는 은색. 부조화

  현 위치 옴카레슈와르(Omkareshwar). 약 일주일간 몸도, 마음도, Wing도 푹 쉬었으니 새로워진 Wing으로 다시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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