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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Nepal)

042. 룸비니. Wing과의 재회

  다시 돌아온 네팔 입국심사장.

  기존에 받은 비자는 이미 기간이 만료되어버렸다. 향후 일정은 미정. 여유있게 한달짜리 비자를 받고(40달러), 자전거를 맡겨두었던 룸비니의 한국 절(대성석가사)로 돌아왔다.앞유리가 깨진 버스도 잘 돌아다닌다.

  그동안 고생의 포상으로 룸비니에 1주일간 머물면서 열심히 살을 찌웠다. 하루 300루피(약 3,900원)이면 부페식으로 3끼와 숙박까지 제공. 한번에 2~3공기씩 먹은 듯 하다. 시끄럽고 복잡하고 정신없던 인도에 비해 고요하고 배부른 룸비니는 그 자체로 좋았다.룸비니의 한국 절 대성석가사

  대성석가사에서 매우 극진한 대접을 받아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 절은 17년 동안이나 건축하고 있는 절이었고, 많은 기부금을 내지는 못해도 일이라도 돕고 싶었다. 대웅전 주변에 페인트를 칠하던데 페인트칠은 해봤으니 할 수 있을 듯 하다. 네팔인들보다는 훨씬 빨리 작업할 수 있을것 같다. 총무스님께 말씀드렸는데 정중히 사양하셨다. 이유는 네팔 근로자들의 생계 수단이라는 것. 새로운 충격이었다. 자금도 자금이지만 왜 17년이나 완공되지 않는지도 알 듯 하고 스님의 마음 씀씀이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룸비니의 일출

  룸비니에서 보름만에 재회한 Wiing에 랙을 달아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향후 일정을 고민하면서, 각국의 특색있는 사원들을 보고, 책도 많이 보면서 편안하고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은 수많은 모기.드디어 앞 랙을 달았다.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겠다.

  룸비니는 자전거 맡기고 쉬기만 한 곳인것 같지만 사실, 룸비니는 부처님 탄생지로 알려진 곳이다. 각국의 사원이 들어선 국제 사원구역이 조성되어 있었으며(대성석가사도 여기에 위치) 부처님 탄생지에는 마야데비(Mayadevi) 원이 세워져 있었다. 대충 보면 돌무더기인 폐허같은 곳이지만 지극정성으로 예불하고 가는 불자들을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각국의 절 모습. 세계사찰기행우리와는 사뭇 다른 표정의 불상마야데비 사원터. 옛 왕궁이었으려나?

  수학여행 온 듯 현수막을 펼치고 사진찍는 태국 스님 일행도 봤는데, 신기한건 국왕과 왕비의 사진을 들고 다니는 것이다. 속세를 떠나신 분들인데……. 한국 스님들이 성지순례 가서 대통령님 사진 들고 사진찍으면 어떨까? 전혀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 모습이다.성지순례 오신 태국스님 일행. 태'국'기, 국왕부부사진을 들고 있다.

  홀리(Holi)라는 축제도 룸비니에서 맞이했다. 인도에서도 이뤄지는 축제인데 색소가루를 던지면서 노는 날이다.홀리를 위한 색소

  처음에는 빨래거리 만들기 싫어서 긴장했으나 매우 점잖게 이루어졌다. 특히 외국인들에게는 '던질까요' 물어보는 모습. 아마 인도였으면 의사따위는 전혀 물어보지 않고 옷을 걸레로 만들어 놨을 것이다.(실제로 이후에 만난, 인도에서 홀리를 보낸 사람들은 총 천연색의 현란한 옷을 입고 있었다)홀리를 즐기는 개구장이 꼬마들

  룸비니에서 좋은 만남 중 한 분은 UNHCR(유엔 고등 난민 판무관)에서 근무하시는 S선생님이다. 전 세계에서 일하시고 여행하신 경험과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분쟁지역에서 근무하시는 신원관계상 이름의 이니셜 사용) Life is Matter of Experience라는 글귀도 알려주셨는데, 내전으로 운명을 달리한 소녀의 수첩에서 발견한 글귀라고 한다. 어린 친구가 내전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가지기 위해 쓴 글이었을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상당한 무게로 다가왔다.영원한 평화의 불꽃(Eternal Flame Symbolising Peace)사원 담벼락에서 자는 개조차도 평화로운 표정

  푹 쉬면서 향후 일정은 대충 방향을 정했다. 우선은 다시 한번 포카라로 갈 계획이다. 이유? 짧았던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미련도 남고, 약 200km되는 포카라까지 자전거로 한번 가 보고 싶었다. 정말 엉성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다. 이럴 계획이었으면 인도에서 볼거 다 보고 천천히 와도 되는 거였는데, 괜히 네팔 비자와, 트레킹 퍼밋을 두번씩 신청, 비행기도 타고 이게 무슨 시간ㆍ돈ㆍ일정낭비인지…….잘 정비된 운하덕에 운치를 더하는 룸비니

  그래도 아마 처음의 네팔 경험이 없었다면 안나푸르나가 어떤 곳인지 몰랐을 거고, 아예 가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또 남용형님 등 좋은 분들도 못 만났을거고. 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우는 것이니 후회는 없다. Life is Matter of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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