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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에미레이트(UAE)

051. 두바이. 내 쉴 곳은 어디에?

  샤르자(Sharjah) 국제 공항에서 Wing을 재 조립하고 공포의 두바이를 향해 출발한다. 과연 시내에 텐트 칠 만한 공터는 있을까?

  일단 샤르자 국제 공항을 벗어나려는데 뭔가 상당히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유는 차선 때문이었다. 말레이시아부터 인도 네팔을 거치면서 계속 차량 좌측통행이었는데 UAE에서 우측통행으로 돌아온 것이다.

  공항을 벗어 나기가 무섭게 모래가 나타났다. 오호, 역시 중동이구나. 바람이 불면 도로위로 모래가 날리는데, 아스팔트위에 순식간에 하얗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래띠는 꼭 뱀과 같다.

  아무튼 이정도 공터가 있다면 숙영은 가능할 듯 하여 안심이다.

도로 주변은 모래밭

  계속 나타나는 모스크는 이곳이 이슬람 문화권임을 보여주고 있다.

모스크와 야자수는 더 없이 이국적이다.

  샤르자 시내로 진입하자 차량 통행도 많아지고, 빌딩도 나타난다. 시내는 넓은 공터는 없었지만, 한국 같으면 보도블럭이고, 인도라면 흙이 있을 도로 주변을 여기서는 모래가 차지하고 있었다.

샤르자 시가지

  샤르자에서 잠시 자전거를 타 보니 인도와는 정말 다르다. 도로 포장도 잘 되어있고, 도로가 조용하다. 그 시끄럽고 위협적이던 막무가내식 경적 소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신호도 잘 지키는 것 갈다. 아무튼 주행 여건은 괜찮은 듯 하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두바이(Dubai) 방향이라는 표지판이 사라졌다. 경계석이나 표지판 하나도 없이 두바이에 들어온 것이다. 대체 어디부터 두바이였는지 모르겠다.

  두바이에서 달라진 건 차량이 더 많아졌고, 빌딩이 더 높아졌다. 샤르자는 개발중인 신도시라면 두바이는 완성된 도시 같은 느낌. 큰 사거리는 대부분 로터리 형태로 되어 있거나 고가도로다.

  두바이 신 시가지 방면으로 가려면 조그만 강이 하나 나온다.(Dubai Creek) Floating Bridge라는 표지판. 부교라는 소리인데? 한번 가 보자.

플로팅 브릿지

  오오. 다리를 부교로 만들어 놓으니 강물이 매우 가까이 보인다. 경치도 좋고 시원해 보여서 좋다. 단점은 다른 배가 지나다닐 수 없다. 그런데 수위가 높아지면 어떻게 조절할까?

  조금 찾아보니 다리 양 끝부분에 뭔가 시설물이 보인다. 이걸로 수위변화시 조절하는가 보다. 그런데 이정도 높이차이로 해결이 될까? 비가 많이 안와서 수위차이가 별로 없나보다.

부교의 수위조절기

  인도-네팔은 엄청난 엔진소리와 경적소리를 뿜어내는 차들이 정작 30~40km/h로 달렸는데, 여기서는 조용하지만 옆을 스쳐가는 차들은 매우 빠르게 달린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고 보니 차들도 하나같이 고가다. 잘못 스치기만 해도 크게 다칠 뿐만 아니라, 수리비도 만만치 않게 나올 듯. 조심해야겠다.

  샤르자에서부터 차들이 교통 질서를 잘 지킨다고 생각했다. 아마 교통질서 자체가 없던 곳에 있다와서 더 그렇게 느끼는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정도 수준이 아니었다.

  신호 정지선 앞으로 나가는 차를 찾아볼 수 가 없었다.

두바이의 한 건널목. 신호대기 중.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신호가 바뀌면 바로 튀어나가기는 하지만, 신호 자체는 철저히 준수한다. 몇달간 이상한 문화에 길들여졌더니 신호를 지킨다는게 이렇게 낯설 수가 없다.

  영사관 방향으로 갈 수록 건물은 더 화려해진다. 아아. 저 멀리 촛대같이 보이는 건물. 저게 세계 최고층이라는 버즈 칼리파(Burj Khalifa)인가 보다. 신호를 받아 멈출때 마다 촌닭마냥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다.

빌딩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영사관이 있는 주메이라(Jumeirah)에는 빌딩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저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한 주택들. 우와. 감탄만을 연발하며 달려 마침내 대한민국 영사관 도착.

  영사관 업무가 끝난 시간이었지만(업무시간 : 08:00~15:30), 직원이 친절하게 맞이해 주셨다. 영사관에서 듣기로는, 최근 이란비자를 받기위해 추천서를 받아간 한국인이 없었다는 것. 우선 이란 영사관에서 비자를 받아보고, 만약에 다른 서류가 필요하면 다시 오라고 한다. 순서는 그게 맞겠지만, 비자 한번 거부당하면 더 받기 힘들다고 해서 사전에 챙겨놓으려고 한 건데…….

  그런데 여기는 휴일이 금-토라고 한다. 으, 내일이 금요일인데, 이란 영사관도 이미 문 닫았을 거고, 이틀을 더 낭비하게 되었다.

속도 표지판. 아랍 숫자는 낯설지만 하나씩 외워야겠다.

  이제 숙소를 구해야 할 시간. 두바이에서 가장 저렴한 유스호스텔 도미토리(공용실) 조차 Dh100, 하루 3만원이다. 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공동격실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지만, 거기까지 20~30여 km을 더 달리기도 귀찮다. 지도에 따르면 주메이라 근처는 다 해변이므로 숙영할 공간도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도무지 해변으로 들어갈 수 가 없다. 바로 앞이 바닷가인데, 도로와 해변 사이에는 주택들로 막혀 있고, 바다로 갈 만한 도로는 Private road라며 출입을 막아놓은 것.

  해변이 이 별장인지 저택인지 모를 건물의 소유자 전용인 것이다. 이럴수가. 해변과 진입로를 사유지로 막아놓았다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전복 양식장이면 모를까.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지?

길에는 범선도 한 척 서있고

  유료(Dh5)인 주메이라 비치 파크는 23시 까지만 개장한다. 시간 외에는 진입도 불가능하게 철문과 경비원이 있다. 세상에. 이런 해변이 어디있어?

  막막하고 기운이 쭉 빠지는 듯 했다.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공터는 많았지만, 밤에 차가 들어오면 위험하다. 정말 유스호스텔로 가야하나? 아니면 다시 샤르자 공항으로 돌아갈까? 어디 잘 만한 벤치라도 없나?

  일단 배가 고파 주위 맥도널드로 갔다. 6,000원 정도. 숙박비에 비하면 의외로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식사를 하며 가이드북을 읽어보니, 24시간 개장하는 주메이라 오픈 비치가 있었다. 크게 멀지도 않은 것 같아서 일단 가기로 결정.

  아. 찾았다. 여기가 진짜 휴식처였다. 이미 어두워졌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텐트를 치고 두바이의 첫날 밤을 편안하게 보냈다.

멀리 버즈 칼리파가 보이는 주메이라 오픈 비치의 캠핑낮에는 이런 모습

  이곳은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우선 화장실과 샤워장 시설이 있다. 화장실 세면대에는 액체비누가 비치되어 있고, 공용 샤워장에는 놀랍게도 온수가 나왔다. 산유국이라 석유가 남아돌아 공용 샤워장까지 보일러를 설치한거야? 

  모래사장 사이로는 푹신한 조깅 트랙과 자전거 트랙이 함께 설치되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몸을 풀고, 잘 깔린 트랙을 따라 외국인들과 은근히 자존심 경쟁을 하며 구보를 즐긴다. 열도 식힐 겸 깨끗한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무료 샤워장에서 온수 샤워~

주메이라 오픈 비치

  숙박 문제가 해결되니 두바이는 생각만큼 비싼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부탄가스까지 구입했다.

  대형 마트 여러군데를 돌아다녀 봤으나 찾을 수 없었던 부탄가스는 의외로 조그만 잡화점(Grocery)에 있었다. Dh5(1,500원). 인도에서는 ₹100(2,000원)이었는데 오히려 더 저렴하다. 게다가 더 흐뭇한 것은 독일제. 그럼, 유럽 일대에서는 막대형 가스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걸프만 사이로 사라지는 태양이국적인 오픈 비치의 석양

  오픈 비치에서 이틀을 보냈더니 관리요원이 찾아온다. 텐트 설치는 금지라는 것. 주말에는 별 말 없더니……. 뭐 상관없다. 여기서 밤을 지새는 사람들은 많으니. 이틀 자 본 결과, 이슬도 없고 춥지도 않다.

  아예 노숙 결정짐은 자전거 가방에 다 넣고,(설마 이 무거운거 가져가겠어? 차도 못들어오는데) 바위위에 매트 깔고, 판초우의 덮고 잔다. 바위를 잘 고르니 몸에 딱 맞아 의외로 편하다.

오픈 비치의 오픈 룸

  며칠을 지낸 오픈 비치의 생활은 정말 편했다.

  하지만, 단 하나 단점. 대체 누가 아랍을 보수적이라고 했나? 밤마다 나를 자극하던 녀석들. 부러우면 지는 거라던데 부럽더라. 머리에 보자기 뒤집어 쓰기만 하면 다냐? 나는 다 보았다고~

오픈 비치의 야경. 나는 다 보았다

  그런데 두바이까지 와서 노숙만 하는것도 아쉬운 일이다. 다른 잠자리를 찾으러 서쪽으로 이동하니 눈에 익은 건물이 나왔다. 바로 7성급 호텔로 알려진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7성급 호텔은 내 모교(국립 목포해양대학교) 정문과 흡사하여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버즈 알 아랍과 국립목포해양대학교 정문

  오호, 7성급 호텔. 익숙하니 더 친근해 보이고, 친근하니 만만해 보인다. Burj Al Arab을 계속 바라보니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여기 1박에 과연 얼마일까? 두바이 여행자는 많지만 여기서 잔 사람은 거의 없겠지? 아마 인터넷에서도 찾기 힘들거야. 언제 한 번 여기서 잘 수 있을까? 아마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몰라. 조금 무리일지 모르지만 이런게 추억 아니겠어? 그래. 남자는 배짱이지! 할 땐 하는거다!!!'

  이날은 5월 5일. 급하게 갖다 붙인 명분 - 어린이날 기념 이벤트. 여기서 숙박 결정.

  자. 그럼. 드디어 7성급 호텔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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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성급 Tent Al Arab의 한국인 셰프-자취경력 7년 Capt.Kwon의 라면은 기가막혔다. 물이 조금 많았던 것 빼고는.오늘부터 네 이름은 Tent Al Arab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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