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루마니아(Romania)

082. 루마니아에서 달마를 찾아 헤메이다

  10월 3일 개천절. 빈과의 즐거웠던 만남을 뒤로 하고 시비우(Sibiu)를 떠났다.

<시비우를 떠나기 전. 작은 광장에서>

  시비우에서 머문 며칠간 계속 비가 왔음에도 여전히 날씨는 흐리고 쌀쌀했다.

  이것 저것 다 껴 입고 길을 나선다. 유럽 도로 E68(루마니아 7번국도)를 이용하여 시비우를 벗어나고, Sebeș에서 샛길로 빠지는 여정

<우중충한 하늘과 시골길>

  중식을 먹으려 잠시 쉬는데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진다. 또 비야? 확인해 보니 비가 아니라 이었다.

  지금 10월 초인데 벌써 눈이라니? 첫 눈은 전혀 뜻하지 않은 시간 장소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다행히 눈은 금세 그쳤으나 여전히 춥다. 역시 샛길 주위는 끝없는 들, 그리고 간간히 작은 마을이 나온다.

<나무로 구획이 나누어진 들>

  어느새 날은 저물어 가고, 잠자리를 찾아야 겠다 싶은데 Dealu Ferului 마을 초입에 공사장이 나온다. 확인해 보니, 공사가 중단되어 빈 건물이다. 오호. 오늘은 따뜻히 잘 수 있겠다.(주행거리 73.98km, 누적거리 6,759km)

<야영 준비 완료>

  마을 근처라서 먹을거리도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편안한 밤을 보내고 다시 출발.

  달마가 출발 준비를 먼저 마쳤길래, 기다리게 하는게 미안해서 먼저 보냈다. 어차피 주행 속도는 내가 더 빠르고, 길은 한동안 외길이다.

<개나리처럼 노오란 단풍>

  날은 맑았고, 경치는 좋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좋은 들판>

  가끔은 마을도 있지만, 워낙 시골길로 들어와서인지 대부분 들판이었다.

<구름, 나무, 개울, 들...><성을 닮은 교회>

  주위 경치에 반해 힘든 줄도 모르고 달리는데, 참, 왜 달마가 안보이지?

  '달마가 이렇게 빨랐나? 계속 안오면 좀 기다리지. 대체 어디까지 간거야?'

  투덜대며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나타난 삼거리.

  왼쪽은 Simeria라는 마을, 오른쪽은 산길. 시간도 되었고 Simeria에서 중식을 해결하면 좋을 듯 하다. 아마 달마도 Simeria에 있겠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봐도 달마는 보이지 않고, 음 설마 여기에 들리지 않았나? 그러면 내가 Simeria에서 보낸 시간 만큼 훨씬 멀리 갔을거다.

  달마는 늘 샛길을 좋아하니까 다시 삼거리로 돌아 나와서 산길로 달린다. 그런데 Hărău, Bărata, Șoimuș를 지나 달리고 달려도 달마는 보이지 않고…….

<흔치 않은 루마니아의 공장지대. 발전소인가?>

  달마와 연락해 보려고 Wi-fi를 찾아야 하는데 계속 산길. 아무것도 없다. Leșnic에 도착하니 날은 저물고 있었다. 이거 뭔가 심히 잘못되었구나.

  마침 레스토랑이 하나 나타났다. 혹시나 해서 신호를 체크하니 Wi-fi가 잡힌다.

  달마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달마는 계속 Simeria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며, 30분 전에 Deva로 출발했다고 한다. 그러면 30분 정도 후면 Deva에 도착하겠구나.

  무작정 메세지를 남기고 기다리는데 드디어 달마와 연락이 되었다. 아. 다행이다.

  여기 Leșnic은 Deva를 20km가량 지난 곳. 위치를 알려주고 달마와 만나러 왔던길을 되돌아갔다.

  캄캄해지고서야 다시 달마를 만날 수 있었다. 레스토랑 근처의 봐 두었던 빈 집으로 향했다. 근처에 화장실이 있어서 씻을 수도 있고 식수공급도 가능한 곳. 확인해 보니 2층이 쉴 만 했다.(주행거리 94.47km, 누적거리 6,854km)

<저녁식사. 소시지 굽는 중>

  경로를 맞춰 보니, 달마는 Geoagiu라는 곳의 외나무 다리에서 계속 기다렸던 것. 거기, 나도 지났던 곳이고, 정확히 생각나는데 왜 못만났을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데, 친구는 외나무다리에서도 못만나는건가?

<따뜻하게 하룻밤을 보낸 오두막집>

  10월 5일. 이제 달마와 함께 길을 나선다.

<평화로운 산과 들>

  날씨는 매우 맑았고, 기분도 참 좋다. 개천절에는 악천후로, 전날은 달마를 찾으며 그냥 넘겼는데, 비록 늦었지만 개천절 기념으로 태극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국기에 대하여 받들어~ 아니 경례><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달마도 태극기를 달고 주행>

  다시 만난 달마와의 주행은 참 즐거웠다. 가는 길에는 약수터도 있어서 식수 공급도 문제없었다.

<물 긷는 달마>

  한참을 달리니 다시 해는 뉘엿뉘엿 지평선 뒤로 숨어들어간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Dumbrava라는 마을에서 다시 미완성 주택 발견.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면서 넓찍한 방을 골라 짐을 풀었다.(주행거리 51.54km, 누적거리 6,905km)

<냉기 차단용 널빤지를 깔고, 텐트 설치><외관 역시 참 멋진 숙소>

  며칠간 추웠는데 다음날은 날씨가 많이 풀렸다. 생각해 보니 추웠던 기간동안 계속 좋은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항상 필요할 때 쉴 곳이 나온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엇하나 부족하지도 않은 신기한 여행길.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다시 산길이 시작되었다.

<영차영차, 올라가는 달마>

  숲을 지날때는 나무들이 워낙 키가 커서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나무 사이를 지나는 상쾌한 숲속 길><안테나가 있는것으로 보아 더 이상 오르막은 없겠지><멈추라고? 난 갈테야><내리막, 다시 오르막>

  한참 기분좋은 주행을 하니 슬슬 도시의 흔적이 나타난다. 숨도 돌리고, 간단히 식사도 하고.

<나는 도시의 방랑자><공사중인 멋진 성당도 나타나고><쉽게 잡혀 준 새끼고양이>

  날이 저물어서야 3박 4일간의 주행을 마무리하고 티미쇼아라(Timișoara)에 도착할 수 있었다.(주행거리 90.01km, 누적거리 6,995km)

  다음글 ☞ 083. 혁명의 도시 티미쇼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