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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India)

016. 동네 스타와 인도 양아치

  1월 10일. 이날은 100.91km을 달렸다. 속도계 기준 4,400kcal 소모, 기초 대사량을 포함하면 하루에 6,000kcal 이상 소모한 셈이다. 해도 질 듯 하고 피곤하여 Bendala 근처의 밭 한가운데 텐트를 치는데, 한 오토바이가 나를 봤는지 되돌아오는게 보인다. 에휴, 오늘 편히 쉬기는 글렀나? 생각하며 묵묵히 텐트를 쳤다. 그는 다가와서 말없이 보고 있다. 텐트를 다 치고, 쉬려는데 그가 다시 말을 건다.

  "여기는 나쁜 사람들이 있어서 위험하다. 다른데로 옮겨라"

  진작 말해주던가, 텐트 치자마자 말하는 이유는 뭐야? "난 너무너무 피곤하다. 옮길 힘도 없다"

  "그래도 여긴 너무 위험하다. 더 좋은데가 있다"

  "여기서 머냐?"

  "가깝다. 내가 알려주겠다" 면서 다른 곳으로 이동을 요구한다.

  잠깐 고민했지만, 그가 나쁜사람이라면, 어차피 외딴 밭에서 자는것도 위험한 일일 듯 하여 믿어보기로 했다. 그가 데리고 간 곳은 주유소. 잠시 의아해 하고 있는데, 그는 주유소 사장님과 뭐라고 하더니 사라지고, 사장님은 주유소 한켠에 자리를 내어준다. 덕분에 '나라시' 잘 된 주유소 바닥에서 잘 수 있게 되었다. 또 간단한 샤워도 가능 ♬

  잘 자고 텐트를 철수하는데 역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 앞에서 텐트를 철수하자니 꼭 교육사열 받는 기분이었다.친절하신 Santosi 사장님의 주유소

  다시 아우랑가바드를 향해 출발~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백마리는 됨직한 소들이 이동하고 있었다.끝없는 소떼와, 행군 제대에는 어디가나 낙오자는 있게 마련

  조금 더 가니 공터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뭔가 하고 보니 크리켓 경기를 하는 중이다. 크리켓은 야구와 비슷한듯 한데 도무지 룰을 모르겠다. 인도에서는 매우 대중화된 스포츠로 공터 어디에서나 크리켓 하는 꼬마들을 볼 수 있다. 치고 비석사이를 달리는게 어릴때 하던 '와리가리'란 놀이와도 비슷한 듯.동네 체육대회라도 하는 듯

  좌판도 많이 있었기에 짜이나 한잔 마시고 가려는데 누가 나를 한쪽으로 데리고 간다. 무심코 따라간 곳은 중계석.열심히 중계중인 동네 캐스터, 해설자는 딴짓하네.

  날 중계석에 앉혀놓고 힌디로 뭐라 하는가 싶더니 구경꾼들이 중계석으로 몰려들었다. 크리켓 경기는 안보고..

  그러더니 캐스터가 갑자기 마이크를 준다. 어차피 이 사람들 호기심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못나갈게 뻔하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떠들어댔다. "Good morning. My name is Kwon from South Korea. I'm going to Aurangabad. India is so huge and interesting country. ~" 사람들이 말들 듣더니 또 자기들끼리 웅성거린다. 아마 영어 아는 사람이 힌디로 통역하고 있겠지. '아 실수했구나,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겠어' 결국은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걸그룹 노래까지 한 소절 부르고 중계석을 내려왔다.경기가 훨씬 잘보이는 중계석사진을 찍자는 사람들도 몰려들었고, 이 와중에 내 카메라로도 한 컷

  잠시 휴식을 뒤로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 인도인들의 호기심은 대단한 것이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뭐라고 소리치는 녀석도 있고, 일정 구간 호송을 해 주는 녀석도 있다.

  이때도 주황색 티셔츠를 맞춰입은 두 녀석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내 속도에 맞춘다. '또 Convoy인가?' 생각하는데 계속 갓길쪽으로 몰아부치며 세우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30분간은 출발 못하겠구나. 좀 쉬어야겠다' 생각하며 자전거를 멈췄다. 녀석들은 자전거 이곳저곳을 보더니 심지어는 음악을 틀어놓은 MP3플레이어를 꺼낸다. '이 스피커 인도에서 산거야, 신기한거 아니라고'

  그런데 어찌 눈빛이 호의적이지 않다. 힌디로 중얼거리는 와중에 100루피 100루피 이러는데 대체 100루피에 팔라는 소린지, 100루피 달라는 소리인지. 이제 경계를 하고 있을 때쯤 한 녀석이 MP3플레이어를 갖고 간다. 한 녀석은 내 옆에서 계속 100루피 어쩌고 하고 있고. 아. 이 녀석들은 나에게 돈을 원하는구나.

  전래동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겠다'는 호랑이는 결국은 잡아 먹는 법. 처음부터 떡은 안줘야 한다. 내 옆의 놈 팔을 잡고 팔꿈치를 살며시 눌러줬다. 추가로 군대에서 배운 무적도의 기묘한 기합을 넣으면서.

  효과는 신기하게 나타났다. 팔이 아픈건지, 기합소리에 놀란건지 다른 녀석한테 뭐라뭐라 하니 곧 MP3 플레이어를 반납하고 간다. 그리고 지들끼리 가라데 어쩌고 하면서 중얼거린다. 가라데는 무슨. 난 싸움한번 제대로 안해보고 곱게 자랐건만.

  인도 양아치들을 뒤로하고 다시 달린다. 멋있는 광경도 보인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한 무리. 뭔가하고 보니 우마차였다. 경주라도 하고 있는 듯 했는데 내가 더 빨랐다.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우마차 이동 모습위풍당당한 꼬마 장군

  아우랑가바드 도착할 때쯤 군 병원이 나타났다. 허술해 보이는 병원이지만, 인도는 6.25사변 당시 한국에 물자와 의료지원을 해준 우방국이다. 아우랑가바드 군 병원

  마침내 도착한 아우랑가바드 시내. 푸네에서부터 약 240km을 달려 왔다. 호텔 하나를 잡고 짐을 풀고 시내 구경에 나선다.아우랑가바드의 골목대장

  시내에서는 긴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바지끝이 체인에 걸릴 듯 하여 각반을 둘렀다.(공사장에서 흔히 쓰는 500원짜리 각반). 역시 인도인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한쪽 다리에만 한 각반을 가리키며 또 뭐라뭐라 한다.

  "Is this only fashion?"

  "Yes. it's new style."(너같으면 '무재해'를 패션으로 하고 다니겠냐?)한국 학생들과, 우측 다리엔 공사장 각반.

  그리고, 아우랑가바드의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Bibi-Qa-Maqbara.

  타지마할을 만든 샤자한 왕의 손자 아잠 칸이 그의 어머니 무덤으로 타지마할을 본떠 만든 것. 처음에는 복제 타지마할 따위는 100루피나 내고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멀리서 보기만 해야지. 그런데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작은 타지마할 앞에는 이상한 건물을 지어 입장하지 않으면 구경도 할 수 없게 만들어놨다. 역시 호구가 아니었구나. 결국은 입장할 수 밖에 없었으나 그 이상의 가치를 준 건물이었다.

  늦게까지 작은 타지마할 주변에서 어슬렁 거리다가 며칠간의 피로를 풀기위해 숙소로 이동. 1월 11일 주행거리 49.12km, 누적거리 782km장엄한 Bibi-Qa-Maqbara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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