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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슬라비아

163.슬로벤스카? 슬로바키아! 도나우(Donau) 강을 건너면 바로 슬로바키아(Slovakia)다. 독일에서 시작해 루마니아와 몰도바를 거쳐 흑해까지 이르는 긴 강이지만 폭은 한강의 절반도 안된다. 양국을 잇는 다리도 채 500m가 되지 않는다. 입국을 환영하는 표지판에는 Slovenská Republika라고 기재되어 있다. 뭐 슬로벤스카? 이걸 어떻게 읽어야 슬로바키아가 될까? 아무리 봐도 슬로베니아(Slovenia)로 읽힌다. 슬로바키아와 슬로베니아는 유사한 점도 많다. 슬라브족의 나라임은 국호는 물론이고 흰색·파랑·빨강의 범 슬라브(Pan-Slavic) 삼색기에서도 드러난다. 두 나라는 슬라브 상징색 위에 자국 문장을 새겼다. 타트라 산맥(Tatras)을 아우르는 슬로바키아와 알프스 산맥(Alps) 끝자락의 슬로베니아의 문장에.. 더보기
155. 슬로우베니아(Slow-venia)와 독도법(讀圖法) 밤새 한차례 비가 쏟아졌나 보다. 텐트에는 송골송골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빗물이라도 말리고 가야겠다. 주위를 살펴보니 전날 보이지 않았던 민가가 보인다. 좀더 쉬다 가려고 했는데 바로 출발하는게 낫겠다. 마침 식량도 다 떨어졌다. 산속에 슈퍼마켓이 있을리 만무하니 피곤해도 빨리 벗어나는게 상책이다. 일단 주행을 위해 옷부터 갈아입었다. 빗속에서 야영하면 옷에 습기가 남아있어 상당히 불쾌하다. 옷이 눅눅한데 배까지 고프니 참 처량하다. 그런데 누군가 텐트에 찾아와 뭐라고 외친다. ‘빨리 나가라는 소리구나’ “곧 나갈게요”라고 대답하며 텐트를 열어보니 한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머물다 가라면서 비닐 봉지를 하나 내민다. 봉지에는 하나하나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더보기
154. 마지막 유고슬라비아, 슬로베니아 마침내 구 유고슬라비아 6개국(코소보까지 7개국) 중 마지막 나라 슬로베니아(Slovenia, Slovenija)에 들어섰다. 여기부터는 달라지는게 많다. 우선 슬로베니아는 쉥겐(Schengen) 조약 가입국이다. 쉥겐 조약은 국경 검문소를 철폐하고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으로 한국인은 최초 입국일로부터 180일 중 9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이 조약에 가입되어 있어 여권조차 제시하지 않고 국경을 드나들 수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일원으로 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한다. 그동안 거쳐온 불가리아(Bulgaria), 루마니아(Romania), 크로아티아(Croatia)는 EU가입국이기는 하지만 자국 통화를 사용했고 코소보(Kosovo)나 몬테네그로(Monte.. 더보기
150. 행운의 메달과 톰슨, 그리고 우스타샤 크로아티아(Croatia) 친구들이 도무지 알려주지 않는 ‘행운의 메달’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했다.(관련글) 우선 반 옐라치치(Ban Jelačić) 광장 앞의 관광안내소가 떠올랐다. 메달을 목에 걸고 광장으로 향했다. 벤치에서 잠시 쉬는 데 갑자기 어여쁜 아가씨가 웃으며 다가오더니 메달에 대해 묻는다. 선물받은 ‘행운의 메달’인데 사람들이 이 메달에 관심이 많다고 대답하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끝내 메달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아, 대체 이 메달은 뭘까? 궁금증이 더해간다. 관광안내소에 가자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메달에 대해 물어보니 그저 베네딕토 성인이 새겨졌다고만 한다. 아니, 단순한 가톨릭(Catholic) 성인인데 왜 크로아티아 친구들이 이렇게 좋아하는걸까? 재차 물어.. 더보기
138. 동유럽 무사수행(武士修行) - 미래의 크로캅을 만나다 성모님의 도시 메주고리예(Međugorje)를 뒤로 하고 달리는 길. 길은 예상대로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이다. 그동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의 산을 줄곧 봐 오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쉽게 보내주지 않는구나. 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국경 지대여서 그런지 공터가 많다. 계속해서 도로를 보수하거나 공터를 측량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뢰는 대부분 제거되었기에 이런 활동이 가능하겠지? 한동안 측량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한대가 급정지한다. 운전자는 Ivan Rašić이라면서 인사를 건넨다. 여행경로에 대해 물어보더니, 본인도 자전거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고는 근처 Ljubuški라는 곳에 산다면서 하룻 밤 묵어 갈 것을 권유한다. 음, 그러면 예정보다.. 더보기
137. 성모님의 도시 메주고리예 슈퍼마켓은 2km가량 가야 있는데 이미 문을 닫았을 거라고 한다. 오늘 밤에는 물로 배를 채워야겠구나. 에휴. 그래도 씻고 잘 수 있는게 어디냐. 그런데 돌아와 보니 내 자리에는 먹음직스러운 빵과 닭고기, 양고기가 놓여 있었다. 식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배불러서 더 이상 먹지 못할 정도인데도 접시는 계속 채워진다. 이제 그만 달라고 사정해야 할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Ivan Bevanda에 따르면 이곳은 Sretnice라는 마을로, 주민 모두가 크로아티아인이라고 한다. 크로아티아라고? 하긴 국경과 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의 말은 얼마 전에 머물렀던 크로아티아 공화국(Republika Hrvatska)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더보기
135. 모스타르의 특산품은 볼펜? 모스타르(Mostar) 시내에 진입하려니 특이한 벽화가 보인다. 각각의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손에 손잡고 지구촌을 둘러싸고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 남부 헤르체고비나 지방에 위치한 모스타르는 크로아티아계(가톨릭)와 보스니안(무슬림)이 공존하던 곳이다. 보스니아 전쟁 초기에 이들은 연합하여 세르비아(Serbia)가 주축인 유고슬라비아(Yugoslavia)군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곧 서로 분열하여 동맹이 깨지고 서로 죽이게 된다. 이 벽화는 역설적으로 과거 분쟁의 상징이다. 그러고 보니 벽화에서 세르비아 복장은 보이지 않는다. Pavel의 뒤를 따라 모스타르 시내로 향했다. 금세 자갈로 포장된 구 시가(Stari grad)가 나왔는데 자전거를 타기 무.. 더보기
133. 사라예보를 떠나 Konjic으로 어느새 2주가 지났다. 비도 잠잠해 진 것 같고 날씨도 좋다. 마지막으로 사라예보를 한 바퀴 돌고 출발한다. BiH는 여러 모로 열악한 나라이지만, 생활체육 분야만큼은 우리보다 나은 듯 하다. 시내 여기저기에 있는 체육시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활체육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BiH의 전신이었던 구 유고슬라비아(Yugoslavia)는 스포츠 강국이었다고 한다. 이날 사라예보 시내에서는 풋살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린이들 경기지만 수준도 높고, 열기도 뜨거워서 한참을 지켜보았다. 풋살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건 바로 경기장이다. 광장에 인조잔디 매트를 깔아 간이 경기장을 만들었다. 임시 시설이지만 관중석도 그럴듯 했다. 혹시 BiH도 예전 우리나라처럼, 세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더보기
131. 사라예보의 장미 지긋지긋하게 내리는 비에 발이 묶였다. 그 동안 기상과 경로 등 이런저런 정보도 검색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각종 준비를 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건 자전거 정비. 프론트 랙이 늘 말썽이었다. 그동안 두 차례나 용접을 했으나 또 다시 부러져 버렸다. 오흐리드 조선소에서 만들어 준 보조 지지대에 케이블 타이를 칭칭 감아 겨우겨우 버텨오던 중이다. 다시 용접을 해도 오래 못버틸거고, 보조 지지대도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결국 튼튼한 랙을 구입하기로 했다. 마침 26유로에 괜찮아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기존보다 굵고 용접부위도 튼튼해 보인다. 큼직한 U형 볼트를 사용한 고정 방식도 마음에 든다. 파이프형 구조이므로 잘 휘지도 않을 것이다. Wing에 프론트랙을 장착하고 사이드미러까지 구입했다.. 더보기
130. 사라예보의 총성 어찌 된 일인지 매일같이 장대비가 쏟아진다. 곧 개겠지 하며 기다려 봐도 비는 도무지 그칠 줄 모른다. 비맞으며 자전거 타는것은 정말 싫어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비가 잠깐 그친 틈을 이용하여 시내에서 13km 가량 이격된 사라예보 땅굴(Sarajevski ratni tunel)로 향했다. 하지만 절반도 채 못가서 다시 비가 쏟아진다. 판초우의를 뒤집어 써 보지만 축축한건 어쩔 수 없다. 팔과 다리는 비에 젖고 상체는 땀에 젖는다. 판초 위로 느껴지는 빗방울은 매우 차갑다. 땅굴은 공항 근처라 쉽게 찾을거라 생각했는데 공항 주변은 밭과 민가 뿐이다. 길 안내 역시 부실하여 공항 부근에서 한참 해멜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땅굴 앞에는 너덜너덜해진 위장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