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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snia

150. 행운의 메달과 톰슨, 그리고 우스타샤 크로아티아(Croatia) 친구들이 도무지 알려주지 않는 ‘행운의 메달’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했다.(관련글) 우선 반 옐라치치(Ban Jelačić) 광장 앞의 관광안내소가 떠올랐다. 메달을 목에 걸고 광장으로 향했다. 벤치에서 잠시 쉬는 데 갑자기 어여쁜 아가씨가 웃으며 다가오더니 메달에 대해 묻는다. 선물받은 ‘행운의 메달’인데 사람들이 이 메달에 관심이 많다고 대답하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끝내 메달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아, 대체 이 메달은 뭘까? 궁금증이 더해간다. 관광안내소에 가자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메달에 대해 물어보니 그저 베네딕토 성인이 새겨졌다고만 한다. 아니, 단순한 가톨릭(Catholic) 성인인데 왜 크로아티아 친구들이 이렇게 좋아하는걸까? 재차 물어.. 더보기
149. 월드컵의 열정과 행운의 메달 잠시 쉬어가려던 자그레브(Zagreb)의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이제 슬슬 자그레브를 떠나야겠다 싶은데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에서 크로아티아(Croatia)와 브라질이 맞붙는다는 것이다.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친구들은 며칠전부터 흥분상태였다. 월드컵을 모두 챙겨보지는 못해도 크로아티아에서 크로아티아 팀의 경기를 보는것도 재미있을 듯 싶어 일정을 연기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BiH)에서 나를 재워준 이반과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반 역시 축구경기를 매우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는 BiH 대표팀 대신 크로아티아를 응원한다고 한다.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모두 16강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6월 12일. .. 더보기
143. 차타고 플리트비체 호수공원을 향해 우주여행자와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북쪽으로 튼 후 계속해서 달린다. 예상대로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그래도 해발 1,000m도 되지 않고 급경사도 없어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주변 경치가 모든 피로를 잊게 해 준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항상 함께 달리고 헤어진 후에는 약간의 의욕상실을 느낀다. 그렇다고 지체할 시간은 없다. 이틀내로 플리트비체(Plitvička)에 도착해야만 한다. 주변의 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들판은 예의 그 연녹색 거기다 햇빛에 따라 채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이런 녹색의 들판은 크로아티아(Croatia)에서만 본 것 같은데 매우 마음에 드는 색상이다. 계속 이런 경치를 보면서 달리면 시력에도 도움이 되겠지? .. 더보기
142. 우주여행자를 만나다. 2011년부터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싣고 4년째 여행 중. 거쳐온 길에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포함하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위험하다는 길은 모조리 거쳐온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혼자 다니고 있으며 그것도 여성이다. 그녀를 온라인으로 알게 되고, 과연 어떤 사람인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마침 내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머물 때 그녀는 크로아티아(Croatia)에 있었다. 이후 BiH로 갈 계획. 아쉽게도 지금까지 대부분 여행자들이 그랬던것처럼 나와는 반대방향이다. 함께 달릴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트로기르(Trogir) 근처에서 마지막 교신을 하며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서 정오 즈음에 .. 더보기
139. 무지개를 등지고 아드리아해 달리기 이반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Crveni Grm 국경이 나타났다. 국경은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있었으나 통과에 별 문제는 없었다. 이제 월경지가 아닌,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다. 이어지는 길은 처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진입했을 때와 같은 바위산길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긴 하지만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달리기에 문제 없었다. 그러다 문득, 도로 아래쪽을 내려다 보자 넓은 들판이 보이는데. 우와, 녹색과 흰색 크레파스를 단계별로 섞은듯한 색이랄까? 녹색이 이렇게 다양하고 멋질 수 있구나! 처음보는 색의 들판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Vrgorac이라는 마을이 나타났다. 여기서 중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식사 후 마을을 .. 더보기
138. 동유럽 무사수행(武士修行) - 미래의 크로캅을 만나다 성모님의 도시 메주고리예(Međugorje)를 뒤로 하고 달리는 길. 길은 예상대로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이다. 그동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의 산을 줄곧 봐 오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쉽게 보내주지 않는구나. 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국경 지대여서 그런지 공터가 많다. 계속해서 도로를 보수하거나 공터를 측량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뢰는 대부분 제거되었기에 이런 활동이 가능하겠지? 한동안 측량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한대가 급정지한다. 운전자는 Ivan Rašić이라면서 인사를 건넨다. 여행경로에 대해 물어보더니, 본인도 자전거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고는 근처 Ljubuški라는 곳에 산다면서 하룻 밤 묵어 갈 것을 권유한다. 음, 그러면 예정보다.. 더보기
137. 성모님의 도시 메주고리예 슈퍼마켓은 2km가량 가야 있는데 이미 문을 닫았을 거라고 한다. 오늘 밤에는 물로 배를 채워야겠구나. 에휴. 그래도 씻고 잘 수 있는게 어디냐. 그런데 돌아와 보니 내 자리에는 먹음직스러운 빵과 닭고기, 양고기가 놓여 있었다. 식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배불러서 더 이상 먹지 못할 정도인데도 접시는 계속 채워진다. 이제 그만 달라고 사정해야 할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Ivan Bevanda에 따르면 이곳은 Sretnice라는 마을로, 주민 모두가 크로아티아인이라고 한다. 크로아티아라고? 하긴 국경과 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의 말은 얼마 전에 머물렀던 크로아티아 공화국(Republika Hrvatska)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더보기
136. 메주고리예로 가는 험난한 길 Pavel을 보내고 다시 홀로 선 길. 분명 같은 길임에도 더 멀어보인다. 다시 지도를 들여다 보니 지름길이 보인다. 이 길을 이용하면 오늘 중에 Međugorje(메주고리예)에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 바로 경로를 변경하여 샛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곧 오르막이 나타났다. 지도상에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다. 자전거를 끌며 쉬엄쉬엄 올랐으면 좋으련만 빨리 가겠다는 생각에 기어를 낮추고 낑낑거리며 힘들게 산을 오른다. 그 때, 뒷바퀴에서 갑자기 매우 맑은 ‘팅’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소리인데 설마?’ 곧 이어 누군가 자전거를 잡아당기는 듯 한 느낌. 으으. 급히 Wing에서 내려 뒷바퀴를 살펴보니 아니나다를까, 스포크(바퀴살) 한개가 덜렁거리고 있었.. 더보기
135. 모스타르의 특산품은 볼펜? 모스타르(Mostar) 시내에 진입하려니 특이한 벽화가 보인다. 각각의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손에 손잡고 지구촌을 둘러싸고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 남부 헤르체고비나 지방에 위치한 모스타르는 크로아티아계(가톨릭)와 보스니안(무슬림)이 공존하던 곳이다. 보스니아 전쟁 초기에 이들은 연합하여 세르비아(Serbia)가 주축인 유고슬라비아(Yugoslavia)군과 맞서 싸웠다. 하지만 곧 서로 분열하여 동맹이 깨지고 서로 죽이게 된다. 이 벽화는 역설적으로 과거 분쟁의 상징이다. 그러고 보니 벽화에서 세르비아 복장은 보이지 않는다. Pavel의 뒤를 따라 모스타르 시내로 향했다. 금세 자갈로 포장된 구 시가(Stari grad)가 나왔는데 자전거를 타기 무.. 더보기
134. 동행. 모스타르를 향해 비를 피해 들어간 공사장엔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피를 피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 친구 역시 오늘 사라예보(Sarajevo)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는 체코(Czech Republic) 사람이고 Pavel이라고 한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 은퇴 후 여행을 다니고 있다. 안타깝게도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아서 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 어차피 지금 달리지도 못하는 거 일단 밥부터 먹자. 나는 사라예보에서 삶아 온 계란을 꺼냈고, 그는 빵과 소시지를 꺼냈다. 음식을 나눠먹는건 친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의 자전거의 특이한건 자전거를 지탱하는 스탠드다. 직접 만들었다고 하며 텐트 폴대처럼 접히는 막대끝에 U형 판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