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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네프스키

090. 세르비아의 '꼰티'를 접하다. 단지 통과하기 위해 들어왔던 세르비아에서 뜻하지 않게 오래 머물게 되면서 베오그라드 이곳저곳을 누볐다. 다음에 방문한 곳은 사바 성당(St. Sava Temple). 세르비아어로는 Hram Svetog Save라고 불리는 곳으로 세계 최대의 정교회 성당이라고 한다. 확실히 규모가 큰 성당이라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다. 잔디가 깔린 공원 앞으로 보이는 백색 대리석 건물. 그런데 크기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불가리아의 알렉산더 네프스키(Alexander Nevski) 성당만큼 화려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영향이 반영되었을까? 첨탑을 세우고 돔 지붕의 십자가를 초생달로 바꾸면 터키 모스크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럼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다른 정교회 성당처럼 입구에는 전실이 설치되어있고.. 더보기
075. 불가리아를 떠나며 새 아침이 밝았고, 다행히 비는 그쳐 있었다. 애초 루세(Ruse)는 예정에 없었고 오늘 중으로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București)까지 갈 계획이지만, 기왕에 들어왔으니 불가리아의 마지막 도시로 루세를 돌아보기로 했다. 루세는 걸어서도 반나절이면 돌아볼 만한 작은 도시였고, 대부분 볼거리들은 올드 타운을 중심으로 모여 있었다. 가장 먼저 나를 반긴것은 Svobada 광장이었다. 잘 만들어진 광장 주위에는 오전임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광장 바로 앞에는 법원이 있었다. 이 건물은 1940년부터 법원으로 사용되었다는데, 원래는 믿기 어렵게도 수산시장이었다고 한다. 물론 리모델링을 했겠지만, 수산시장의 놀라운 변신이다. 올드 타운으로 이어지는 Aleksandrovska 거리를 .. 더보기
073. 소피아. 릴라 수도원. 그리고 세이울과의 만남 소피아에는 공원이 무척 많았다. 사실 공원이야 불가리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특히 소피아에는 더 많았다. 네프스키 성당 근처의 공원에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구형 카메라, 타자기, 바이올린, 장신구 등 각종 골동품이 많았는데, 흥미로운건 각종 무기까지 판다는 것. 구 소련군, 독일군의 철모와 방한모는 물론이고, AK-47 소총에 착검 가능한 각종 대검류와 접이식 칼은 날이 잘 서 있었고, 각종 너클, 손도끼나 표창까지도 팔고 있었다. 군수품이기도 하고, 무기인데 이렇게 아무나 팔아도 되는 걸까? 나치의 철십자 훈장과 소련의 훈장들도 나와 있었다. 처음 받은 당시에는 가문의 영광이었을 텐데, 공산주의가 붕괴한 후 의미도 없고, 생활도 어려워서 결국 시장에서 굴러다니게 된 훈장을 보니 기분이 묘.. 더보기
072. 소피아. 만남과 헤어짐 다시 자전거 안장에 올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번 목표는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Sofia). 소피아는 불가리아의 서쪽에 치우쳐 있는 도시로, 소피아 이후에는 인접한 마케도니아로 갈 계획이었다. 8월 28일. 이날은 92.54km을 달려(누적거리 5,767km) Ихтиман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마을 축제인지 전체가 떠들썩했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인도에서 늘 그랬던 것 처럼. 일단 저녁 해결을 위해 가게에서 식빵과 물만 사고 급히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어두워진 시간. 천천히 조금씩 전진하다 보니 도로 아래에 공터가 보였고, 여기서 하루 신세지기로 했다.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밤에는 침낭이 필요할 정도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기도 목초지였다. 양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