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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Macedonia)

109. 아름다운 호반도시 오흐리드

  오흐리드(Ohrid)에서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홀가분하게 오흐리드 탐사에 나섰다.

  숙소 근처는 복잡한 골목길. 오흐리드 구 시가지에는 중세시대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구 시가지의 주택은 생활도 하지만 빈 방은 대부분 관광객에게 단기간 빌려주는 용도로 쓰는 것 같다.

<멀리 성벽이 보이는 오흐리드 구 시가지><어째 자동차도 고대 유물같다>

  골목 사이에 종이 공방(Paper factory)이 보여서 들어가봤다. 이곳은 말 그대로 종이 공장.

  걸쭉한 펄프를 체에 걸러서 종이를 만들어낸다. 무료로 종이를 만드는 전 과정을 보여줬는데 완성된 종이는 한지와 비슷한 느낌이다. 또한, 인쇄기로 판화나 문서를 찍어주기도 하는데, 구텐베르크 방식의 인쇄기라고 한다.

<종이 만드는 모습>

  수작업으로 만든 노트, 카드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제법 근사해서 짐만 아니라면 구입하고 싶을 정도였다.

<완성된 종이에 인쇄한 판화>

  골목 끝에서 눈에 띈 근 건물은 Sveta Sofija Cathedral이라는 정교회(Orthodox) 성당이다. 

  오흐리드 외곽에는 모스크가 많이 보인 반면, 구시가지에는 교회가 많았다. 하지만 교회는 그저 입장료를 받는 빈 건물정도로만 활용되는듯 하다. 적어도 이 부근에서 정교회는 전통 문화로만 남아있는것처럼 보인다.

<오흐리드에서 가장 큰 정교회 성당 Sveta Sofija Cathedral>

  이곳은 11세기 비잔틴 양식으로 지어진 오흐리드에서 가장 큰 교회다. 특히 눈에 띄는건 큼직한 건물을 지탱하는 가느다란 열주. 많은 기둥으로 구성된 홀은 울림이 좋아서 공연장으로도 종종 사용된다고 한다.

<가느다란 기둥이 들어선 Sveta Sofija Cathedral><오흐리드 구시가지 골목길>

  Sveta Sofija부터는 언덕길이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고대 로마시대의 Amphitheatre(야외 극장)이 나타난다. 원래는 이곳에 10여개의 기둥이 서 있었다는데 지금은 역시 흔적만 남아있다.

  그동안 본 야외 극장은 구경만 할 수 있도록 보존하고 있는데 이곳은 오히려 나무 무대를 만들어 놓았다. 알고보니 여름에는 Summer Festival이 열린다고 한다.

<고대 로마시대 Amphitheatre>

  관중석에 앉으면 오흐리드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여름밤 이곳을 배경으로 공연을 보면 정말 멋질듯 하다.

  Amphitheatre를 지나 올라가는 길에도 조그만 교회는 계속 보인다. 하나같이 정말 조그만 교회다. 내부 역시 좁아서 예배나 미사의 기능은 불가능해 보이고, 성화와 촛불 몇 개 덩그라니 놓인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교회는 어딘가 사당이나 분향소와 같은 느낌이다.

<동상은 어디에나 존재. Age of Empire에 나오는 성직자같다><콘스탄티누스 대제와 헬레나 교회. 규모에 비해 이름만 거창한다>

  언덕을 더 올라가니 부근에는 Gorna Porta라는 성문이 있다. 성문 근처에도 예외없이 오래된 교회가 서있다. 여기부터는 Car Samoil's Castle이라는 성벽이 이어지는 곳이다.

<성벽 근처의 Church of Sveta Bogorodica Perivlepta>

  이 성은 10세기 불가리아 군에 의해 세워진 곳이다. 갑자기 왠 불가리아? 조금 의아했지만 알고보니 중세에는 불가리아 왕국 치하에 있다가 다시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았다고 한다.

<불가리아 성곽 Car Samoil's Castle>

  성은 입장료 30디나르(약 750원)를 요구한다. 성에 들어가보니 그냥 성벽 뿐이었다. 하지만 성벽에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이 있었고, 오흐리드에서 가장 높은 이곳에서 내려다 보는 시가지는 장관이었다.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오흐리드 시가지><성벽 위에서>

  성을 내려가니 멋진 건물이 나타난다. 바로 Plaošnik. Church of Sveti Kliment i Pantelejmon이라고도 불리는 교회로 5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멋진 Plaošnik><측면 Plaošnik>

  내 생각에 이곳이 오흐리드에서 가장 멋진 교회가 아닐까 한다. 큼직한 돌로 성을 쌓듯 올린 석벽 사이의 붉은 벽돌 장식은 경복궁 자경전 꽃담무늬를 연상시킨다.

  그러고 보니 한지를 닮은 수제 종이도, Plaošnik의 벽돌 장식에서도, 어딘가 희미하게 한국의 정서가 느껴진다.

<경복궁이 떠오르는 벽돌장식>

  Plaošnik 주변은 지금 한창 복구중으로 4세기 정교회의 유적이 남아있었다. 가이드북에는 무료입장이라고 하는데 입장료 100디나르를 요구한다. 하지만 후문 쪽에서는 입장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아마 복원이 끝나면 제대로 입장료를 받을 듯 하다.

<발굴 및 복원중. 무슨 건물의 외벽일까?>

  언덕을 내려오면 절벽 위 작은 교회가 또 나타난다. 이곳은 Church of Sveti Jovan at Kaneo라는 곳이다. 13세기 건물로 중세 수도승들이 이곳에서 정신적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 말이 이해될 듯 한 곳이었다.

<벼랑 끝 Church of Sveti Jovan at Kaneo>

  여기서 만난 청년은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마케도니아 사람들은 따뜻하다, 만약에 여행 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라도 도와줄 것이라고 하면서 행운을 빌고 떠났다.

  생각해 보니 정말 마케도니아에서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 듯 하다. 하지만 고마운 분들의 이름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마케도니아 이름이 유독 어려운것도 아니었는데.

<호수를 바라보며><절벽 아래 푸른 호수><바위를 그대로 이용해서 만든 정원>

  청록색 빛의 오흐리드 호수를 보고 있자니 정말 물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 하지만 마트카 계곡을 체험했기에 입수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시내에서 만난 어르신에게 들은 말로는 몇년 전까지는 한 겨울에도 매일 오흐리드 호수에서 수영을 하며 체력을 다졌다고 한다. 게다가 내가 도착하기 얼마 전인 1월 19일에는 오흐리드 호수에 3,000명 정도가 들어갔다고 한다. 어부의 날이라는 일종의 종교 행사로 그때 왔다면 나도 참가했을까? 배경 사진은 그날의 현장으로 시내 곳곳에 크게 걸려있었다.

<과학 교사로 교편을 잡고있는 어르신>

  오흐리드 구시가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절벽 근처로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가니 금세 중앙 광장이 나온다. 신기한건 중세 느낌의 골목길에서 광장이 나오는 순간 시간 이동한 듯한 기분이다. 광장부터 이어지는 오흐리드 시내는 그동안 보아왔던 마케도니아의 다른 도시와 다를 바 없다.

<구 시가지와는 완전히 다른 오흐리드 시내>

  멋진 호수를 안고 있는 오흐리드. 수많은 교회와 아름다운 도시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품고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더욱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평온한 오흐리드 호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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