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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Nepal)

045. 걷고 달리며 마낭으로~(안나푸르나 라운딩 2)

  4. 6. 넷째날. 자고 일어나니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쥐가 라면 한봉지를 털어간 것. 침대위에 던져놓은 라면을 대체 어떻게 끌고간건지 침대 밑의 쥐구멍 앞까지 이동시켜 놓았고, 봉투 끝을 다 쏠아놓았다. 어떻게 짊어지고 온 건데. 라면은 아깝지만 쥐와 나눠먹고 싶지는 않아서 하나를 포기했다.

귀중한 양식 라면과 쥐에게 습격당한 방

  오늘 코스는 Chame에서 피상(Pisang)까지 매우 짧은 코스다. 코스는 짧았만 이제 고산병을 대비해야 한다. 이미 전날 잔 Chame는 2,670m으로 지난번 손발저림을 느낀 도반보다 더 높은 곳이다.

어딜가나 마을 입구는 이런 문으로 시작

  이곳에서는 마니차라는 것이 흔히 보인다. 글자가 새겨진 깡통 같은건데, 안에는 불교 경전이 들어있고 이걸 돌리면 경전 한번 읽은 효과라고 한다. 문맹자를 위한 배려일까? 나로서는 아무런 깨달음도 없었다. 역시 깨달음을 날로 먹으려는 시도는 늘 실패한다.

탑 안에는 알 수 없는 탱화와 마니차가 있었다.

  오늘 길은 절벽 사이를 파 내어 길을 낸 곳이다. 이 라운딩 코스는 정말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절벽 한 켠 에서는 해머드릴을 이용하여 벽을 파내고 있었다. 내가 편히 걷고 있는 이 길은 자연의 선물일 때도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땀의 결실이기도 하다.

발전기를 사용하던데 그래도 전기라도 쓸 수 있어 다행이다.

  마침내 다리 하나를 건너니 Upper Pisang에 도착했다. 중식도 먹기 전이다.(15.5km)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던 전경그림같은 Pisang의 모습. 설산과 마니차의 조화

  다행히 아직 손발 저림 등 뚜렸한 고산 증상은 없다. 시간도 많이 남아서 이번에도 지난번에 효과를 본 듯한 산악구보를 해보기로 했다. 목표는 5km. 다음날 목적지 방향으로 달리다가 오솔길을 돌아 Lower Pisang을 거쳐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다.

하나 둘 하나 둘 ♬~. 신나는 구보길은 GPS를 통해 기록되었다

  해발 3,370m에서의 산악구보는 아주 짜릿한 경험이었다. 심장과 폐가 터질 듯 숨이 차지만, 조금만 속도를 줄이면 더 이상 상쾌할 수 없다.

  호수를 낀 길도 운치있고, 고개를 들면 캔버스 같기도 하고, 기와지붕 같기도 한 설산이 나를 반긴다.

어떻게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굴곡하나 없는 평평한 산

  4. 7. 다섯째 날. Upper Pisang을 떠난다. 초반 2km가량은 전날 달리면서 경험한 길이었으나 짐을 지고 걷는것은 또 달랐다. 생각보다 고되다. 특히 다리하나 건너 Chyaru로 가는 길은 경사가 심한 오르막인데 상당히 힘들었다.

  서양 아가씨의 "Oh my God"라는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 앞에서 힘든 티를 낼 수는 없지. 태연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 웃어주고는 안 보이도록 코너를 돌아 가쁜 숨을 내쉬는데, 그 모습을 들켜버렸다.

  '뭐야? 벌써 올라온거야? 으아 개망신이다.'

민망함을 달래 준 Chyaru 고지의 탑

  어느 새 약 200m 이상 올라왔다. 잠시 휴식 후 다시 걷는데 오르막에서 힘을 다 빼서인지 이후 코스는 평지임에도 쉽지 않았다.

"그깟 조그만 배낭 하나메고 힘든 척 하겠어?" 라고 말씀하는 듯한 네팔 할머니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장엄한 설산

  길 위의 동반자는 대부분 서양 여행자들이다. 현재까지 만난 한국인은 총 4분. 학생들의 방학이 끝나서일까? 한국인들은 거의 없었다. 왠지 서양 남자들에게는 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빠르게 걸었다.

  서양 남자 중 일부는, 인종차별인지는 모르겠으나 동양인이 더 빨리걷는것을 마음에 안들어해한다. 그런 녀석일 수록 더 빠르게 제쳐준다. 돌아오는 질문은 Nepali? 아니, 나 한국인인데.

  뒤돌아 표정을 보니 홈그라운드인 네팔리까지는 인정하겠으나 한국인에게 졌다고 상당히 불쾌해 한다.

누가, 대체 무슨 간절한 소원으로 탑을 쌓았을까?설산만 있는것은 아니다. 울퉁불퉁한 바위산도 엄연히 존재

  Mugje에서 중식 후 마침내 마낭(Manang)에 도착했다.(19.5km) 첫날, 지프 같이타고 올라오자는 제안을 받았던 그 목적지이다. ABC는 계단식이라서 모든 물자가 인력 수송이었으나 라운딩 코스에서 여기까지는 차가 올라온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는 ABC 코스에 비해 물가가 저렴한 편이었다

라운딩 길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저 삶의 현장일 뿐

  허름한 오두막을 발견 하루 50루피에 묵기로 했다. 트레킹 시작 이후 가장 싼 가격이다.특히 이 숙소는 음식도 저렴하여 산행시작 후 가장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단 하나 단점은 방에 전기 콘센트가 없는 것. 하지만 방법은 다 있었다.

  Tip. 전자기기 충전하는 방법 공개 - 방에 조명은 형광등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백열전구였다. 혹시나 해서 전구를 빼 보니 한국과는 달랐다. 전구 끝부분에 두개의 전극이 나란히 있는 것. 소켓 안쪽에는 막대 두개가 전극에 접촉되는 구조로 막대의 폭은 딱 220V 플러그 폭이다. 소켓에 플러그를 연결하여 충전 가능하다.

안되면 되게하라. 이 정도 쯤이야.

  Manang에서는 고산병 예방을 위해 하루 이상 적응기간을 갖는게 권장되고 있다. 돌아다니다 보니 첫날 지프를 타고 올라온 영국인이 아직까지 여기서 쉬고 있었다.

  나도 본격적인 고지대 진입 전, 여기서 잠깐의 휴식을 갖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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