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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Romania)

081. 빈과 함께 한 시비우의 기억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이라는 사이트를 알면서도 그동안 이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몇차례 현지인들의 집에서 잘 기회가 있었는데, 대부분 넉넉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더 많이 가진 내가 폐만 끼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숙박비가 아주 비싼 나라가 아니라면 내 돈 내고 자는게 훨씬 속편할 것이다.

  또, 카우치 서핑 요청을 해도 각자의 사정으로 잘 연결되지 않았던 이유도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루마니아에서는 달마 덕분에 처음으로 카우치 서핑을 이용하게 되었다.

  첫번째 호스트는 Bin과 Tam이라는 부부였는데, 각각 네트워크와 시스템 엔지니어로 루마니아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빈과 함께 저녁식사>

  짐을 풀고, 씻으려고 했는데, 마침 보일러가 고장났다면서 커피포트를 이용하여 씻을 물을 데워주고, 거실을 내어 주어 편히 쉴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다음날, 빈과 탐은 출근하고, 나와 달마도 집을 나서 시비우(Sibiu)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마침 집을 나서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하루만 늦게 도착했어도 많이 고생할 뻔 했다.

  시비우는 걸어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은 도시있다. 또 특별한 볼거리가 있기 보다는 구시가지 전체가 매우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었다.

<시비우 구 시가지. 멀리 보이는 탑은 Evangelic Church>

  먼저 관광안내소를 거쳐 Council Tower에 올랐다. 여기에는 시가지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작은 박물관과 전망대를 겸하고 있었다.

<작은 광장-Small Square에서 바라보는 Council Tower>

  박물관에는 3D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3D용 안경 착용 후>

  또, 전망대에서는 시비우 시가지 전체가 한 눈에 내려보였다.

<이번엔 큰 광장-Large Square><시비우 외곽 신시가지와 멀리 보이는 산과 구름><시비우의 가톨릭 교회>

  비가 잠시 그친 틈을 이용하여 위에서 내려다 보던 시비우의 이곳저곳을 걷고, 다시 비가 내리면 마트, 서점, 맥도널드, 까페 등 실내로 들어가면서 시비우에서 여유를 즐겼다.

<달마와 Council Tower 내부><팔각형의 Council Tower 내려오는 중><작은 광장 근처>

  빈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다시 아파트로 돌아가니, 베트남식 요리를 준비해 줬다. 맛있는 식사와 함께 베트남과 루마니아의 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좋은 시간이었다.

<베트남식 고기와 가지 요리>

  베트남에는 각종 드라마를 통하여 한국이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비는 쉽게 그치지 않을 듯 하고, 빈도 참 좋은 친구여서 아예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다.

<시비우에는 공룡 박물관도 있었다>

  대접만 받는게 미안해서 다음날에는 한식을 대접하기로 했다. 달마와 마트에서 이런저런 고민하다가 국수를 발견. 국수와 배추 부침개를 하기로 했다.

  밀가루를 구입한다는게, 뜯어보니 옥수수 가루였고, 맛은 배고픈 자전거 여행자들에게는 먹을만 한 수준이었는데 다행히 빈과 탐은 맛있게 잘 먹어 주었다.

<달마와 함께 요리 중>

  총 4박 5일간 빈의 집에 머무르면서 매우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빈에게 수차례 고맙다고 말을 했는데 오히려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도 우리와 함께 하여 즐거웠고, 한식도 잘 먹었다고 한다.

<담장과 The Carpenter's Tower><목수의 탑? The Carpenter's Tower가 보이는 거리>

  빈과의 만남을 통해 또다시 배우게 되었다.

  여행자를 대접하며 다른 삶의 방식을 서로 알아가는 것은 폐를 끼친다거나 한 쪽의 일방적인 희생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집이 더 넓고, 금전적 시간적으로 더 여유가 있으면 유리하겠지만, 그런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열린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할것이다.

<거리의 국산 자동차 티코와 마티즈>

  우리에게도 고맙고 좋은 만남이었지만, 빈에게도 역시 좋은 시간이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인간 관계는 상호작용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눈동자처럼 보이는 지붕의 창>

  비는 그쳤고, 이제 시비우를 떠날 시간. 빈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동안 자전거 여행을 통해 카우치 서핑의 달인이 되어 버린 달마는 다음 목적지에도 호스트에게 접촉을 해 놓은 상태였다.

  시비우에서의 빈과의 만남, 그리고 다음에는 또 어떤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를 가득 품고, 다음 목적지 티미쇼아라(Timișoara)를 향해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출발 전 Small Square에서 달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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