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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지스

034. 깨달음의 도시. 바라나시(Varanasi)와 사르나트(Sarnath) 바라나시에서 본 가장 큰 충격은 화장터였다. 화장 후 재를 갠지스강에 뿌린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직접 본 화장터의 분위기는 기묘했다. 관도 없이, 천으로 싼 시신을 장작불에 태우는데 천이 타면 시신이 노출되고, 팔다리가 떨어지면 인부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불 속에 다시 쑤셔 넣는다. 타다 남은 시신을 뜯어먹기 위해 개들이 주위에 어슬렁거리고, 소는 상여의 꽃을 뜯어먹다. 게다가 구경하는 외국인들에게 '저기 타고있는건 내 할머니다' 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사람들까지. 여기서는 죽어서도 빈부격차가 있다. 부유한 자는 좋은 장작을 많이 쓰고, 가난한 사람은 장작을 적게 쓰거나 아예 전기화장터를 이용한다. 부유한 자는 죽음이 다가오면 갠지스강에서 화장하기 위해 아예 바라나시에 자리잡고 죽을 날을 기다린다는 말도.. 더보기
033. 달마는 왜 서쪽으로 갔는가 아우랑가바드 이후, 잠시 스쳐갔을 뿐 한국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 모든 의사소통은 영어로 이루어졌다. 물론 영어가 안통하는 사람도, 정말 낯선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많았다. 가끔 영어가 능숙한 사람을 만나면 이번에는 내 영어가 문제였다. 생존을 위한 대화는 가능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깊은 대화는 힘들었다. 인도의 결정판 같은 바라나시에서는 귀한 인연을 많이 만났으며, 특히 한국인과의 만남이 정말 좋았다. 생각없이 말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 얼마나 속시원한지……. 이 느낌이 좋아서 처음에는 한국인만 보면 괜히 말을 걸기도 했다. 바라나시에서 가장 놀라운 만남은 달마였다. 달마는 누구인가? 고등학교 친구 용준이. 내가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도록 가장 큰 자극을 준 '레토'(http://eletto02.. 더보기
032. 따뜻한 대접을 받으며 바라나시로 전날 야간 주행덕에 거리를 상당히 만회했다. 2월 19일. 오늘 알라하바드(Allahabad)에 도착할 듯 하다. 그런데 피로 때문인지 발걸음이 상당히 더디다. 뭐 그래도 100km 만 가면 알라하바드고 거기서는 호텔에 들어갈 거니까. 마침내 알라하바드가 눈앞에 보인다. 저 강은 갠지스강이고, 강을 건너면 알라하바드다. 알라하바드 다리는 2층 구조인데 1층은 사람과 차량이 지나다니고 2층은 기차가 다닌다. 또, 상ㆍ하행 다리가 나누어져 있었지만,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에서도 그랬던 것 처럼 역주행하는 차량은 여전했다. 아무리 위험해도 꾿꾿히 역주행하는 저 근성만은 인정해야 할 듯 하다. 그런데 알라하바드 시내는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타르 프라데시 주에 들어서면서 부터 사이.. 더보기
031. 켄강 상륙작전 카주라호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이유는 일기예보. 이틀간 인도 중북부 전역에 비가 예정된 것이다. 일단 숙소에 머물면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비는 장맛비처럼 굵었고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인도에서 처음 만난 무료 Wi-Fi 서비스를 즐기면서 이틀을 보냈다. 그리고 햇살이 다시 내리던 2월 17일. 다시 출발이다. 이번 목적지는 알라하바드를 거쳐 바라니시이다. 비로 인해 늦어진 사흘을 만회하기 위하여 구글지도에서 추천하는 최단거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길이 안좋다면 많이 돌아가는 큰길보다 지름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World's Toughtest Road가 파손된 도로였다면 이번길은 진짜 비포장도로였다. 전날 내린 비로 구간구간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