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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India)

033. 달마는 왜 서쪽으로 갔는가

  아우랑가바드 이후, 잠시 스쳐갔을 뿐 한국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 모든 의사소통은 영어로 이루어졌다. 물론 영어가 안통하는 사람도, 정말 낯선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많았다. 가끔 영어가 능숙한 사람을 만나면 이번에는 내 영어가 문제였다. 생존을 위한 대화는 가능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깊은 대화는 힘들었다.갠지스강의 일출

  인도의 결정판 같은 바라나시에서는 귀한 인연을 많이 만났으며, 특히 한국인과의 만남이 정말 좋았다. 생각없이 말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이 얼마나 속시원한지……. 이 느낌이 좋아서 처음에는 한국인만 보면 괜히 말을 걸기도 했다.

  바라나시에서 가장 놀라운 만남은 달마였다.

  달마는 누구인가? 고등학교 친구 용준이. 내가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도록 가장 큰 자극을 준 '레토'(http://eletto02.tistory.com)의 고교시절 별명이 달마다. 이유는 삭발을 하고 다녔기 때문. 물론 당시 유도부는 대부분 같은 헤어스타일이었으나, 그는 가장먼저 삭발함으로서 '달마' 호칭를 선점했다.

  달마는 인천-중국-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태국-스리랑카 등을 거쳐 인도와 네팔까지 20,000km 넘게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와 언젠가 만나리라 생각했으나 그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그는 남은 인도 비자기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자전거에서 잠시 내려와서, 인도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자전거는 네팔에 맡겨두었다고 한다. 다음날 아그라로 가는 기차를 탈 예정이다.달마와 갠지스강 앞에서. 두 빡빡이의 만남

  원래 경량급이던 달마는 고된 일정에 비쩍 말라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얼굴을 편안해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장난으로 부르던 그의 별명처럼 정말 도가 터버렸나? 길에서 페달을 밟으면서 득도가 가능한가? 같은 인도를 경험하면서 나는 몰려드는 사람들, 시끄러운 오토바이, 아찔한 차량, 무질서한 거리, 엉망인 도로, 불안한 자전거 상태로 짜증이 가득했는데, 대체 달마는 어떤 여행을 한 것일까?

  그 알수없는 만족감과 편안한 표정의 원인이 무엇일까?

  달마와의 만남은 짧지만 강렸했다. 나도 달마를 따라갈까도 생각했으나, 자전거를 조금 더 타 보기로 했다. 이역만리에서도 만난 인연 다시 못만나랴. 다음에 만나게 되면, 내 표정도 조금은 달마를 닮게 될까?서쪽 아그라로 떠나기 전 달마와 함께

  또 다른 좋은 만남은 아우랑가바드에서 만났던 한홍희씨. 그는 내가 길에서 헤매는 동안 네팔까지 다녀왔고, 여기서 최종 귀국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바라나시의 이곳저곳을 섭렵하고 있어서 덕분에 쉽게 길을 익힐 수 있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한홍희씨와 동행하던 임현군과의 만남. 이 친구는 알고보니 나와 같은 사단에서 근무한 전우. 게다가 내 동기와 같은 중대에서 근무했다는데~ 달마와 홍희씨, 현이까지 정말 세상 좁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홍희씨, 현군과 함께

  홍희씨를 델리로 떠나보낸 후 밥먹으러 보나까페라는 곳에 갔다.홍희씨를 보내며.. 여행은 헤어짐의 연속

  보나까페는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으로 다음날 바라나시를 떠날 생각으로 갔는데, 갠지스강 건너편은 물이 깨끗하다는 말에 갠지스강에서 수영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일정을 연기했다.(보나 사장님은 격려도 많이 해주시고, 출발 전에 김치도 싸주셨다. 감사합니다)사람도, 음악도, 분위기도, 책도, 음식도 좋았던 보나까페

  그러면서 이상한 아가씨들(은이양, 윤미양), 태권도 사범 규택군, 또 다른 한국인들과 강 건너 모래밭으로 소풍 다녀오기도 하고.이상한 아가씨가 그려준 헤나강 건너편에서 자리잡고 본격적인 MT시작내 머리를 보고, 인도에서 이발을 포기한 태권도 사범님

  또 함께 배를 타고, 라씨를 먹었던 한국 청년 두분(죄송합니다. 이름이……).보트에서 본 갠지스강의 일출은 장관이었다.

  해병대 출신 팀장님이 인솔하던 단체 여행팀.. 수많은 좋은 분들을 만났다.

  복잡하고, 시끄럽고, 더러웠던 바라나시에 열흘 가까이 머문 이유는 도시 자체의 매력보다 이런 좋은 만남 때문인것 같다.갠지스강의 가트(둔치)

P.S. 이번 포스팅에는 인물사진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얼굴 공개를 원하지 않으시면 바로 삭제 또는 사진을 가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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