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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131. 사라예보의 장미 지긋지긋하게 내리는 비에 발이 묶였다. 그 동안 기상과 경로 등 이런저런 정보도 검색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각종 준비를 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건 자전거 정비. 프론트 랙이 늘 말썽이었다. 그동안 두 차례나 용접을 했으나 또 다시 부러져 버렸다. 오흐리드 조선소에서 만들어 준 보조 지지대에 케이블 타이를 칭칭 감아 겨우겨우 버텨오던 중이다. 다시 용접을 해도 오래 못버틸거고, 보조 지지대도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결국 튼튼한 랙을 구입하기로 했다. 마침 26유로에 괜찮아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기존보다 굵고 용접부위도 튼튼해 보인다. 큼직한 U형 볼트를 사용한 고정 방식도 마음에 든다. 파이프형 구조이므로 잘 휘지도 않을 것이다. Wing에 프론트랙을 장착하고 사이드미러까지 구입했다.. 더보기
128. 사라예보! 산(山)Ra예보? 자리에 누웠는데 밖이 소란스러운데 사람 같지는 않다. '뭐야? 진짜 귀신이라도 나타났나? 지가 귀신이면 귀신이지 왜 내 잠을 방해하는거야?' 밖을 확인해 보니 여러마리 말이 풀을 뜯고 있다. 가만 보니 말에는 고삐도 없다. 누가 키우는 말이라면 밤에 저렇게 풀어놓지는 않을텐데……. 그럼 야생마 가족? 그런데 말이 야행성이었나? 왜 밤에 돌아다니지? 알아들을 리 만무하지만 말떼를 향해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꽥 지르고 다시 잠을 청한다. 다른데로 간건지 신기하게도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말은 온데간데 없고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흠. 말귀신이었나? 아무렴 어때? 나는 내 갈길을 가야지. 전날 마지막에 오르막을 오른 덕분에 시작부터 수월한 내리막이다. 날씨도 좋아서 더할 나위 .. 더보기
127. 공동묘지 곁의 하룻밤 트레비녜(Trebinje)를 떠나자 계속해서 산길이 이어진다. 마을은 거의 없다. 나라에 비해 인구밀도가 매우 낮은것 같다. 전쟁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시골이라 그런 것일까? 주위에 보이는 산은 주로 바위산이다. 그 바위 틈 사이로는 작은 풀부터 나무까지 자라고 있었다. 경사가 험한건 아니지만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니 금세 지친다. 그래도 이정도 도로가 있는것에 대해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달리다 보니 바위도 모양이 다 다르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바위가 겹겹이 쌓인 협곡이었다. 어쩐지 삼국지의 손견이 죽은 골짜기가 이런 곳이 아닐까 싶은 곳이다. 괜시리 매복이 있을까 주위를 돌아본다. 출발한지 20km가량 지났을까? 큰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 둘레를 따라 10km 이상 달렸으나 호수는 끝날줄을 모른다.. 더보기
126. 고즈넉한 트레비녜와 혼란스런 스릅스카 공화국 언덕 위에 위치한 Ivanica 국경을 통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진입했다. 국경은 매우 초라했다. 국경만은 그럴듯 했던 알바니아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만난 국경 중 가장 허술해 보인다. 검문소 직원은 심심했던지,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통행도 거의 없다.  국경을 넘어 가게에서 빵 하나로 식사. BiH가 물가가 더 저렴하다기에 기다려 온 참이다. 역시 예상대로 크로아티아보다 싼 물가가 마음에 든다. 사람들도 먼저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게 크로아티아보다 더 친절해 보인다.  휴식을 취했으니 다시 출발. 길은 산길인데 왼쪽은 회색빛 바위산이고, 우측 절벽 아래로는 크로아티아가 내려다 보인다.  게다가 도로 상태도 좋지 않고, 가드레일은 녹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