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dia

059. 계속 이어지는 따뜻한 만남 더위에 눈을 떠보니 전날 잔 곳은 다름아닌 목장이었다. 염소들이 경계를 풀치 않은 채 나를 응시하고 있다. 짐을 주섬주섬 정리하며 보니 염소, 양 등을 담 안에 풀어놓고 기르는데 쪽문이 열려있고 지키는 사람도 없다. 주행중에 주인없이 돌아다니는 염소나, 길가에 죽어있는(로드킬이 아닌) 염소를 수차례 봤다. 오만은 길가에 풀은 많이 있으니 아사는 아닐거고, 아마 이런 구조의 목장을 벗어난 후, 길을 잃고 일사병과 목마름으로 죽었으리라. 어째서인지 갈 길을 잃고 헤메다가 쓰러져 있는 염소가 내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자유의 대가인가? 자꾸 이런 것을 보면 기분만 이상해지니 빨리 떠나야겠다. 조금 가서 대형 마트가 보이길래 화장실에서 세수, 빨래까지 끝냈다. 물 몇병 사고 나오는데 갑자기 어디선.. 더보기
050. 공포의 아랍 에미레이트와 샤르자 공항 네팔에 갖혀버렸다.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인도와 중국 모두 비자가 없고 결국 비행기로 네팔 탈출을 결정. 한 달 생활비도 함께 내 주머니를 탈출한다. 이후 희망 목적지는 이란. 이란은 여러 여행자들로부터 좋다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들었고, 또 어릴때부터 상상 속에 존재하던 페르시아 제국이 있던 곳이다. 저가 항공을 알아보니 대부분 아랍 에미레이트(United Arab Emirates; UAE)를 경유. 가장 저렴한 Air Arabia를 선택했는데, Air Arabia는 샤르자(Sharjah)라는 곳을 모항으로 사용한다. 네팔에서 이란을 간다면 카트만두-샤르자, 샤르자-테헤란 이런 식이다. 어차피 두 번 비행할거, UAE에 머물면서 아랍세계를 좀 둘러볼 수 있을까? 저가 항공이라지만 출발이 임박하여 예약하니.. 더보기
041. 인도 자전거여행을 마치며 2012년 11월 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인도 뭄바이(Mumbai)로 입국했다. 인도의 첫인상은 소란과 소음, 무질서로 카오스 그 자체였다. 뭄바이 근처의 신도시(나비 뭄바이)에서 약 2개월간 학원을 다니며 영어 공부를 하였으나 가격/시간 대비 큰 수확은 없었다고 생각된다.(인도의 어학연수의 효과는 본인 수준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 기간동안 헬스장에 다니며 85kg를 목표로 열심히 체중증가를 시도하였지만 고기가 거의 없는 식단 때문인지 실패했다.(인도인들은 대부분 마른 편이지만 헬스장에는 몸 좋은 사람도 많았다) 어느새 새해가 밝았고 1월 5일. 83kg의 체중으로 푸네(Pune)를 향하여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였다.(애써 찌운 살은 순식간에 다 빠져버렸다) 첫날부터 데칸고원을 만.. 더보기
040. [자전거여행 외전] 짧았던 인도 배낭여행 안나푸르나 트래킹은 환상적인 경험이었지만 그 대가는 컸다. 덕분에 일정이 완전히 꼬여버린 것. 인도 비자가 1주일도 안남은 것이다. 비자 만료전에 무조건 델리(Delhi)에는 다녀와야 한다. 이유는 자전거 랙 때문. 스포크 파손 후 옴카레슈와르에 머물면서 바이클리 사장님께 SOS를 청했는데, 델리의 후배에게 랙을 EMS로 보내주셨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료로. 굳이 랙 하나 때문에 델리에 들어가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지만, 여행용 중 가장 저렴한 자전거 한대 구입했음에도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신 바이클리 사장님의 친절이 고맙고, 또, 누군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델리에서 한달 이상 랙을 보관하고 계신 문정수 사장님을 생각하면 안가는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할때만 연락하고, 이제 대충 .. 더보기
031. 켄강 상륙작전 카주라호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이유는 일기예보. 이틀간 인도 중북부 전역에 비가 예정된 것이다. 일단 숙소에 머물면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비는 장맛비처럼 굵었고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인도에서 처음 만난 무료 Wi-Fi 서비스를 즐기면서 이틀을 보냈다. 그리고 햇살이 다시 내리던 2월 17일. 다시 출발이다. 이번 목적지는 알라하바드를 거쳐 바라니시이다. 비로 인해 늦어진 사흘을 만회하기 위하여 구글지도에서 추천하는 최단거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길이 안좋다면 많이 돌아가는 큰길보다 지름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 이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World's Toughtest Road가 파손된 도로였다면 이번길은 진짜 비포장도로였다. 전날 내린 비로 구간구간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더보기
030. 종교? 예술? 외설? 카주라호의 정체는? 모진 고생끝에 도착한 카주라호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리고, 카주라호에는 한국말 할 수 있는 인도인들이 모두 모여있는 듯 했다. 한국 식당도 있고, 한국어 간판도 많다. 또 '꼬레아? 안뇽핫씨요?" 하는 호객꾼들도 성황이었다. 우선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서부사원군을 돌아보기로 했다. 전설에 따르면 달의 신 찬드라(Chandra)의 아들 차드라바만(Chardravarma)이 카주라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후손 찬델라(Chandela) 왕조가 이곳에 수많은 사원을 세웠다. 입장료는 250루피. 역시 인도인에게는 10루피만 받는다. 학생할인도 안되는 엄청난 차별요금. 멀리서 본 서부 사원군은 큰 공원같은 인상이었다. 매표소 왼쪽의 비하라(Vihara) 사원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아보기로 .. 더보기
028. 최악의 도로를 만나다. Never Highway 86 산치는 인도에서 본 도시 중 가장 조용하고 깨끗한 곳이었다. Gleen Sanchi Clean Sanchi라는 슬로건에 따라,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없고, 놀랍게도 아침마다 거리를 청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월 9일 까치까치 설날. 떠나기 아쉬운 산치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편도 2차선으로 잘 닦인 도로는 인도르-보팔 구간이 끝이었다. 그리고 산치를 지나 8km정도 떨어진 비디샤라는 마을에서부터 인도 도착이래 최악의 도로를 만났다. 처음에 간헐적으로 나오던 비포장도로는 끝이 없이 이어졌다. 정체는 바로 NH86. 아무리 봐도 이건 National Highway가 아니라 Never Highway다. 혹시 길을 잘못든게 아닐까. 평소 안쓰던 스마트폰 GPS까지 활용하여 위치를 체크하지.. 더보기
027. 산치의 무도사 산치는 보팔에서 북동쪽 46km지점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보팔보다 숙소비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실 산치에 온 이유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건축물이 있어서였다. 바로 마우리아 왕조의 아쇼카 왕이 불교로 개종한 후, 스투파(Stupa, 부처님의 사리탑)를 세운 것. 아마 현장스님(삼장법사)이나 혜초스님도 이곳을 다녀갔을 것이다. 하지만 더 시급한 것은 빨래였다. 전날 비로 인해 진흙속에서 건져낸 텐트도 빨고, 간만에 샤워도 제대로 했다. 침낭과 눅눅해진 옷가지를 모두 햇볕에 말렸다. 야영을 할 때 골칫거리 중 하나, 물을 구할 수 있으면 미리 준비하여 씻기도 하고, 방법이 없을때는 물티슈를 이용해서라도 대충은 씻는데, 머리만은 제대로 해결 할 방법이 없다. 헬멧 속에서 땀 흘리고 방치하면 .. 더보기
026. 건기에 비 맞으며 산치(Sanchi)로 2월 2일 옴카레슈와르를 떠나 다시 여정에 올랐다. 여전히 걱정 되는 부분은 뒷바퀴. 스포크가 얼마나 잘 버텨줄지가 의문이다. 경로는 조금 수정했다. 인도르(Indore)를 거치지 않기로 한 것. 어차피 한 번 가보기도 했을 뿐 아니라, 그 소음과 교통체증을 다시 겪으면서 갈 필요는 없는 곳이다. 마침 인도르시 전방에 동쪽으로 빠지는 우회도로가 있었다. 보팔(Bhopal)도 그냥 통과하고, 바로 산치로 가기로 했다. 옴카레슈와르-인도르 가는 길은 끊임없는 오르막이었다. 뭐 이미 버스에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첫날, 데칸 고원을 오르던 고생길이 떠올라 많이 긴장했지만, 끝까지 갈 만한 길이었다. 역시 해 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었다. 이날 달리는 중 계속 멈춰서 스포크를 점검하기를 수 .. 더보기
025. 다시 출발. Omkareshwar를 떠나며 Omkareshwar. Madhya Pradesh주의 아주 작은 도시. 여기서 10일가량 머물러 있었다. 매일 '오늘은 출발해야지' 하면서도 하루하루 연장한 이유는, 숙소가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자전거 상태가 불안했기 때문. 꼭 출발하려고 최종 점검을 하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브레이크 감이 예전같지 않고, 기어 변속감이 이상한것 같고, 뒷바퀴에 무슨 소리가 나는것 같고. 한번 문제가 생기니 예전 같으면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을 가벼운 증상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간단한 문제를 방치하여 길에서 시간 낭비하느니, 여기서 확실하게 정비하고 가야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매일매일 다시 조정하다 보니, 어느새 자전거의 원리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기계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