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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Albania)

113. 자전거 여행, 무얼 먹고 다닐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식사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행인건 웬만한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것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음식은 입맞에 잘 맞아 낯선 환경에도 식사 부담이 없다.

  어릴때는 몇가지 안 먹던 음식이 있었으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음식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목포해양대학교 생활은 나쁜 습관까지 바꿔준 정말 좋은 기회였다.

  '서양'생활 답게 유럽에서 내 주식은 식빵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어디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식빵도 먹을만 하지만, 빵집에서 바로 잘라주는 빵은 매우 부드럽고 맛있다.

<빵을 자르는 기계>

  여기에 딸기잼이나 초콜렛을 바르면 식사 끝.

<식빵이 이렇게 맛있었을 줄이야>

  그래도 가끔은 고기가 필요하다. 패스트푸드로 가장 많은건 터키식 도너(Doner)로, 한국에서 케밥하면 바로 떠올리는 요리다. 예전 오스만(Ottoman) 제국 영향하에 있어서인지 터키식 음식은 발칸반도 어디서나 흔하다.

  양념에 재워 꼬챙이에 끼워둔 고기를 돌리면서 굽고, 익은 부분을 세로로 잘라내어 빵, 약간의 채소과 함께 내어준다.

<불가리아의 도너 가게>

  터키에서는 주로 에크멕(Ekmek)이라는 빵과 함께 나오지만, 부풀지 않은 납작한 빵을 사용하여 김밥이나 아이스콘처럼 말아주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도너보다 기로(Gjiro)라는 부르는데 그리스 요리라고 한다.

<도너와 기로>

  또, 부렉(Burek)라는 치즈나 고기가 들어있는 삼각형 빵도 있는데 이건 세르비아 음식인듯 하다.

<왼쪽은 부렉, 오른쪽은 도너>

  피자도 흔하다. 불가리아에서는 두 조각에 1레바(800원)에 먹었으나, 알바니아에서는 한판에 250렉(2,800원)으로 저렴하다.

  밀가루 반죽을 돌리고 던지면서 얇게 펴더니 토핑을 올리고 오븐에 구우니 순식간에 피자 한판이 나온다.

<피자를 만드는 모습>

  과일도 저렴한데 오렌지는 어디서나 흔해서 좋은 비타민C 공급원이 된다. 껍질 벗기기 편한 바나나도 유용하다.

  가끔 식당에서 호강을 할 때도 있다. 바로 돼지갈비. 1인분에 400렉(4,500원)인데, 이슬람이 다수인 국가에서 돼지고기를 판다는것도 신기하다.

  한국과의 차이점은 다 구워서 내어준다는 것. 숯불 불씨를 지피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것도 특이하다.

<드라이어로 불을 지피고 고기굽는 중>

  고기는 소금, 빵, 치즈와 함께 제공된다. 뭐,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고기에는 상추와 쌈장이 제맛인데…….

  덧붙여 나이프 사용은 정말 불편하다. 양식에 가위 도입이 시급하다.

<알바니아에서 먹은 가장 비싼 요리지만 뭔가 아쉽다>

  하지만 늘 식당에서 먹을수는 없다. 가장 저렴하면서 배불리 먹을수 있는 방법은 역시 취사. 특히 주방이 갖춰진 호스텔은 매우 편리하다.

  단, 부탄가스 보급은 늘 문제다. 막대식 부탄가스는 한국에서는 가장 저렴한 연료였지만, 여기서는 구하기도 쉽지 않고 비싸다. 네팔에서 구입한 나사식도 마찬가지다.

  터무니 없이 비싼 가스때문에 결국 유럽식 버너를 구입하게 되었다.(약 5,000원). 그래도 버너와 가스를 사는게, 나사식 부탄가스보다 더 저렴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버너만 세개다.

<발칸반도에서 주로 사용하는 버너와 가스>

  취사를 할 경우 가장 만만한건 스파게티다. 단, 손이 많이가고 면이 빨리 익지 않으므로 연료소모도 많아서 야영에는 적합하지 않다. 호스텔에 묵는 날만 먹는 요리.

<가끔은 고기도 넣는다. 그래도 2,000 이내><코소보에서 히로유키에게 배운 크림스파게티>

  마케도니아에서는 까르푸에서 김과 라면을 발견했다. 라면은 봉지에 한글이 씌여 있었는데 맛은 현지라면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특이한건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할랄(HALAL) 음식이었다.

<마케도니아에서 보충한 비상식량. 라면은 할랄 인증>

  즉석국이나 수프도 있다. 500~1,000원 사이. 그냥 물넣고 끓이면 되니 편하다. 주로 파스타류가 들어있는데 물을 많이 넣으니까 수제비 같기도 하다. 거기에 양파와 파를 넣으면 더 맛있고 양도 많아져서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된다.

<할인중일때 잽싸게 확보한 즉석국>

  수제비같은 즉석국을 먹다보니 아예 밀가루를 구입해서 수제비를 시도해 봤다. 히로유키가 매일 이런저런 요리를 해준게 고마워서 한번 해 봤는데, 간장을 넣었더니 색이 된장국처럼 되어버렸다. 그래도 잘 먹어서 다행이지만, 밀가루 반죽하기 귀찮아서 당분간은 시도하지 않을 예정이다.

<수제비에 간장을 넣으면 별로구나>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더 강하고 남자다워 질 줄 알았는데 어째 점점 주부가 되어가는듯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요리중에 역시 제일 만만한건 밥이다. 쌀은 여기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빵보다 포만감도 더 오래가서 좋다. 반찬은 없지만 각종 국을 끓이면 된다.

  채소는 한국과 조금씩 다르다. 마트에서 쑥갓을 발견하고 듬뿍 넣어봤더니 기대와 전혀 다르다. 알고보니 쑥갓이 아니라 파슬리라는 채소였는데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또 특이한건 무. 짧고 보라색을 띄고 있으며 조금 푸석푸석하고 맵지 않다.

<다양한 국거리-신기한 서양무, 유통기한이 찍힌 흰계란, 정어리 통조림>

  사실 매운음식은 잘 안보인다. 고춧가루를 구입해도 달기만 한게 아무래도 파프리카가루인듯 하다.

<정어리에 파프리카로 의심되는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전혀 안매운탕>

  매운맛과 더불어 또 한가지 아쉬운건 콩. 검은콩이 들어간 콩밥을 참 좋아하는데 도무지 콩을 찾기가 어렵다. 콩밥대신 쌀과 같이 넣을 게 없을까? 궁리끝에 아예 각종 요리를 개발하게 되었다. 주부가 아니라 이제는 요리연구까지…….

  목표는 간단하고 저렴하며 콩밥처럼 밥만 먹어도 맛있는 밥(국끓이기도 귀찮다)!

  그리고, 개발한 몇가지 레시피 공개!

  1. 마늘생강밥

<괜찮은 결과물. 마늘생강밥>

  쌀과 함께 마늘을 투입해 봤다. 생강도 조금 넣고. 결과는 대만족. 익은 마늘은 전혀 맵지 않고, 마인드 콘트롤을 하면서 먹으면 콩밥 같기도 하다. 생강이 풍미를 돋구워주어 밥만 갖고도 한그릇 금세 비운다. 손이 많이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평가 : ★★★★☆ 맛있다.

  2. 계란밥

  마늘생강밥에 한껏 고무되어 이번에는 쌀에 계란을 투입해 봤다.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한번 시도해 본다.

  뚜껑을 열어보니 염려와 달리 그럴듯했다. 계란은 그대로 익어있었고, 삶은계란같다. 즉 그냥먹기에는 싱겁지만 껍질 벗기는 수고가 불필요하다는 장점도 있다.

  평가 : ★★★☆☆ 싱겁다.

<쌀 위에 그대로 각종 재료 투입>

  3. 계란마늘생강소금밥

  업그레이드 판으로 소금, 마늘, 생강을 함께 넣어보니 역시 반찬없이 먹을만 하다.

  계란은 근육의 필수요소 단백질을 공급해주고 간도 잘 되어 있다. 계란후라이와는 달리 기름이 필요없어서 간편하다. 계란을 넣기 전, 쌀 가운데를 오목하게 파 놓으면 거기에 쏙 들어간다.

  평가 : ★★★★★

<가장 괜찮았던 계란마늘생강소금밥>

  4. 보리(?)밥

  물론 보리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대안으로 보리물이 있다. 쌀에 물 대신 보리물(맥주)을 투입했다. 맥주값이 매우 저렴한 발칸반도에서만 시도해 볼 만한 요리. 특징은 쌀이 익는 동안 보리향이 아주 좋다

  드디어 완성. 음. 향은 아주 좋고 알콜은 가열하면서 다 증발해버렸다. 밥먹고 취한다면 이상하겠지? 문제는 그냥 밥맛과 다를바 없다.

  평가 : ★★☆☆☆ 가격대 성능비 엉망

<맥주로 지은 보리밥. 향은 좋지만 그걸로 끝>

  5. 짜장(?)밥

  점점 이상한 음식이 탄생하고 있다. 짜장 소스역시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비결은?

  쌀+물에 프림이 없는 커피 2봉지를 넣고 끓였다. 결과는 나름대로 괜찮았고 한그릇 비우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아마 다시 시도하지는 않을 것 같다.

  평가 : ★☆☆☆☆ 커피는 마시라고 있는거였다.

<카페인이 필요할때 커피로 지은 짜장밥을>

  아. 다음에는 뭘 넣어볼까? 파? 양파? 아니 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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