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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Albania)

116. 자전거 여행자들의 집합소 쉬코드라

  전날 받은 친절한 대접을 떠올리며 기분좋게 달린다. 목적지 쉬코드라(Shkodra)는 그다지 멀지 않다. 멀리 보이는 산 위에는 오래된 성벽도 보이고, 전날 내린 비로 흙탕물이 되어버린 조그만 강을 건너자 쉬코드라에 진입했다.

<흙탕물이 되어버린 강><쉬코드라 진입로의 모스크>

  전날 까페에서 PC를 사용하며 보아 둔 호스텔을 찾는다. 가격 때문에 결정하긴 했지만 호스텔 이름도 재미있다. Mi casa es tu casa. '내 집은 네 집이다'라는 이름.(주행거리 15.1km, 누적거리 8,615km)

<배낭여행, 자전거여행자를 그려놓은 간판>

  호스텔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강아지가 맞아준다. 또, 정원이 있고 자전거 보관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그동안의 호스텔은 대부분 아파트 형식이라 짐 옮기기도 귀찮고 자전거 보관도 애매했는데 다행이다.

<호스텔의 마스코트 미쵸(고양이)와 요가(강아지)>

  짐을 풀고 있는데 앳스시 이토(Atsushi Ito)라는 일본 친구가 나타났다. 그는 거의 3년간 자전거로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고 한다. 간만에 자전거 여행자를 만난 반가움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자전거도 살펴보는데 이 친구의 자전거는 특이하게 핸들바에 물통을 두 개나 달고 있었고, 등산 스틱을 갖고다닌다.

  이유를 물어보니, 가끔 등산도 즐기지만 대부분 개 쫒는 용도라고 하니 나와 정확히 같은 목적이다.

<이토와 그의 자전거>

  이토뿐만 아니라 호스텔에는 여러 나라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많이 들어왔다. 사실 호스텔의 여주인 줄리엣 또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크리스라는 미국인은 이탈리아에서 출발했다는데 PET병을 잘라 흙받이를 만들어 쓰고 있었고, 독일 여행자는 작은 배낭 하나가 짐의 전부다. 무조건 당일에 도시로 들어가서 숙박업소를 찾는다고 한다.

<크리스와 PET병으로 만든 흙받이>

  짐이 없으니 속도도 빠르고 훨씬 장거리 주행도 가능하며 유럽은 하루 정도면 왠만한 도시와 연결되는데다가 상대적 물가 차이로 경비 비용도 부담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짐이 없는 독일 여행자>

  하지만 아쉬운건 혹시 동행이 있을까 했는데 모두 경로가 달라 앞으로도 혼자 다녀야 한다는 점이다.

  쉬코드라는 몬테네그로(Montenegro)에서 넘어오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으며, 알바니아(Albania) 북부의 중심도시인 것, 하루면 수도 티라나까지 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 옛 분위기가 잘 보존된 도시 자체 등의 이유로 자전거 여행자들이 모이는 것 같다.

  자전거 여행자 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자전거가 많이 보인다. 대부분 평지이며 적당한 도시 크기로 인해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도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회전 교차로의 초기 자전거 형상><쉬코드라 시가지.>

  쉬코드라는 고대 일리리아(Illyria) 시대부터 내려오던 유서깊은 도시이며 북부 알바니아의 중심지이다. 호스텔에 짐을 풀어두고 쉬코드라를 둘러본다.

  알록달록한 주택과 가난해 보이는 모습, 넓찍한 공원 등 대체로 알바니아의 다른 곳과 비슷하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조금 더 활기차 보이는 것이다.

<이제는 익숙한 형형색색의 주택><테레사 수녀와 모스크>

  하지만 쉬코드라에서 진짜 매력적인 곳은 구시가지였다. 쉬코드라 구시가지는 모스크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슬람보다는 유럽의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곳이었다.

  구시가지의 중심인 Rruga 13 Dhjetori 거리는 차량 진입이 금지되어 있었고, 고풍스러운 석조 건물 사이에는 노천까페가 줄지어 있다. 또한 주말에는 근처 광장에 장도 열린다.

<노천 까페가 즐비한 구시가지 중심거리 Rruga 13 Dhjetori><비오는 날의 Rruga 13 Dhjetori><노점상의 스칸데르베그(Skanderbeg) 기념품>

  중심가 뿐만 아니라 골목길 역시 옛 모습이 고이 간직되어 있었다. 쉬코드라 골목길의 느낌이 좋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오래되어 보이는 골목길><소박하지만 활기찬 쉬코드라>

  이곳 호스텔에서 각국의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오스트리아 친구들과는 바이에른 뮌헨 vs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중계를 보기도 했고, 특히 팔레스타인인들과의 만남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알게 해 주었다.

<돌로 포장된 Sheshi Parruce 거리>

  해질녘에는 호스텔에서 만난 아일랜드 친구들과 함께 근처의 로자파(Rozafa) 성채에 올랐다. 바로 쉬코드라에 들어오면서 보던 성이다. 언덕 위에 설치된 로자파 성은 일리리아인들에 의해 지어졌고, 베네치아 공화국과 오스만 제국에 의해 재건축 되었다고 한다.

<로자파 성 내벽><로자파에서 내려다 보는 쉬코드라 시내>

  둘레가 약 2km에 달하는 성채는 천혜의 요새였을듯 하지만 현재는 모는 기능을 상실하고 허물어진 성벽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허물어진 성벽 사이에서 양을 먹이는 목동은 목가적이면서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목장이 되어버린 로자파 성><양 한마리, 양 두마리…….><로자파 성을 내려가는 중>

  묘한 매력을 가진 쉬코드라. 그 자체도 좋지만, 쾌활한 여행자들과 친절한 호스텔, 그리고 무엇보다 활기찬 분위기에 반해 즐겁게 머물고 있다.

<그림같은 쉬코드라 시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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