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이제는 나름 익숙해진 두바이(Dubai)를 떠난다. 벌써 두바이에 20일을 머문 셈이다. 김선용 목사님댁에서만 10일. 엉덩이도 참 무겁다.
Souk Madinat Jumeirah
목표는 아부다비(Abu Dhabi)를 시작으로 다른 에미레이트를 둘러보는 것. 뚜르 드 아라비아 - 이름만 거창할 뿐,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다시 두바이로 돌아올 계획이므로 침낭, 겨울옷, 수리부속 일부는 목사님댁에 맡겨두었다. 가벼워진 Wing과 함께 출발.
처음에 잤던 오픈 비치를 지나고, 버즈 알 아랍도 지나 팜 주메이라(The Palm Jumeirah)가 보이는 해변에 잠시 들렀다.
두바이의 강태공. 뒤로 멀리 팜 주메이라(The Palm Jumeirah)가 보인다.
물은 믿기힘들 정도로 깨끗하고 낚시하는 사람, 수영하는 사람들. 좋다. 물에 들어가고 싶으나 일단 보류. 일행 하나만 더 있었으면 아마 입수했을 것이다.
정말 들어가고 싶던 깨끗한 바다
내친김에 야자수를 닮은 인공해변 팜 주메이라도 가보기로 했다. 팜 주메이라는 생각보다 컸다. 나무기둥에 해당하는 도로만 3km에 가까우니까.
통행 가능한 나무기둥 주변은 아파트촌이며, 나무가지에 해당하는 곳은 주택가로 출입금지다.
팜 주메이라 진입로
집 앞마당이 해변인 아이디어. 보기에는 참 좋아 보인다. 방파제도 보이지만, 오픈 비치에서 며칠 본 결과, 간만 차도, 파도도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나저나 군경 검문소 등은 전혀 안보인다. 이렇게 무작정 해안선을 넓혀놓다니 간첩이 침투하기 딱 좋은 환경이다. 안보의식이 전혀 없는것일까 아니면 해안 경계에 신경 안써도 될 만큼 안전하다는 뜻인가?
팜 주메이라로 인해 확장된 해안선모노레일이 달리는 팜 주메이라
두바이 시내를 지나니 대부분이 공사장이거나 황무지다. 두바이는 땅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나름대로 전략에 의해 계속 바다를 간척해온 것이다.
아무튼 두바이는 여러 모로 내 모교(국립목포해양대학교)와 닮아서 마음에 든다.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은 학교 정문과 닮았고, 우리 학교도 바다를 메꿔 신 본관을 지었으니까.
팜 주메이라의 끝에는 바다를 향해 문이 열려있었다.
외곽 도로는 모래 먼지가 자욱하다. 하지만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이유는 먼지 뿐만이 아니다.
너무너무 덥다. 물 3.5ℓ를 챙겨왔는데도 부족할 듯 하다. 게다가 먼지때문에 마스크까지 쓰고 다니려니 정말 고역이다.
모래먼지로 인해 육지쪽 하늘은 누렇다.
결국 나무그늘을 발견.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식사는 김미정 氏에게 받은 햇반과 깻잎통조림.(정말 잘 먹었습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음식은 무거운 것 먼저 해결해야한다. 햇반을 데우다가 너무 더워 그냥 대충 먹기로 한다.
결국 식사 후 낮잠까지 자고서야 다시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침 준비 끝. 슬림해진 Wing도 그늘에서 휴식
어느 새 15시. 덥다. 그냥 계속 덥다. 땀이 덜 잠근 수도꼭지처럼 계속 흐른다. 휴게소를 발견하고, 화장실에서 티셔츠를 물에 담궜는데 30분도 안되어서 다 말라버렸다.
이런. 두바이의 에어컨이 나오는 버스정류장은 절대 사치도, 돈자랑도 아니었다. 에어컨은 필수품이다.
Ibn Battuta Gate. 여행기를 남긴 이븐 바투타?
짐도 적고 도로도 좋은데 도무지 기운이 나지 않는다. 150km은 가능 할 줄 알았는데 결국 포기. 행정 구역상으로는 아부다비인 Al Rahba Hospital 근처의 공터에서 쉬어가기로 했다(주행거리 124.34km, 누적거리 3,524km)
오랜만에 텐트 알 아랍을 펼쳤는데, 그 새 날씨가 바뀌었나 보다. 이제는 저녁에도 덥다. 도무지 더워서 잠을 이룰수가 없다. 계속 뒤척이며 왔다갔다 하다가 23시 경 간신히 잠들었다.
취사중. 텐트 알 아랍에도 에어컨을?
태양은 알람 역할도 한다. 해가 뜨고 얼마 지나면 더워서 깨게 된다. 주섬주섬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도로는 넓게 잘 깔려 있는데, 아스팔트 색이 이상하다. 갈색 아스팔트가 나오는 것. 포장 끝자락을 보니, 내가 알고있던 회색 아스팔트다. 아마 강한 태양열에도 파손되지 않는 특수코팅을 한게 아닌가 싶다.
아부다비 가는 길의 갈색 아스팔트
복잡한 시가지를 피하기 위해 섬을 거쳐가기로 했다. Yas Island, Saadiyat Island는 12번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서 더이상 섬이 아니다. 마치 진도나 거제도처럼. 도로상태는 최상이고, 경사도 심하지 않고, 교통량도 적다. 주행에 최상의 상태인데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고가도로 아래, 그늘을 발견하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물을 마시려는데, 물이 데워져서 차를 마시는 기분이다. 분명히 1시간 전에 냉장고 제일 깊은곳에서 꺼낸 생수인데…….
내친김에 컵라면에 부어보았다. 끓는 물 정도는 아니지만 라면이 익었다. 그것도 물통은 태양복사열을 직접 받은게 아니라, 주행 내내 내 몸에 가려져 있는 상태였다.
친환경 태양열 컵라면
으아. 중동을 너무 가볍게 봤나? 계속 이 상태면 경로를 수정하거나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생각해 보니, 전날 마신물만 6.5ℓ다. 운동할 때는 출렁출렁하는 느낌이 싫어서 물을 마시지 않는 습관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갈증은 그치지 않고, 배가 불러서 더이상 물을 못 마실 지경이다.
긍정의 힘.
'그래, 태양열로 라면 끓여먹으면 부탄가스값는 아낄 수 있겠구나' 말도 안되는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하면서 계속 간다. '아부다비 얼마 안남았다. 조금만 더 힘내자.'
도로 주변은 백사장 뿐. 모래는 한국과 다른 붉고 고운 모래
그나마 주위 경치가 좋은게 유일한 위안이다. 바닷물은 다리 위에서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알 수 없는 나무는 백사장에 뿌리를 내리고, 기둥은 물에 잠겨있다.
마치 더워서 한걸음 성큼 물속으로 들어간 것 처럼 보인다. 소금물 속에서 살 수 있는것도 신기하다.
바닥이 보여 도무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바다나무도 더워 물속으로 들어갔나 보다
와. 드디어 나타난 아부다비.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조그만 슈퍼마켓. 기다렸다는 듯이 음료수 두 캔, 물 1.5ℓ를 구입. 오늘 산 물도 벌써 4.5ℓ, 그나마 두바이보다 물가(생수 가격)가 저렴하여 다행이다.
아부다비는 아랍 에미레이트(UAE; Arab Emirates)를 구성하는 7개의 국가 중 하나이며, UAE의 수도이기도 하다. 아부다비 왕은 UAE의 대통령을 겸한다고 한다.
겸직이라, 일이 2배라는 소리인데, 권력자라고 좋아할까? 아니면 내심 귀찮아하고 있을까? 예전 일하면서 겸직에 늘 시달려온 나로서는 전혀 부럽지 않다.
두바이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아부다비 시가지
아부다비의 첫 느낌은 같은 나라지만, 두바이와 뭔가 모르게 다르다. 에미레이트는 토후국이라기 보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폴리스(Polis)와 같은 느낌이다.
우선, 영어가 훨씬 안통하는 느낌이다. 교통 신호체계도 다르고 건물 양식도 다르다. 전반적으로 두바이보다 고층 빌딩이 더 많고, 아랍 색채는 더 옅은 듯 하다. 뭐 아직은 모르겠지만. 참. 버스 정류장에 에어컨은 안 나온다.
빌딩은 하나같이 1층이 부실해 보인다.
햇볕은 점점 뜨거워진다. 마침, 부두 앞에 쉴 만한 공간이 있어서 그늘을 찾아 휴식. 밥도 해 먹고, 낮잠이나 자려는데 옆에서 말 거는 친구가 나타났다. 영어가 거의 안통하는 녀석이라 귀찮아서 상대 안하려는데 계속 말을 걸어온다. 스스로 아랍인이라는데, 먼저 접근하는 현지인은 처음이다. Good body를 외치며 들러붙는 녀석. 알고보니 게이였다. 제길.
내가 듣기로 이슬람 율법에 동성연애는 금지된 걸로 알고있는데, 게다가 얼핏 듣기로 수염없는 남자는 남자로 보지 않거나 게이로 본다는 말이 있어서 면도도 안하고 있었는데, 이건 무슨 상황?
그나저나 예전에도 그리스 게이를 만났는데, 나 정녕 남자스타일인거야? 나한테 관심있는 아가씨는 대체 어디있는걸까?
게이를 만난 공원
귀찮은 게이를 뒤로 하고 다시 더운 시내로 나왔다. 오. 스타벅스가 보인다. 된장남? 된장인지 쌈장인지 그딴건 모르겠고, 에어컨이 나오는 스타벅스는 내 생존전략이다. 소금기 가득한 옷도 헹구고, 전자기기 충전도, 무엇보다 해 질때까지 좀 쉬어야겠다.(주행거리 55.05km, 누적거리 3,57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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