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못할 플리트비체(Plitvička) 마라톤도 끝났고 호수 구경도 모두 마쳤다. 이제 이 물가비싼 플리트비체를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아직 무릎상태가 완전하지 않고, 캠핑장 체크아웃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최대한 출발을 늦추었다.
꾸물거리다 보니 반나절이 지나서야 비로소 플리트비체에 작별을 고할 수 있었다. 그럼 설렁설렁 출발해 볼까?
<멀리 내려다보이는 플리트비체 호수>
<마지막으로 마라톤 코스를 돌아본다>
<도로변에 텐트 알 아랍 전개>
<녹색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소박한 마을을 지나>
<크로아티아의 체스판 문양이 새겨진 십자가탑>
<마을 행사장에서 음료 시음>
<수풀 사이로 보이는 백작 주거지>
<이 집도 재건해야 할듯>
<마을 광장에 열린 장터>
<강을 가로질러 Slunj-Rastoke를 잇는 다리>
<개울가에 지어진 집>
<폭포 위의 집?>
<집집마다 폭포수가 흘러넘친다>
<다리 아래도 절경이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배산임수(背山臨水), 아니 배산누수(背山漏水)>
<저 개울을 건너면 좋으련만>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 후 잠시 휴식>
<슬렁즈가 아닌 슬루니>
아쉽지만 슬렁즈, 아니 슬루니도 이제 떠나야 한다. 사실 뭔가를 할 만한 곳은 아니고 물가도 비싸보였다. 과일로 식사도 했고 쉴만큼 쉬었고 즐길만큼 즐겼기에 미련없이 떠난다.
슬루니를 떠난지 얼마못되어 나타난 Lapovac라는 마을에서 감격스런 순간을 맞았다. 드디어 10,000km을 주파한 것이다. 지구둘레 1/4, 25%.
<드디어 10,000km이다>
하긴 빠른 걸음은 아니다. 지난 1월에 출발해서 8월에 5,000km이었고 다시 올해 6월이니 18개월만에 10,000을 뛴 것이다. 단순 계산하면 하루에 17km정도. 느려도 정말 느린 행보다.
또 자전거여행 베테랑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거리기는 하다. 자전거여행자들은 워낙 어마어마한 분들이 많다보니 이제 막 걸음마 뗏다고 할수 있을까? 얼마전 만난 우주여행자만 해도 이미 내 4배 거리를 달렸으니.
<지구 1/4바퀴 기념>
그래도 나에게는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10,000km 기념촬영을 했다.
<자주포, 아니 자주(自走) 예초기>
<시원하게 쭉 뻗은 도로>
그런데 기념촬영을 마치기 무섭게 그 좋던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주변을 살펴보니 마침 근처에 레스토랑이 하나있었다. 저기서 커피한잔 시켜놓고 비를 피해야겠다.
레스토랑에 들어가자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세차게 쏟아진다. 이동네 폭우의 위력은 익히 알고 있기에 지금 이런 피난처가 나타난게 이 이상 다행일 수 없다.
비는 세시간가량 이어졌으나 지루할 틈은 없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지난 생각 때문이다.
<분명히 비가 올 날씨는 아니었는데>
병원 입원 후의 막막함. 열심히 뛰어 간신히 비행기를 탔던 인천공항.
말레이시아에 내렸을때의 막막함. 인도의 문화충격과 각목을 들고다니며 여행하던 그때.
네팔의 웅장한 설산과 타는듯한 아랍의 사막, 황량한 오만의 광야.
지갑을 도난당한 터키, 민규형님과 달렸던 불가리아, 달마와 함께한 루마니아,
세르비아의 친절한 사람들, 타임머신을 탄 듯한 코소보의 시간.
마케도니아에서 보낸 한겨울과 그 와중에 수영했던 마트카 계곡,
알바니아의 끝없는 방공호, 더없이 아름다웠던 몬테네그로, 보스니아에서의 헌혈 등.
<폭우 속, 회상의 시간>
하나하나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 그리고 그 가운데 만난 고마운 사람들…….
이곳은 10,000km을 맞아 지난 기억을 떠올리기에도 좋은 장소이며 그럴만한 분위기였다. 빗소리와 함께 즐거웠던 기억 속으로 다시 돌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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