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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gary

164.슬라브 형제의 도시, 브라티슬라바로 다음날도 대평원의 편안한 주행이 이어졌다. 주유소에서 잠시 휴식도 취하며 기분좋게 달린다. 목적지 브라티슬라바(Bratislava)는 불과 50km 남았다. 쉬엄쉬엄 가도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겠다. 사실 지도만 놓고 보면 목적지 브라티슬라바는 수도로서 부적절해 보인다. 슬로바키아(Slovakia)의 서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수도에서 동쪽 끝까지는 400km이 넘는 반면 중심부에서 오스트리아(Austria)까지의 거리는 채 5km도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헝가리(Hungary) 국경과의 직선거리는 15km에 불과하며 북쪽으로 60km만 가면 과거 한 나라였던 체코(Czech)에 이르른다. 사실 대한민국(남한)의 서울도 북서쪽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다. 그동안 거쳐온 어떤 나.. 더보기
162.브람스와 함께 헝가리 달리기 늦게 출발한데다 부다 지역을 한바퀴 돌다 보니 얼마 달리지 못했다. 복잡한 부다페스트를 벗어나자 날이 저물 기세다. 결국 Herceghalom역 도로 옆에서 하루를 정리했다.(주행거리 39.34km, 누적거리 11,126km) 이제 헝가리를 떠날 시간이다. 헝가리 진입당시 계속 비가 내렸는데 떠날려니 날이 이렇게 화창할 수 없다. 도로는 평탄하고 지도를 볼 것도 없이 1번 국도만 따라 달리면 된다. 조금 더운 것 빼고는 달리기에 최상의 조건이다. 얼마 안가 헝가리에서 달릴 마지막 주인 코마롬-에즈테르곰(Komárom-Esztergom) 주에 진입했다. 어라? 어제는 Herceghalom에 머물렀는데? 혹시 헝가리어의 –om 어미가 ‘마을’이라는 뜻인가? 설마 에즈테르곰이 동물 ‘곰’을 말하는건 아니겠지?.. 더보기
161.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나름대로 해결해보고자 동분서주 하던 동안 긍정과 사교의 화신같은 에릭은 그 사이에도 계속 새로운 친구들을 초대했으며 그의 아파트는 매일같이 들어오고 나가는 전세계의 친구들로 분주했다. 그 중 가장 신기한 만남은 Anders Maarleveld다. 장난끼 넘치는 표정의 네덜란드 친구 앤더스는 헝클어진 고수머리에 멋들어진 콧수염까지 기르고 있어 마치 아인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에릭은 우연히 부다페스트에 놀러와 혼자 펍에 들린 앤더스를 만나게 되었고 호스텔에 머물 예정이라는 말에 곧장 집으로 초대했다. 낯 모르는 외국인들을 수없이 초대해 온 에릭을 생각하면 직접 대면한 친구를 초대하는 것은 오히려 더 편한 일인지도 모르겠으나 내게는 낯선 이를 집으로 들인다는게 아직도 신기한 일이었다. 한 .. 더보기
157. 부다페스트 맛보기 얼마나 지났을까? 소란스러움에 눈을 떠 보니 에릭(Eric)과 친구들이 도착했다. 부스스한 얼굴로 에릭과 인사를 나누었다. 브라질 친구 에릭은 기계공학 공부를 위해 부다페스트로 유학와 있었다. 아파트에서 친구 루카스(Lucas)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며 카우치서핑을 통해 이미 100명 이상을 초대해왔다. 여행 및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에릭의 방에는 여행 기념품과 게스트들의 감사 메시지가 빼곡했다. 한글 메시지도 몇건 보인다. 마침 에릭은 유학이 끝나 귀국을 앞두고 있었다. 며칠 더 늦었다면 에릭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부다페스트의 모든 일정을 끝마치고 홀가분해진 에릭은 초대한 손님들과 함께 아침까지 파티를 하고 들어온 참이다. 활발한 주인 덕분에 손님들 역시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도 그리.. 더보기
156. 헝그리(hungry)? 헝가리(Hungary)! 하마터면 국경을 지나칠 뻔 했다. 슬로베니아(Slovenia)의 마지막 Pince 마을을 지나 양국 국경지대에 들어서자 칠흑같은 어둠만 자리잡고 있었다. 그나마 초라하게 서있던 표지판이 국경임을 알려주었다. 손전등을 비추며 사진촬영을 시도해봤지만 반사판 외에는 찍히지 않았다. 표지판에 새겨진 Magyarország. 마자르 공화국이 헝가리의 정식 국명이다. 금세 헝가리의 마을이 나왔으나 가게는 모조리 문을 닫았다. 민가에서 희미한 불빛만 흘러나올 뿐 도시는 고요했다. 그러고 보니 헝가리 물가가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 뿐 헝가리돈도 없었다. 어쩔수 없이 석식을 생략하고 Dobri 외곽의 도로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7월 26일 주행거리 88.48km, 누적거리 10,783km) 샛길을 한참 달리자 7번.. 더보기
155. 슬로우베니아(Slow-venia)와 독도법(讀圖法) 밤새 한차례 비가 쏟아졌나 보다. 텐트에는 송골송골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빗물이라도 말리고 가야겠다. 주위를 살펴보니 전날 보이지 않았던 민가가 보인다. 좀더 쉬다 가려고 했는데 바로 출발하는게 낫겠다. 마침 식량도 다 떨어졌다. 산속에 슈퍼마켓이 있을리 만무하니 피곤해도 빨리 벗어나는게 상책이다. 일단 주행을 위해 옷부터 갈아입었다. 빗속에서 야영하면 옷에 습기가 남아있어 상당히 불쾌하다. 옷이 눅눅한데 배까지 고프니 참 처량하다. 그런데 누군가 텐트에 찾아와 뭐라고 외친다. ‘빨리 나가라는 소리구나’ “곧 나갈게요”라고 대답하며 텐트를 열어보니 한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머물다 가라면서 비닐 봉지를 하나 내민다. 봉지에는 하나하나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