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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Croatia)

141. 작은 베네치아 트로기르와 스쳐간 쉬베니크

<스플리트 외곽 로마 수도교?>

  스플리트(Split)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 트로기르(Trogir)로 향했다. 트로기르는 스플리트에서 불과 30km 이격되어 당일치기 여행지로 많이 추천된다.

<트로기르 부근>

  원래 트로기르는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와 쵸보 섬(Otok Čiovo)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지도에서 보면 쵸보 섬에 건너가기 위한 징검다리처럼 보이는 곳이다. 현재 트로기르는 물론 쵸보 섬까지 다리가 연결되어 더 이상 섬으로 부르기에도 애매한 곳이다.

<멀리 첨탑이 눈에 들어온다>

  해안도로를 타고 신나게 달리니 금세 트로기르에 도착했다. 바다인지 실개천인지 모를 좁은 수로를 건너자 큰 성문이 눈에 들어왔다. 성벽을 쌓는다면 천연 해자에 둘러싸여 트로기르 성 역시 공략이 쉽지 않은 요새였으리라.

<본토와 연결하는 다리>

  그러나 성문 옆에 벽은 없고 건물뿐이다. 성문과는 연대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무너진 성벽에 새 건물을 올린건지도 모를 일이다.

<트로기르 북쪽 성문>

  문을 지나 트로기르 구시가에 들어섰다. 이곳도 스플리트처럼 유네스코(Unesco)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구시가는 수많은 발걸음에 닳아 반질반질해진 돌로 포장된 좁은 골목길이다.

<트로기르의 좁은 골목길>

  길 사이로 아까부터 눈에 들어오던 한 첨탑이 가까워 보인다. 트로기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리라.

  첨탑을 향해 골목을 접어드니 Ivana Pavla라고 하는 자그마한 광장이 나온다. 작은 광장이지만 이 작은 섬에서는 가장 넓은 곳이다.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건물, 이따금씩 나타나는 광장은 어딘가 베네치아와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역시나, 15세기부터 베네치아 공화국의 통제하에 있었다고 한다.

<길을 인도하던 첨탑>

  첨탑의 정체는 Cathedral of St.Lovro(성 로브로 성당)이었다. St. Lawrence 성당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가히 트로기르의 랜드마크라고 할 만한 곳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당은 닫혀있어서 내부를 둘러볼 수 는 없었다.

<첨탑을 갖고있는 성 로브로 성당>

  성당 맞은편의 시계탑 또한 인상적이었다. 큼직한 지판은 고개를 한껏 치켜올리지 않아도 보이는 적당한 높이에 자리잡고 있어 시계탑의 기능에 충실하다. 물론 장식성도 포기하지 않았고 이 작은 광장에서는 충분히 웅장해 보인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해야할까?

  굳이 옥의 티를 꼽자면 시간이 5분 빠르다.

<멋지고도 실용적인 시계탑>

  조그만 구시가를 훑어본 후 남쪽 성문으로 빠져나왔다. 이곳은 스플리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바다를 연한 광장과 야자수 그리고 노천까페까지.

<남쪽 성문><스플리트와 흡사한 거리>

   스플리트와 닮았다는건 괜한 소리가 아니다. 항구쪽의 분위기는 물론, 그 아름다움까지 스플리트와 비슷하지만 트로기르만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요트도 한 척>

  옆에는 Tvrđava Kamerlengo라고 하는 조그만 요새가 자리잡고 있었다. 가만, 세르비아 니쉬(Niš)에서도 Tvrđava가 있었는데? 아마 Tvrđava는 고유명사가 아닌, '성' 또는 '요새' 정도의 의미인가보다.

<해안 끝 Tvrđava Kamerlengo 요새>

  부두에는 돛 내린 범선과 요트가 즐비하고 바다 너머 쵸보 섬이 보인다. 저 다리를 지나 쵸보 섬까지 가 보아도 괜찮을텐데…….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건너편 쵸보 섬><요트 옆의 Wing>

  트로기르를 벗어나자 금세 날이 어두워졌다. 해안도로는 멀리 섬의 불빛이라도 보였지, Marina를 지나 거의 20km가량의 내륙 도로는 마을은커녕 가로등 불빛 한 점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비행기와 속도경쟁?>

  주위는 산인지 들인지 구분조차 안된다. 경사구간도 있지만 크게 힘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야트막한 언덕길인 듯 한데 주위 인식이 전혀 안되니 이거야 원. 설마 야생동물이 나타나지는 않겠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하여 천천히 조심스럽게 달린다. 이럴때는 이따금씩 나타나는 차량이 오히려 반갑다. 헤드라이트가 비춰줄 때 주변 상황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다시 희미하게나마 불빛이 나타난 곳은 Prismošten이라는 도시 근처부터다. 야간주행은 언제나 긴장의 연속이다. 더 가고 싶지만 이쯤에서 하루를 정리하기로 했다.

<늘 필요할 때 나타나는 편안한 숙영지>

  마침 차량 양보구간이라고 해야하나? 해안 절벽근처 공터에 뭔가 시설물이 보인다. 다가가 보니 간단한 쉼터가 있었다. 오 이정도면 엄폐도 확실하고, 차가 들어와도 안전하겠다.

  가끔씩 지나는 차 소리를 자장가삼아 휴식을 취한다.(Prismošten 1.5km 전방 숙영 주행거리 75.61km / 누적거리 9,655km)

  지도를 확인해 보니 전날 보이던 불빛은 Prismošten 끝단의 Sveti Juraj라는 곳이다. Sveti는 성자(Saint)라는 뜻인데 지형도 지난번 몬테네그로에서 본 Sveti Stevan과 비슷하다.

<본토에 꼬리처럼 달린 Sveti Juraj>

  Sveti Jurai를 바라보며 간단하게 조식을 마치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자전거 여행자들이 나타났다. 대화를 시도하는데 프랑스 외에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 연세도 꽤 많아보이는데 멋진 분들이다. 같은 방향이면 신나게 함께 달렸을텐데.

<프랑스 자전거 여행자들>

  해안도로가 꽤 높다. 덕분에 아드리아해를 내려보며 달릴 수 있었다. 한국처럼 크로아티아의 남해 역시 다도해(多島海)다. 반면 아드리아해를 건너 이탈리아측 해안은 면도라도 한 듯 말끔하다.

<작은 항구가 내려다보이고><별 모양 해안선>

  그 중 한반도를 닮은 섬도 보인다. 모양만 비슷할 뿐만 아니라, 허리를 가르고 있는 담장까지. 신기한 섬을 보며 잠시 쉬는데 갑자기 Wing이 휘청하더니 그만 쓰러져버렸다. 뭐지?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한 허리갈린 섬>

  확인해 보니 킥 스탠드가 부러져 버린 것. 하긴 거의 40kg에 달하는 짐 무게를 오랫동안 버텨왔으니……. 어디서 용접이라도 할 수 있을까?

  분단된 섬 앞에서 부러진 스탠드라니. 게다가 또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꼭 바쁠 때만 이런다. 마음은 급한데 오늘 대체 왜 이러는거야?

<결국 못버티고 부러진 스탠드>

  얼마 후 쉬베니크(Šibenik)가 나타났다. 쉬베니크 역시 중세 모습을 유지한 아름다운 도시라고 한다. 이 나라 해안도시는 마치 문패라도 되는 양 당연하다는 듯이 유네스코(UNESCO) 문화유산 표지를 달고 있다.

<8번국도. 우회전하면 솔라리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운영체제?>

  쉬베니크도 기대되지만 약속때문에 둘러볼 여유가 없다. 아. 펑크만 안났어도. 언덕길에서 쉬베니크를 내려다보며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스쳐지나간 쉬베니크>

  쉬베니크를 지나쳤음에도 시간이 촉박하다. 소모한 시간을 만회하려 열심히 달려보지만 이미 늦었다. 약속시간을 한참 지나자 8번국도와 59번국도 교차로에 도착했다.

<나즈막한 절벽이 이어진 해안선>

  8번 국도 어딘가에서 마주치기로 했는데 교차로라니. 더 갈데도 없다. 근처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기다림에 지쳐 그냥 갔을까? 조금 돌아가서 쉬베니크나 보고 올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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