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달마

142. 우주여행자를 만나다. 2011년부터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싣고 4년째 여행 중. 거쳐온 길에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포함하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위험하다는 길은 모조리 거쳐온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혼자 다니고 있으며 그것도 여성이다. 그녀를 온라인으로 알게 되고, 과연 어떤 사람인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마침 내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머물 때 그녀는 크로아티아(Croatia)에 있었다. 이후 BiH로 갈 계획. 아쉽게도 지금까지 대부분 여행자들이 그랬던것처럼 나와는 반대방향이다. 함께 달릴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트로기르(Trogir) 근처에서 마지막 교신을 하며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서 정오 즈음에 .. 더보기
136. 메주고리예로 가는 험난한 길 Pavel을 보내고 다시 홀로 선 길. 분명 같은 길임에도 더 멀어보인다. 다시 지도를 들여다 보니 지름길이 보인다. 이 길을 이용하면 오늘 중에 Međugorje(메주고리예)에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 바로 경로를 변경하여 샛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곧 오르막이 나타났다. 지도상에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다. 자전거를 끌며 쉬엄쉬엄 올랐으면 좋으련만 빨리 가겠다는 생각에 기어를 낮추고 낑낑거리며 힘들게 산을 오른다. 그 때, 뒷바퀴에서 갑자기 매우 맑은 ‘팅’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소리인데 설마?’ 곧 이어 누군가 자전거를 잡아당기는 듯 한 느낌. 으으. 급히 Wing에서 내려 뒷바퀴를 살펴보니 아니나다를까, 스포크(바퀴살) 한개가 덜렁거리고 있었.. 더보기
086. 베오그라드로. 그리고 여행의 위기 달마와 헤어지고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Beograd)를 목표로 주행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혼자 달리는 길이다. 세르비아에서 만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페달을 밟아 보지만 어째 속도가 나지 않는다. 세르비아 북부는 유독 호수가 많았다. 호수가 인상적이었던 Backo Gradiste의 경치를 보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해가 많이 기울었다. 잠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어째 마음에 드는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조금만 조금만 하며 더 가려는데 어느새 어둑어둑 해지고 대충 아무데서나 자기로 했다. 그동안 운 좋게 너무 편한 잠자리에서 익숙해져서 그런지 지붕없는 들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호수마을 Backo Gradiste를 3km정도 벗어난, 추수가 끝난 밭에 들어가 잠자리를 준비한다.(주행거리.. 더보기
085. 쇼팽과 세르비안 나이트 루마니아 국경 앞에서 한시간 가량 기다린 후, 세르비아(Serbia, 세르비아식 표기는 Srbije) 국경에 진입했다. 세르비아는 워낙 이미지가 좋지 않아서 조금 긴장했으나 검문소에서는 행선지만 물어보고 쉽게 통과시켜주었다. 세르비아의 첫인상은 단지 국경하나 넘었을 뿐인데, 루마니아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루마니아보다 녹지면적은 더 넓은 것 같고, 도로 상태는 더 열악하다. 또 종종 호수가 보인다. 글자는 불가리아처럼 키릴을 쓰지만, 로마 알파벳과 병행 표기가 되어있어 읽기 편하다. 달마와 점심 먹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세르비아 국경마을에는 환전소도 식당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조금 달리다 갈림길이 나왔다. 달마는 Kikinda를 거쳐 헝가리로, 나는 Zrenjanin을 지나 Novi Sad로 .. 더보기
084. 루마니아, 국경의 밤 티미쇼아라(Timisoara)에서의 잊지 못할 즐거운 기억을 남겼다. 또한 세탁기를 이용하여 그동안 밀린 빨래도 모두 할 수 있었으며, 떠나기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구보로 티미쇼아라를 둘러보았다. 다시 길을 나서기로 예정된 시간이다. 보그단은 마지막까지 환율 좋은 환전소에 데려다주는 등 갖은 편의를 베풀어 주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보그단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티미쇼아라 뿐만 아니라 루마니아와도 헤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티미쇼아라에서 루마니아 국경은 60km가량 떨어져 있다. 아마 오늘 중에 루마니아 국경을 넘을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이제 달마와의 즐거운 여행도 끝. 나는 세르비아(Serbia)로 갈 계획이지만, 달마는 이미 세르비아를 경험했고, 북쪽 헝가리로 갈 예정이다. 하지만 달마도 헤어짐이.. 더보기
082. 루마니아에서 달마를 찾아 헤메이다 10월 3일 개천절. 빈과의 즐거웠던 만남을 뒤로 하고 시비우(Sibiu)를 떠났다. 시비우에서 머문 며칠간 계속 비가 왔음에도 여전히 날씨는 흐리고 쌀쌀했다. 이것 저것 다 껴 입고 길을 나선다. 유럽 도로 E68(루마니아 7번국도)를 이용하여 시비우를 벗어나고, Sebeș에서 샛길로 빠지는 여정 중식을 먹으려 잠시 쉬는데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진다. 또 비야? 확인해 보니 비가 아니라 눈이었다. 지금 10월 초인데 벌써 눈이라니? 첫 눈은 전혀 뜻하지 않은 시간 장소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다행히 눈은 금세 그쳤으나 여전히 춥다. 역시 샛길 주위는 끝없는 들, 그리고 간간히 작은 마을이 나온다. 어느새 날은 저물어 가고, 잠자리를 찾아야 겠다 싶은데 Dealu Ferului 마을 초입에 공사장이 나온다... 더보기
081. 빈과 함께 한 시비우의 기억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이라는 사이트를 알면서도 그동안 이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몇차례 현지인들의 집에서 잘 기회가 있었는데, 대부분 넉넉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더 많이 가진 내가 폐만 끼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숙박비가 아주 비싼 나라가 아니라면 내 돈 내고 자는게 훨씬 속편할 것이다. 또, 카우치 서핑 요청을 해도 각자의 사정으로 잘 연결되지 않았던 이유도 있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루마니아에서는 달마 덕분에 처음으로 카우치 서핑을 이용하게 되었다. 첫번째 호스트는 Bin과 Tam이라는 부부였는데, 각각 네트워크와 시스템 엔지니어로 루마니아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짐을 풀고, 씻으려고 했는데, 마침 보일러가 고장났다면서 커피포트를.. 더보기
080. 시비우. 첫 카우치 서핑 브라쇼브에서의 따뜻한 대접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 시비우(Sibiu)로 향했다.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지만 새로 준비한 침낭 때문인지 든든한 기분이다. 얼마 후 Codlea라는 곳에 도착했다. 출출해져서 성당 근처의 한 공원에 들러 여기서 중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점심 식사 메뉴 브라쇼브(Brașov)의 이경애 사모님이 싸 주신 샌드위치.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에너지를 재충전했다. Codlea는 작은 마을지지만 운치있는 곳이었기에 조금 머무르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출발. 시비우로 가는 길은 대부분 들판이며, 중간에 작은 마을을 계속 통과하는 코스이다. 달리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길. 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다. 또한 새로 닦은 길이라 그런지 길 상태.. 더보기
079. 좋은 만남이 이어진 브라쇼브 브라쇼브(Brașov)의 첫 밤을 편안히 보내고, 시내 구경을 나섰다. 우선 관광안내소로 가서 지도를 받고, 이곳저곳을 둘러볼 계획. 달마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감으로만 관광안내소를 찾아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관광안내소에서 들은 정보에 따르면, 드라큘라 성으로 유명한 브란(Bran) 성은 드라큘라와는 전혀 관계 없다는 것. 단지 드라큘라 영화에 나온 성과 흡사해서 유명해 졌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 브란 성은 흥미가 떨어져버렸다. 드라큘라의 정식 호칭은 왈라키아 공 블라드 3세(Vlad III, Prince Of Wallachia)로, 흔히 블라드 체페슈(Vlad Țepeș)로 불리며 체페슈는 '가시'라는 뜻으로 포로를 말뚝에 꽂아 죽여서 생긴 별칭이라고 한다. 또한 드라큘라(Drăcu.. 더보기
078. 카르파티아 산맥을 넘는 황홀한 여행길 부쿠레슈티를 출발하여 본격적으로 달마와 함께하는 루마니아 자전거 여행에 나섰다. 둘이 달리니 힘든줄도 모르고 수월하게 나간다. 나는 왠만하면 큰길을 선호한다. 그나마 국도를 타면 길 상태도 좋은 편이고, 중간중간 마을이 있어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마는 국도보다는 샛길을 좋아한다. 나는 인도에서 고생한 기억에 샛길이 크게 내키지 않았지만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 역시 길 상태는 별로다. 그래도 공사중인 몇몇 구간 외에는 포장도 되어 있고, 오히려 불가리아의 국도보다도 도로가 나은 편이다. 물론 스피드를 즐기기에는 무리이지만, 차량 통행량이 적고, 도로가 조용해서 좋다. 대신 국도보다 거리가 길어 목적지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도 있고, 길 찾기도 더 복잡하다. 이날은 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