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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슬라비아

128. 사라예보! 산(山)Ra예보? 자리에 누웠는데 밖이 소란스러운데 사람 같지는 않다. '뭐야? 진짜 귀신이라도 나타났나? 지가 귀신이면 귀신이지 왜 내 잠을 방해하는거야?' 밖을 확인해 보니 여러마리 말이 풀을 뜯고 있다. 가만 보니 말에는 고삐도 없다. 누가 키우는 말이라면 밤에 저렇게 풀어놓지는 않을텐데……. 그럼 야생마 가족? 그런데 말이 야행성이었나? 왜 밤에 돌아다니지? 알아들을 리 만무하지만 말떼를 향해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꽥 지르고 다시 잠을 청한다. 다른데로 간건지 신기하게도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말은 온데간데 없고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흠. 말귀신이었나? 아무렴 어때? 나는 내 갈길을 가야지. 전날 마지막에 오르막을 오른 덕분에 시작부터 수월한 내리막이다. 날씨도 좋아서 더할 나위 .. 더보기
126. 고즈넉한 트레비녜와 혼란스런 스릅스카 공화국 언덕 위에 위치한 Ivanica 국경을 통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진입했다. 국경은 매우 초라했다. 국경만은 그럴듯 했던 알바니아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만난 국경 중 가장 허술해 보인다. 검문소 직원은 심심했던지,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통행도 거의 없다.  국경을 넘어 가게에서 빵 하나로 식사. BiH가 물가가 더 저렴하다기에 기다려 온 참이다. 역시 예상대로 크로아티아보다 싼 물가가 마음에 든다. 사람들도 먼저 웃으면서 말을 건네는게 크로아티아보다 더 친절해 보인다.  휴식을 취했으니 다시 출발. 길은 산길인데 왼쪽은 회색빛 바위산이고, 우측 절벽 아래로는 크로아티아가 내려다 보인다.  게다가 도로 상태도 좋지 않고, 가드레일은 녹이.. 더보기
124. 아드리아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 위치도 애매한 미쿨리치(Mikulići) 자연공원을 굳이 찾아온 이유는 마케도니아의 보얀의 추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두브로브니크(Dubrovnik)를 가기 위해서였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불린다는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Croatia) 최고의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여행지라고 한다. 반면 두브로브니크의 숙박비는 매우 비싸서 쉽게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공동격실(도미토리)도 최소 2만원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한편 두브로브니크 근처의 다른 호스트와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선택지는 마르코의 집 밖에 없었다. 미쿨리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35km가량 이격되어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하루에 왕복 할 만한 거리다. 두브로브니크를 빨리 보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굵은 비 때문에 하루.. 더보기
123. 마르코와의 만남과 화해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비는 며칠간 이어졌다. 맑았던 하루를 이용해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 다녀온 외에는 꼼짝없이 마르코의 집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인적없는 외딴 곳. 컨테이너로 만든 듯한 그의 집과 사무실 벽은 티토(Tito), 체 게바라 등의 사진과 구 유고슬라비아(Yugoslavia)의 각종 포스터, 그림액자로 가득하다. 찬장 속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도 한 장 숨겨져 있었다. 켜진 불은 식탁 위 작은 전구 하나 뿐이다. TV는 없고, 작은 라디오 한대를 틀어놓고 있다. 양동이를 받혀 놓은 재래식 화장실은 용변 후 톱밥으로 덮게 되어있다. 더 놀라운건 이 집은 4개월동안 직접 지은 것이었고, 뒷동산에는 진입로를 내고 캠핑장과 골프연습시설, 휴양시설을 설치해 놓았다. 어이없게도 그.. 더보기
121. 몬테네그로=코토르 날은 잠시 개는 듯 했으나 금세 흐려지고 비가 쏟아진다. 간만에 우리말을 쓰면서 많은 대화를 했던 경호형님은 크로아티아로 떠났고, 나는 비를 핑계삼아 코토르(Kotor)에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다행히 숙박비가 저렴한 편이라 그나마 부담은 덜하다. 코토르의 마지막 날에는 스위스 자전거 여행자 Jean Claude Badoux를 만났다. Jean은 부드바(Budva)를 거쳐 알바니아로 향할 예정이지만 비가 많이와서 자전거도 정비할 겸 하루 쉬어간다고 한다. 함께 달릴 수 있으려나 기대를 했으나 이 친구 역시 나와 경로가 반대다. 이 친구는 자전거도 좋고, 장비 하나하나 매우 좋은 제품이다. 특히 완전 방수되는 트렁크백은 참 마음에 든다. 나는 침낭과 겨울 자켓을 배낭에 넣고 다니는데 배낭커버 방수능력도.. 더보기
114. 거대한 놀이동산 티라나 알바니아(Albania)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바로 '색'이었다. 단지 나의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흙은 붉은빛이 더 강하고 거기에 대비되어 풀색 역시 더 진하게 느껴졌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은 모나기 보다는 둥글둥글하다. 거기에 한결 온화해진 날씨가 겹쳐져서일까 바라보는 마음도 편안한 곳이다. 이런 자연환경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자연환경의 영향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지는 모르겠지만, 알바니아에 첫발을 들이고도 뭔가 다르다고 느낄 정도면 분명히 영향이 있었겠지? 불가리아부터 과거 공산권 국가를 거쳐오면서 느낀건 무채색이었다. 근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화려했지만, 공산주의 이후의 건물은 획일적인 아파트에 심지어는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회색의 연속이었다. 이런 경향은 특히 .. 더보기
106. 호부호형을 원하는 마케도니아 그동안 시도만 했으나 형편과 일정이 맞지 않아서 연결되지 않았던 웜샤워(Warm Showers)를 마케도니아에서 처음 하게 되었다. 웜샤워는 카우치 서핑처럼 여행자와 호스트를 연결해 주는 사이트이지만, 자전거 여행에 특화된 서비스로 대부분 호스트들은 자전거 여행을 했거나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다. 카우치 서핑보다는 테마가 제한적이므로 상대적으로 호스트 숫자가 적지만,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자전거 여행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유리하기도 하다. 생면부지의 여행자들을 초대하여 여행중에 길 위에서 받았던 대접을 다시 돌려주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웜샤워 첫번째 호스트인 Bojan은 도시계획 관련한 일을 하는데 재택근무가 대부분이라서 시간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는 멋진 자전거도 여러.. 더보기
097. 대립과 갈등의 경계에서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거쳐왔지만 특히 세르비아는 우리나라에 많은 교훈을 준다. 호스텔에서 세르비아인 Mostafa Naser 일행을 만났다. 이 친구들은 니쉬에 출장온 교통시스템 엔지니어로, 이들에게 세르비아의 역사를 들었고 많은 토의를 했다. 이전에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나라는 약 400년간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다가 1차대전 이후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Kingdom of Serbs, Croats and Slovenes)이라는 긴 이름으로 독립했고, 이후 국호를 유고슬라비아 왕국(Kingdom of Yugoslavia)으로 변경한다. 왕국은 2차대전을 겪으며 추축국에 점령당한다. 이때 요시프 티토(Josip Broz Tito)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나타나 빨치산 활동을 하며 나치에 맞섰고.. 더보기
094. 해골탑과 적십자 캠핑장 홀가분한 기분으로 본격적인 니쉬 탐사에 나섰다. 그리고 마치 성당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을 발견했다. 이미 성당은 셀 수도 없이 보아 왔기에 대수롭지않게 지나치는데 Skull Tower라는 표지판을 봤다. 해골탑이라니? 탑 꼭대기에 해골장식이 되어있나? 그런데 주위에는 도무지 탑으로 보이는건 없었다. 해골탑의 정체가 궁금해져서 입장권(130디나라)을 구입했다. 직원은 성당으로 보이던 건물 쪽으로 안내한다. 건물 앞 작은 정원에는 청동 흉상이 하나 서 있었다. 아하, 세르비아의 장군인가보다! 그러면 해골탑이란건 오스만 제국과 싸워 이겼다는 승전 기념비가 아닐까? 정원을 둘러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내부에는 뜻밖의 광경이 펼쳐져 있어다. 탑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큼직한 시멘트 덩어리에 옥수수마.. 더보기
089. Electric Shock!!! 니콜라 테슬라와의 만남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세르비아 지폐에도 다양한 인물이 그려져 있었다.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 스쳐 지나갔는데 100디나라는 조금 달랐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고 공식이 씌여 있었다. 바로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와 자속밀도의 단위 테슬라(T)의 정의, $$ \mathrm{T} = \frac{\mathrm{Wb}}{ \mathrm{m}^2} $$ 1제곱미터의 면적에 자속 1웨버(Wb)가 작용하는 것을 자속 밀도 1테슬라(T)로 정의한 것이다. 덧붙여 전기자기학은 대학교때 내 성적표에 폭격을 가한 주범이다.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AC, Alternating Current) 모터를 개발하고 교류 송전을 연구하여, 당시 직류(DC, Direct Current) 송전을 주장하던 발명왕 토머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