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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동유럽 무사수행(武士修行) - 미래의 크로캅을 만나다 성모님의 도시 메주고리예(Međugorje)를 뒤로 하고 달리는 길. 길은 예상대로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이다. 그동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의 산을 줄곧 봐 오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쉽게 보내주지 않는구나. 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국경 지대여서 그런지 공터가 많다. 계속해서 도로를 보수하거나 공터를 측량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뢰는 대부분 제거되었기에 이런 활동이 가능하겠지? 한동안 측량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한대가 급정지한다. 운전자는 Ivan Rašić이라면서 인사를 건넨다. 여행경로에 대해 물어보더니, 본인도 자전거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고는 근처 Ljubuški라는 곳에 산다면서 하룻 밤 묵어 갈 것을 권유한다. 음, 그러면 예정보다.. 더보기
136. 메주고리예로 가는 험난한 길 Pavel을 보내고 다시 홀로 선 길. 분명 같은 길임에도 더 멀어보인다. 다시 지도를 들여다 보니 지름길이 보인다. 이 길을 이용하면 오늘 중에 Međugorje(메주고리예)에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 바로 경로를 변경하여 샛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곧 오르막이 나타났다. 지도상에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다. 자전거를 끌며 쉬엄쉬엄 올랐으면 좋으련만 빨리 가겠다는 생각에 기어를 낮추고 낑낑거리며 힘들게 산을 오른다. 그 때, 뒷바퀴에서 갑자기 매우 맑은 ‘팅’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소리인데 설마?’ 곧 이어 누군가 자전거를 잡아당기는 듯 한 느낌. 으으. 급히 Wing에서 내려 뒷바퀴를 살펴보니 아니나다를까, 스포크(바퀴살) 한개가 덜렁거리고 있었.. 더보기
131. 사라예보의 장미 지긋지긋하게 내리는 비에 발이 묶였다. 그 동안 기상과 경로 등 이런저런 정보도 검색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각종 준비를 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건 자전거 정비. 프론트 랙이 늘 말썽이었다. 그동안 두 차례나 용접을 했으나 또 다시 부러져 버렸다. 오흐리드 조선소에서 만들어 준 보조 지지대에 케이블 타이를 칭칭 감아 겨우겨우 버텨오던 중이다. 다시 용접을 해도 오래 못버틸거고, 보조 지지대도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결국 튼튼한 랙을 구입하기로 했다. 마침 26유로에 괜찮아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기존보다 굵고 용접부위도 튼튼해 보인다. 큼직한 U형 볼트를 사용한 고정 방식도 마음에 든다. 파이프형 구조이므로 잘 휘지도 않을 것이다. Wing에 프론트랙을 장착하고 사이드미러까지 구입했다.. 더보기
130. 사라예보의 총성 어찌 된 일인지 매일같이 장대비가 쏟아진다. 곧 개겠지 하며 기다려 봐도 비는 도무지 그칠 줄 모른다. 비맞으며 자전거 타는것은 정말 싫어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비가 잠깐 그친 틈을 이용하여 시내에서 13km 가량 이격된 사라예보 땅굴(Sarajevski ratni tunel)로 향했다. 하지만 절반도 채 못가서 다시 비가 쏟아진다. 판초우의를 뒤집어 써 보지만 축축한건 어쩔 수 없다. 팔과 다리는 비에 젖고 상체는 땀에 젖는다. 판초 위로 느껴지는 빗방울은 매우 차갑다. 땅굴은 공항 근처라 쉽게 찾을거라 생각했는데 공항 주변은 밭과 민가 뿐이다. 길 안내 역시 부실하여 공항 부근에서 한참 해멜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땅굴 앞에는 너덜너덜해진 위장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1.. 더보기
125. 노마드 박주하 선생님과의 만남 4박 5일간 편히 머물렀던 마르코의 집을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 처음에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위험하다는 선입견도 있고, 경로 또한 복잡해지기에 생략하려고 생각했다. 얼마 전 BIH에서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르코의 집에 함께 묵었던 Jack이 BIH를 추천했다. Jack은 얼마 전 버스로 BIH의 수도 사라예보(Sarajevo)에 다녀왔다. 사실, 두브로브니크(Dubrovnik)가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에서 뚝 떨어져 있기에 어디로 가든 BIH를 경유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크로아티아보다 물가가 저렴하다는 말에 바로 BIH행을 결심했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날씨가 우중충한게 또다시 비가 내릴 것 같았.. 더보기
099. 여기가 코소보 맞아? 드디어 고대하던 코소보(Kosovo) 국경 검문소에 들어왔다. 코소보 검문소는 세르비아보다 더 철저해 보였다. 짐을 풀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소지품 등 이것저것 물어보고 마침내 여권을 돌려받았다. 세르비아에서는 출국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지만 코소보에서는 입국 도장을 찍어줬다. 듣기로는 타국에서 코소보 입국시는 도장을, 세르비아에서 입국시에는 도장 대신 입국증명서를 준다고 들었는데 증명서를 요구하니 이제 필요없다고 한다. 또, 출입국 관계를 물어보니 코소보 경찰은 세르비아에 돌아갈 수도 있다고 한다. 기존에 들은 바로는 분명히 코소보에서 세르비아로 갈 수 없다고 했는데 세르비아에서 넘어온 경우에는 가능한건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상황이 계속 변하면서 조금씩 나라 형태를.. 더보기
098. 세르비아를 탈출하라! 12월 31일. 밖에서는 하루종일 폭죽 소리가 들린다. 새해를 이렇게 맞이하나보다. 폭죽은 하늘로 쏘아올리는 것보다 길에 던지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작은 폭죽을 던지면 몇초 후 터지는데, 가끔 아파트 베란다에서 도로를 향해 투척하는 녀석이 있어서 주의해야한다. 2014년 새해를 세르비아 니쉬에서 맞았다. 니쉬 시티 센터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대형 무대를 세워 공연이 한창이었다. 무대 아래 관객들도 흥겨워서 춤을 추고 Free hug를 하며 Happy new year을 외친다. 그동안 길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저마다 캔맥주들 들고 있었고, 슬라브족 아니랄까봐 음주량도 제법 많았다. 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 더보기
080. 시비우. 첫 카우치 서핑 브라쇼브에서의 따뜻한 대접을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 시비우(Sibiu)로 향했다.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지만 새로 준비한 침낭 때문인지 든든한 기분이다. 얼마 후 Codlea라는 곳에 도착했다. 출출해져서 성당 근처의 한 공원에 들러 여기서 중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점심 식사 메뉴 브라쇼브(Brașov)의 이경애 사모님이 싸 주신 샌드위치.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고, 에너지를 재충전했다. Codlea는 작은 마을지지만 운치있는 곳이었기에 조금 머무르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시 출발. 시비우로 가는 길은 대부분 들판이며, 중간에 작은 마을을 계속 통과하는 코스이다. 달리면서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길. 길은 계속 오르막이지만,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다. 또한 새로 닦은 길이라 그런지 길 상태.. 더보기
073. 소피아. 릴라 수도원. 그리고 세이울과의 만남 소피아에는 공원이 무척 많았다. 사실 공원이야 불가리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특히 소피아에는 더 많았다. 네프스키 성당 근처의 공원에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구형 카메라, 타자기, 바이올린, 장신구 등 각종 골동품이 많았는데, 흥미로운건 각종 무기까지 판다는 것. 구 소련군, 독일군의 철모와 방한모는 물론이고, AK-47 소총에 착검 가능한 각종 대검류와 접이식 칼은 날이 잘 서 있었고, 각종 너클, 손도끼나 표창까지도 팔고 있었다. 군수품이기도 하고, 무기인데 이렇게 아무나 팔아도 되는 걸까? 나치의 철십자 훈장과 소련의 훈장들도 나와 있었다. 처음 받은 당시에는 가문의 영광이었을 텐데, 공산주의가 붕괴한 후 의미도 없고, 생활도 어려워서 결국 시장에서 굴러다니게 된 훈장을 보니 기분이 묘.. 더보기
071. 쓸쓸하고 아름다운 플로브디프 캠핑장을 나서 본격적인 플로브디프(Пловдив) 구경을 시작했다. 플로브디프는 불가리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이며 오래된 도시이다. 기원전 5,000경 유몰피아스(Eumolpias)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BC342년에는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Philip II)가 점령하면서 필리포폴리스(Philipopolis)라는 군사도시를 건설했는데, 이게 플로브디프의 원형이라고 한다. 필리포스 2세는 저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의 아버지이다. 하지만 플로브디프의 첫인상은 황량하고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었다. 길에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거리에는 폐허에 가까워 보이는 빈 집들이 널려 있었다. 같이 있던 민규 형님은 유령도시라고까지 표현 할 정도였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마음을 억누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