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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115. 따뜻한 알바니아 사람들 알바니아로 넘어오자 확실히 날씨가 덜 추웠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는 바로 비. 장댓비가 굵고 지루하게 쏟아진다. 잠깐씩 갤때는 더없이 화창하지만 곧 비의 반복. 이런 강한 비의 영향인지 집 베란다마다 파라솔을 비스듬하게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기온 자체가 낮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춥다. 두꺼운 외투를 필요로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만히 있으면 으슬으슬 떨리는 기분 나쁜 추위다. 겨울에 비가 많이오고 습한 영향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빨리 출발하기위해 조바심을 내었지만, 좀처럼 비가 그치지 않는다. 다행인건 숙소도 좋고 알바니아의 저렴한 물가는 부담도 덜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물가 비싸고 추운 나라에서 계속 비맞으며 고생하느니 여기서 비 그치고 날씨가 풀릴때까지 머루르는것도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점차 .. 더보기
114. 거대한 놀이동산 티라나 알바니아(Albania)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바로 '색'이었다. 단지 나의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흙은 붉은빛이 더 강하고 거기에 대비되어 풀색 역시 더 진하게 느껴졌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은 모나기 보다는 둥글둥글하다. 거기에 한결 온화해진 날씨가 겹쳐져서일까 바라보는 마음도 편안한 곳이다. 이런 자연환경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자연환경의 영향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지는 모르겠지만, 알바니아에 첫발을 들이고도 뭔가 다르다고 느낄 정도면 분명히 영향이 있었겠지? 불가리아부터 과거 공산권 국가를 거쳐오면서 느낀건 무채색이었다. 근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화려했지만, 공산주의 이후의 건물은 획일적인 아파트에 심지어는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회색의 연속이었다. 이런 경향은 특히 .. 더보기
113. 자전거 여행, 무얼 먹고 다닐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식사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행인건 웬만한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것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음식은 입맞에 잘 맞아 낯선 환경에도 식사 부담이 없다. 어릴때는 몇가지 안 먹던 음식이 있었으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음식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목포해양대학교 생활은 나쁜 습관까지 바꿔준 정말 좋은 기회였다. '서양'생활 답게 유럽에서 내 주식은 식빵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어디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식빵도 먹을만 하지만, 빵집에서 바로 잘라주는 빵은 매우 부드럽고 맛있다. 여기에 딸기잼이나 초콜렛을 바르면 식사 끝. 그래도 가끔은 고기가 필요하다. 패스트푸드로 가장 많은건 터키식 도너(Doner.. 더보기
112. 티라나 둘러보기 알바니아 수도인 티라나(Tirana) 구경길에 나섰다. 시내는 머물고 있는 호스텔에서 5km가량 떨어져 있었으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금방이다. 티라나 시가지는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티라나 외곽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넓찍한 도로 중앙에는 자전거 도로도 설치되어 있었다. 티라나는 어떤 곳일까 기대를 품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피라미드. 처음 피라미드가 있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이집트나 마야에 있다는 말은 들었봤어도 알바니아에도 피라미드가? 원뿔 모양의 피라미드는 멀리서 보니 그럴듯했다. 그런데 직접 가 본 피라미드는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고대 무덤은 전혀 아니고 현대식 건물이었는데, 진입로의 깨진 보도블럭을 시작으로 유리창은 깨져 있고, 벽에는 낙서가 가득했다. 물론 출입문은 굳게 닫.. 더보기
111. 알바니아와의 첫만남 언덕 위에 위치한 국경을 넘어서 알바니아에 도착했다. 선입견과 달리 알바니아 국경은 번듯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국경 근처 환전소에서 알바니아돈을 약간 환전하고 본격적인 알바니아 여행길에 올랐다. 코소보에서 알바니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Enver Hoxha) 집권기에는 길에 지갑이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전 국민이 AK 소총을 갖고 있으니 주의하라고 한다. 공산주의 국가였으나 소련, 중공, 유고슬라비아 등 모든 나라와 국교를 단절하고, 소련의 침공을 대비하여 전국에 수많은 방공호를 건설했다고도 했다. 예전에 이원복 교수님의 유럽에 관한 책을 읽은적이 있는데, 거기에 소개된 알바니아는 북한과 비교될 정도로 세계.. 더보기
110. 정든 마케도니아와의 작별 며칠간 계속 비가 내리더니 마침내 화창하게 개었다. 자, 이제 오흐리드(Ohrid)를 떠날 시간이다. 짐을 꾸리고 출발. 오늘 마케도니아 국경을 넘을 예정이다. 오흐리드에서 국경까지는 약 30km가량 떨어져있다. 오흐리드 호수는 2/3은 마케도니아, 1/3은 알바니아 영토로 양국에 걸쳐 있으며 경로 역시 호수 둘레를 돌아가는 길이다. 호수 둘레길을 따라 출발. 처음에는 수풀에 가려 있었으나 곧 호수의 본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항구도, 도시도 없는 호수의 본 모습. 멋진 경치에 반해 호숫가에 한동안 머물 수밖에 없었다. 호수를 끼고 달리는 기분은 매우 상쾌하다. 길을 따라 가니 Струга(Struga)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Струга는 작은 강을 끼고 있었는데 마치 운하인것처럼 반듯하게 정리된 강.. 더보기
108. 고마운 오흐리드의 조선소 드디어 오흐리드(Ohrid)에 입성하는 날이다. 제법 높은 산을 세개나 넘었고, 진눈깨비를 맞으며 간만에 100km 이상 주행하는 등 쉽지않은 길이었다. 특히 호수가 멋지다고 많은 추천을 받은 곳. 과연 얼마나 좋은 곳일까? 하지만 호수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전거 가게를 찾아 프론트 랙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Wing의 앞바퀴는 계속해서 달그락 소리를 내며 항의하고 있다. 진흙이 튀어서 더러워진 운동화도 빨아야한다. 주섬주섬 텐트를 정리한다. 지도 상으로는 호수 근처인데 호수는 보이지 않고, 멀리 큰 산과 모스크만 보인다. 계속 가 보자. 길가에 조그만 조선소가 보인다. 엄밀히 따지면 조선소는 아니다. 각종 덕트 등 철판을 가공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마케도니아는 내륙국가인데 왠 조선소? 설마 호수.. 더보기
107. 이어지는 산길과 또다시 부러진 프론트 랙 Bojan과 헤어진 후, City Hostel에 며칠 더 머물렀다. 계속 내리는 비와 눈으로 활동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마케도니아도 코소보와 마찬가지로 장작을 때 난방을 하는 집이 많았다. 머물던 호스텔도 마찬가지였는데, 담 한켠에는 김장 비닐로 덮힌 장작이 쌓여있었다. 텐트 무게를 줄인다고 그라운드 시트를 챙기지 않았는데 그동안 이게 계속 아쉬웠다. 김장 비닐이면 바닥의 냉기도 조금 차단하고, 텐트 바닥 보호도 될 듯 하다. 호스텔 주인에게 김장비닐 판매처를 물어보니 충분한 양을 그냥 끊어주었다. 뜻밖의 선물을 챙기고 길을 나선다. 목적지는 호수가 유명하다는 오흐리드.(Охрид) 길 찾기는 쉬웠다. 표지판도 많고 국도를 타고 계속 가면 되는데 초반에는 마트카 계곡 방향이라서 길도 낯이 익다. 마케도.. 더보기
105. 마트카 계곡의 생환훈련 스코페 도착 다음날 히로유키와 헤어졌다. 그는 불가리아 소피아로 떠났고, 나는 Bojan이라는 웜샤워(Warm Showers) 호스트와 연락이 되어 그의 집으로 향했다. 웜샤워(http://www.warmshowers.org)는 카우치서핑(Couch Surfing)과 비슷하지만 자전거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이다. Bojan의 집에 짐을 풀고, 다음날 마트카(Matka) 계곡으로 향했다. 마트카 계곡은 스코페 시내에서 약 20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Bojan은 유용할 거라면서 GPS 수신기를 빌려주었다. 관광지 이동시에는 짐을 최소화하지만 혹시 비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페니어에 판초우의를 챙기고 출발했다. 한시간 가량 달려 마트카 계곡에 도착했다. 좌우에 바위로 둘러싸인 계곡은 탄.. 더보기
104. 조각공원 스코페의 노부부 1월 21일. 드디어 마케도니아(Macedonia) 국경에 도착했다. 마케도니아 역시 들리는 소문으로는 입국이 까다롭다고 한다. 우선 한국과는 공식 수교가 없는 나라이지만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 하지만 여행자 보험을 심사하고 국경에서 강매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니쉬에서 만난 승현군 역시 보험을 갖고 있었으나 여행자 보험을 강매했다고 한다. 여권을 제시하니 모니터에 최근 입국일자가 나타났고, 행선지만 확인한 후 바로 도장을 찍어줬다. 며칠전에 들어왔었기 때문인지, 보험 확인 규정이 없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행여나 다시 잡지 않을까 여권을 돌려받자마자 잽싸게 심사대를 빠져나왔다.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Skopje)로 가는 길 역시 산길이었으나 전체적으로 내리막이었다. 코소보 프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