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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145. 플리트비체 호수와 신선(神仙)의 선물 마라톤의 후유증이 제법 심하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다. 결국 플리트비체(Plitvička) 호수 방문은 하루 더 연기하기로 했다. 그놈의 호수한번 가기 힘들다. 아주 별로기만 해봐라. 절대 가지 말라고 동네방네 소문을 퍼뜨릴테다. 반나절을 누워있다가 이대로 있을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걷기는 힘들어도 페달을 살살 밟는정도는 가능하다. 약국에 가기 위해 지나왔던 가장 가까운 마을 Korenica로 갔다. 뭐 가깝다고 해도 15km다. 약국에서는 또다른 난관을 겪었다. 예상대로 ‘파스’는 전혀 못알아듣는다. 우리말로도 설명하기 힘든 아픈 느낌을 대체 어찌 영어로 표현하나? 우여곡절 끝에 젤형 약 하나를 구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부프로펜’이라고 한다. 참고로 약 성.. 더보기
144. 플리트비체 마라톤 - 크로아티아 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다니 애당초 플리트비체(Plitvička)는 예정에 없었다. 꼭 가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지만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6월 성인기준 110쿠나 약 23,000원) 입장료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저렴한 숙소도 없다. 폭포는 Kravice에서 보았으니 그걸로 만족할 셈이었다. 사라예보(Sarajevo)에서 비로 발이 묶여있던 중, 플리트비체 마라톤을 알게 되었다. 올해로 29회째인 유서깊은 대회다. 하프코스 참가비는 120쿠나(약 25,000원). 플리트비체 호수공원 입장권은 물론이고 기념 메달 및 티셔츠, 경기 전날 파스타 파티와 경기 후 중식까지 제공한다. 이정도면 거저나 다름없다. 경기가 6월 1일이니 일정을 잘 잡으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참가신청을 하려 했으나, 이미 접수기간은 열흘이나.. 더보기
143. 차타고 플리트비체 호수공원을 향해 우주여행자와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북쪽으로 튼 후 계속해서 달린다. 예상대로 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그래도 해발 1,000m도 되지 않고 급경사도 없어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주변 경치가 모든 피로를 잊게 해 준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항상 함께 달리고 헤어진 후에는 약간의 의욕상실을 느낀다. 그렇다고 지체할 시간은 없다. 이틀내로 플리트비체(Plitvička)에 도착해야만 한다. 주변의 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들판은 예의 그 연녹색 거기다 햇빛에 따라 채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이런 녹색의 들판은 크로아티아(Croatia)에서만 본 것 같은데 매우 마음에 드는 색상이다. 계속 이런 경치를 보면서 달리면 시력에도 도움이 되겠지? .. 더보기
142. 우주여행자를 만나다. 2011년부터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싣고 4년째 여행 중. 거쳐온 길에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포함하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위험하다는 길은 모조리 거쳐온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혼자 다니고 있으며 그것도 여성이다. 그녀를 온라인으로 알게 되고, 과연 어떤 사람인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마침 내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머물 때 그녀는 크로아티아(Croatia)에 있었다. 이후 BiH로 갈 계획. 아쉽게도 지금까지 대부분 여행자들이 그랬던것처럼 나와는 반대방향이다. 함께 달릴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트로기르(Trogir) 근처에서 마지막 교신을 하며 위치를 확인했다. 여기서 정오 즈음에 .. 더보기
141. 작은 베네치아 트로기르와 스쳐간 쉬베니크 스플리트(Split)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 트로기르(Trogir)로 향했다. 트로기르는 스플리트에서 불과 30km 이격되어 당일치기 여행지로 많이 추천된다. 원래 트로기르는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와 쵸보 섬(Otok Čiovo)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지도에서 보면 쵸보 섬에 건너가기 위한 징검다리처럼 보이는 곳이다. 현재 트로기르는 물론 쵸보 섬까지 다리가 연결되어 더 이상 섬으로 부르기에도 애매한 곳이다. 해안도로를 타고 신나게 달리니 금세 트로기르에 도착했다. 바다인지 실개천인지 모를 좁은 수로를 건너자 큰 성문이 눈에 들어왔다. 성벽을 쌓는다면 천연 해자에 둘러싸여 트로기르 성 역시 공략이 쉽지 않은 요새였으리라. 그러나 성문 옆에 벽은 없고 건물뿐이다. 성문과는 연대차이가 있어.. 더보기
140. 폭군 황제의 마지막 선물. 스플리트 날이 밝자 주위를 둘러보니, 전날 잔 곳은 생각보다 더욱 멋진 곳이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보이는 해안은 말 그대로 그림같았다. 벌써 이정도인데 스플리트(Split)는 과연 어떤 곳일까? 발걸음을 재촉한다. 한 30분이면 스플리트에 도착하려나? 그런데 뒷바퀴에서 이상한 느낌이 전해진다. 구석으로 옮겨 바퀴를 살펴보니 으 펑크가……. 도로 근처의 주차장으로 옮겨 타이어를 정비한다. 오랜만에 겪는 펑크라 그런지 조치가 더디다. 그런데 튜브를 살펴보니 주입주가 찢어져 있었다. 으으 UAE에서는 튜브가 터지더니 이번에는 주입구가 찢어지고. 정말 특이한 펑크만 나는구나. 정비는 불가능할 듯 하여 일단 예비 튜브로 교체하기로 했다. 마침내 스플리트 시가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거리에는 즐비한 기념품 가게.. 더보기
139. 무지개를 등지고 아드리아해 달리기 이반과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Crveni Grm 국경이 나타났다. 국경은 나지막한 언덕 위에 있었으나 통과에 별 문제는 없었다. 이제 월경지가 아닌,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다. 이어지는 길은 처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 BiH)에 진입했을 때와 같은 바위산길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긴 하지만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 달리기에 문제 없었다. 그러다 문득, 도로 아래쪽을 내려다 보자 넓은 들판이 보이는데. 우와, 녹색과 흰색 크레파스를 단계별로 섞은듯한 색이랄까? 녹색이 이렇게 다양하고 멋질 수 있구나! 처음보는 색의 들판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Vrgorac이라는 마을이 나타났다. 여기서 중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식사 후 마을을 .. 더보기
138. 동유럽 무사수행(武士修行) - 미래의 크로캅을 만나다 성모님의 도시 메주고리예(Međugorje)를 뒤로 하고 달리는 길. 길은 예상대로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이다. 그동안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의 산을 줄곧 봐 오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쉽게 보내주지 않는구나. 인구가 많지 않은데다, 국경 지대여서 그런지 공터가 많다. 계속해서 도로를 보수하거나 공터를 측량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뢰는 대부분 제거되었기에 이런 활동이 가능하겠지? 한동안 측량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 한대가 급정지한다. 운전자는 Ivan Rašić이라면서 인사를 건넨다. 여행경로에 대해 물어보더니, 본인도 자전거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고는 근처 Ljubuški라는 곳에 산다면서 하룻 밤 묵어 갈 것을 권유한다. 음, 그러면 예정보다.. 더보기
137. 성모님의 도시 메주고리예 슈퍼마켓은 2km가량 가야 있는데 이미 문을 닫았을 거라고 한다. 오늘 밤에는 물로 배를 채워야겠구나. 에휴. 그래도 씻고 잘 수 있는게 어디냐. 그런데 돌아와 보니 내 자리에는 먹음직스러운 빵과 닭고기, 양고기가 놓여 있었다. 식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배불러서 더 이상 먹지 못할 정도인데도 접시는 계속 채워진다. 이제 그만 달라고 사정해야 할 정도였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Ivan Bevanda에 따르면 이곳은 Sretnice라는 마을로, 주민 모두가 크로아티아인이라고 한다. 크로아티아라고? 하긴 국경과 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의 말은 얼마 전에 머물렀던 크로아티아 공화국(Republika Hrvatska)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더보기
136. 메주고리예로 가는 험난한 길 Pavel을 보내고 다시 홀로 선 길. 분명 같은 길임에도 더 멀어보인다. 다시 지도를 들여다 보니 지름길이 보인다. 이 길을 이용하면 오늘 중에 Međugorje(메주고리예)에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 바로 경로를 변경하여 샛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곧 오르막이 나타났다. 지도상에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다. 자전거를 끌며 쉬엄쉬엄 올랐으면 좋으련만 빨리 가겠다는 생각에 기어를 낮추고 낑낑거리며 힘들게 산을 오른다. 그 때, 뒷바퀴에서 갑자기 매우 맑은 ‘팅’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소리인데 설마?’ 곧 이어 누군가 자전거를 잡아당기는 듯 한 느낌. 으으. 급히 Wing에서 내려 뒷바퀴를 살펴보니 아니나다를까, 스포크(바퀴살) 한개가 덜렁거리고 있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