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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jevo

146. 폭포 위 작은 마을 슬루니와 10,000km 주파 잊지못할 플리트비체(Plitvička) 마라톤도 끝났고 호수 구경도 모두 마쳤다. 이제 이 물가비싼 플리트비체를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아직 무릎상태가 완전하지 않고, 캠핑장 체크아웃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최대한 출발을 늦추었다. 꾸물거리다 보니 반나절이 지나서야 비로소 플리트비체에 작별을 고할 수 있었다. 그럼 설렁설렁 출발해 볼까? 마라톤을 하면서 달렸던 길을 Wing과 함께 다시 달린다. 뛰고 쉰 외에는 한 것도 없지만 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오랜 전 일인것같다. 어쩌면 이 길과 이 순간도 언젠가 기억속에 묻혀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아쉬워 할 새도 없이 해가 넘어간다. 이 길에는 마을도 드물다. Slunjčica 마을 진입 전 도로 곁에서 쉬기로 했다. 풀이 무성해서 진입이 쉽지 않았지.. 더보기
144. 플리트비체 마라톤 - 크로아티아 미녀 앞에서 바지를 내리다니 애당초 플리트비체(Plitvička)는 예정에 없었다. 꼭 가보라는 추천을 많이 받았지만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6월 성인기준 110쿠나 약 23,000원) 입장료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저렴한 숙소도 없다. 폭포는 Kravice에서 보았으니 그걸로 만족할 셈이었다. 사라예보(Sarajevo)에서 비로 발이 묶여있던 중, 플리트비체 마라톤을 알게 되었다. 올해로 29회째인 유서깊은 대회다. 하프코스 참가비는 120쿠나(약 25,000원). 플리트비체 호수공원 입장권은 물론이고 기념 메달 및 티셔츠, 경기 전날 파스타 파티와 경기 후 중식까지 제공한다. 이정도면 거저나 다름없다. 경기가 6월 1일이니 일정을 잘 잡으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로 참가신청을 하려 했으나, 이미 접수기간은 열흘이나.. 더보기
134. 동행. 모스타르를 향해 비를 피해 들어간 공사장엔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피를 피하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 친구 역시 오늘 사라예보(Sarajevo)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는 체코(Czech Republic) 사람이고 Pavel이라고 한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 은퇴 후 여행을 다니고 있다. 안타깝게도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아서 별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 어차피 지금 달리지도 못하는 거 일단 밥부터 먹자. 나는 사라예보에서 삶아 온 계란을 꺼냈고, 그는 빵과 소시지를 꺼냈다. 음식을 나눠먹는건 친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의 자전거의 특이한건 자전거를 지탱하는 스탠드다. 직접 만들었다고 하며 텐트 폴대처럼 접히는 막대끝에 U형 판을 .. 더보기
133. 사라예보를 떠나 Konjic으로 어느새 2주가 지났다. 비도 잠잠해 진 것 같고 날씨도 좋다. 마지막으로 사라예보를 한 바퀴 돌고 출발한다. BiH는 여러 모로 열악한 나라이지만, 생활체육 분야만큼은 우리보다 나은 듯 하다. 시내 여기저기에 있는 체육시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활체육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BiH의 전신이었던 구 유고슬라비아(Yugoslavia)는 스포츠 강국이었다고 한다. 이날 사라예보 시내에서는 풋살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린이들 경기지만 수준도 높고, 열기도 뜨거워서 한참을 지켜보았다. 풋살 자체보다 더 흥미로운건 바로 경기장이다. 광장에 인조잔디 매트를 깔아 간이 경기장을 만들었다. 임시 시설이지만 관중석도 그럴듯 했다. 혹시 BiH도 예전 우리나라처럼, 세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을.. 더보기
132. 비소코의 피라미드 소동 다른 여행자와 소식을 주고받다가 사라예보(Sarajevo) 북동쪽 약 30km에 위치한 비소코(Visoko)라는 곳에 피라미드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집트나 마야 피라미드는 들어봤지만, BiH의 피라미드는 금시초문이다. 사라예보 투어까지 했음에도 왜 나는 이걸 몰랐을까? 혹시 짧은 영어때문에 놓쳤나? 부랴부랴 인터넷을 찾아 봤다. 그런데 한글 웹에서는 초고대 문명이나, 세계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둥 믿기 어려운 자료 뿐이었다. 발견자는 사업가였다가 학자였다가 박사이기도 하고, 위치조차 사라예보 북동 혹은 북서쪽으로 오락가락한다. 잘못된 정보의 시작은 모 신문사로 보이는데, 그 기사를 근거로 여러 곳에서 오류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었다. 정작 정보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론니 플래닛에 비소코의 정보가 나.. 더보기
131. 사라예보의 장미 지긋지긋하게 내리는 비에 발이 묶였다. 그 동안 기상과 경로 등 이런저런 정보도 검색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각종 준비를 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건 자전거 정비. 프론트 랙이 늘 말썽이었다. 그동안 두 차례나 용접을 했으나 또 다시 부러져 버렸다. 오흐리드 조선소에서 만들어 준 보조 지지대에 케이블 타이를 칭칭 감아 겨우겨우 버텨오던 중이다. 다시 용접을 해도 오래 못버틸거고, 보조 지지대도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결국 튼튼한 랙을 구입하기로 했다. 마침 26유로에 괜찮아 보이는 물건을 발견했다. 한눈에 봐도 기존보다 굵고 용접부위도 튼튼해 보인다. 큼직한 U형 볼트를 사용한 고정 방식도 마음에 든다. 파이프형 구조이므로 잘 휘지도 않을 것이다. Wing에 프론트랙을 장착하고 사이드미러까지 구입했다.. 더보기
130. 사라예보의 총성 어찌 된 일인지 매일같이 장대비가 쏟아진다. 곧 개겠지 하며 기다려 봐도 비는 도무지 그칠 줄 모른다. 비맞으며 자전거 타는것은 정말 싫어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비가 잠깐 그친 틈을 이용하여 시내에서 13km 가량 이격된 사라예보 땅굴(Sarajevski ratni tunel)로 향했다. 하지만 절반도 채 못가서 다시 비가 쏟아진다. 판초우의를 뒤집어 써 보지만 축축한건 어쩔 수 없다. 팔과 다리는 비에 젖고 상체는 땀에 젖는다. 판초 위로 느껴지는 빗방울은 매우 차갑다. 땅굴은 공항 근처라 쉽게 찾을거라 생각했는데 공항 주변은 밭과 민가 뿐이다. 길 안내 역시 부실하여 공항 부근에서 한참 해멜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땅굴 앞에는 너덜너덜해진 위장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1.. 더보기
129. 이상한 도시 사라예보 사라예보(Sarajevo)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BiH)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Federation of Bosnia i Hercegovina)의 수도이다. 내가 사라예보에 대해 아는건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사건과, 이에리사 선수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한 곳이라는것 뿐이다. 사실 이전에는 사라예보가 BiH라는 나라의 수도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막상 사라예보에 도착하니 어딘가 이상하다. 그동안 경험한 여러 나라의 수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런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 찬찬히 분석해 보았다. 사라예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선 지형 때문이다. Miljacka 강변에 형성된 사라예보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인데 수도라기에는 매우 좁.. 더보기
128. 사라예보! 산(山)Ra예보? 자리에 누웠는데 밖이 소란스러운데 사람 같지는 않다. '뭐야? 진짜 귀신이라도 나타났나? 지가 귀신이면 귀신이지 왜 내 잠을 방해하는거야?' 밖을 확인해 보니 여러마리 말이 풀을 뜯고 있다. 가만 보니 말에는 고삐도 없다. 누가 키우는 말이라면 밤에 저렇게 풀어놓지는 않을텐데……. 그럼 야생마 가족? 그런데 말이 야행성이었나? 왜 밤에 돌아다니지? 알아들을 리 만무하지만 말떼를 향해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꽥 지르고 다시 잠을 청한다. 다른데로 간건지 신기하게도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말은 온데간데 없고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흠. 말귀신이었나? 아무렴 어때? 나는 내 갈길을 가야지. 전날 마지막에 오르막을 오른 덕분에 시작부터 수월한 내리막이다. 날씨도 좋아서 더할 나위 .. 더보기
125. 노마드 박주하 선생님과의 만남 4박 5일간 편히 머물렀던 마르코의 집을 나섰다. 다음 목적지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BIH; Bosnia i Hercegovina). 처음에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위험하다는 선입견도 있고, 경로 또한 복잡해지기에 생략하려고 생각했다. 얼마 전 BIH에서 격렬한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르코의 집에 함께 묵었던 Jack이 BIH를 추천했다. Jack은 얼마 전 버스로 BIH의 수도 사라예보(Sarajevo)에 다녀왔다. 사실, 두브로브니크(Dubrovnik)가 크로아티아(Croatia) 본토에서 뚝 떨어져 있기에 어디로 가든 BIH를 경유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크로아티아보다 물가가 저렴하다는 말에 바로 BIH행을 결심했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날씨가 우중충한게 또다시 비가 내릴 것 같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