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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Kosovo)

100. 프리슈티나. 과거와 현재의 만남

  프리슈티나에서는 또 다른 좋은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만났던 선교사님께서 코소보의 한태진 선교사님을 소개시켜 주신 것이다. 선교사님께 연락 드리자 직접 나와주셨고,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주셨다.

  뿐만 아니라 아예 집으로 오라고 하신 것. 덕분에 며칠간 선교사님 댁에서 머물게 되었다.

<마더 테레사로의 테레사 수녀 동상>

  프리슈티나 시내 구경은 선교사님 아들 성호군과 함께 했다.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부터 현지 학교를 다닌 성호군 덕분에 코소보에 대해서도 많이 이해할 수 있었고, 시내 구석구석을 쉽게 찾아다닐 수 있었다.

<코소보 공화국. 독립의 감격이 느껴지는 스프레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민속 박물관(Ethnological Museum). 론니플래닛의 설명과 달리 무료 개장중이었다. 이곳은 코소보의 고택을 박물관으로 개장한 곳으로 코소보인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위 아래로 열리는 창문 구조>

  여기에는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알바니아어, 영어와 함께 세르비아어로도 안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피터지게 싸우고도 여전히 세르비아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코소보에 세르비아계도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유난히 낮은 의자와 다기류><내무실 같은 분위기의 응접실>

  골목골목을 지나 다음 도착한 곳은 New Born 조형물. 코소보 독립 기념으로 세운 철제 조형물인데, 코소보의 독립을 승인한 국가의 국기가 그려져있다.

  태극기도 앞뒤로 있었는데 4괘와 태극의 비율이 맞지 않는다.

<당당히 독립을 선언했다. New Born>

  태극기 못그리는 한국인도 많은데 4괘 모양과 태극 방향이 얼추 맞으니 외국인이 이 정도면 잘 그렸다고 해야하나?

<어색한 태극기. 그리고 놀이기구로 변한 조형물>

  조형물은 수많은 낙서로 덮여 있었는데 한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네팔 안나푸르나에서도 한글 낙서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그만큼 한국인에게는 아직 낯선 나라인가보다. 교민도 대여섯 가구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까.

<외투가 커서 마치 형님 옷 걸치고 나온 촌뜨기 같다>

  얼마 더 걸어가자 손을 들고 인자한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다.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이 도로 또한 빌 클린턴 로드다. 나토의 수장으로 코소보 전쟁을 지휘한 빌 클린턴이 코소보의 영웅인가보다. 아마 인천에 서 있는 맥아더 장군과 같은 의미라고 받아들이면 될까?

<빌 클린턴 동상이 서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코소보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했다. 심지어는 자유의 여신상도 떡 하니 서 있었다!

<여기가 뉴욕? 번지수 잘못찾은 자유의 여신><식사시간. 터키 음식과 흡사한 코소보 음식>

  선교사님 댁에 돌아와서는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한국음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렇게 한국인이 드문 나라에서 이런 대접을 받게 되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다.

  선교사님은 프리슈티나 대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고 계셨는데, 덕분에 대학교도 둘러볼 수 있었다.

  대학 안에는 코소보 국립 갤러리가 있었는데 입장은 무료. 전시품은 현대미술 위주로 나는 워낙 문외한이라서 간단히 통과하고, 도서관을 둘러봤다.

<달리 느낌의 알 수 없는 그림. 저건 밀로의 비너스인가?><안개가 자욱한 날. 독특하게 생긴 국립도서관>

  도서관의 분위기는 한국과 비슷했지만, 늦은 시간이 아님에도 거의 비어있었다. 참고로 코소보 대학 등록금은 월 평균 임금보다 저렴하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코소보 1년 등록금이 방송통신대학교 한학기 등록금 정도.

<도서관 중앙 홀을 지나면><텅 빈 열람실><도서 목록카드가 아직도 있구나. 이거 기억나는사람?>

  코소보 사람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은 대체로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인듯 했다. 벤치에 앉아있으면 자연스럽게 와서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장 폐쇄적이었던 나라는 아랍 에미레이트였는데, 어쩌면 에미레이트는 자국민 비율이 낮아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반면 프리슈티나에서 만난 두바이인 아크람과는 금세 친해진 것으로 보아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다.

<파자르라고 하는 시장. 터키어 바자르가 어원인듯><책 파는 노점상>

  반면 가장 호기심이 많았던 나라는 인도였다.

  코소보는 인도인들만큼 귀찮게 굴지 않으면서 친절하고 대체로 영어가 잘 통하는 편이라 다니기에 편하다. 아마 UN의 통치하에 있으면서 외국인을 많이 접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피자가게. Pizza Hutt>

  또 특이한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야외활동을 삼가는건지, 아니면 평균수명이 짧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특이한 현상이었다.

<프리슈티나의 시계탑>

  혹시 한국처럼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나타난건가? 반면 사회가 안정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것을 보면 그만큼 과거가 불안했다는 반증인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시장. 시장은 늘 붐빈다>

  아랍어를 찾아볼 수 없고, 머리를 가린 여자들이 드물어서 여기가 이슬람권인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사실 즐비한 모스크를 제외하면 이슬람의 문화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신기한 나라다.
<술탄 메흐메드 2세 모스크><신의 신호를 전하는 첨탑과, 인간의 신호를 송출하는 방송탑의 조화>

  프리슈티나의 중심가는 수도로서의 기능을 다 갖추고 있었다. 대로 주변은 화려하여 불과 얼마전에 지나온 코소보 시골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느낌이 남아있었다. 타임머신을 탈 필요도 없다. 단 몇 걸음만 옮기면 코소보의 과거를 접하게 된다.

<흙을 짓이겨 바른 집><이런 낡은 집에도 에어컨이?>

  미국을 위시한 서구권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것 같은 신기한 도시 프리슈티나. 나는 지금 이곳을 누비며 코소보를 알아가는 중이다. 

<코소보 시 의회 앞. NATO 국기를 입힌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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