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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Slovenia) / 슬로바키아(Slovakia)

154. 마지막 유고슬라비아, 슬로베니아

  마침내 구 유고슬라비아 6개국(코소보까지 7개국) 중 마지막 나라 슬로베니아(Slovenia, Slovenija)에 들어섰다. 여기부터는 달라지는게 많다.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국경>

  우선 슬로베니아는 쉥겐(Schengen) 조약 가입국이다. 쉥겐 조약은 국경 검문소를 철폐하고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으로 한국인은 최초 입국일로부터 180일 중 9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이 조약에 가입되어 있어 여권조차 제시하지 않고 국경을 드나들 수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일원으로 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한다. 그동안 거쳐온 불가리아(Bulgaria), 루마니아(Romania), 크로아티아(Croatia)는 EU가입국이기는 하지만 자국 통화를 사용했고 코소보(Kosovo)나 몬테네그로(Montenegro)는 유로존도, EU가입국도 아니며 유로화를 무단으로 가져다 쓰는 것과 다름없다. 문화적으로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향을 받아 가톨릭(Gatholic)이 대다수이며 라틴 알파벳을 사용한다. 성골 EU에 들어온 셈이다.

<슬로베니아의 시골길>

  다만 환전도, 비자취득도, 여권제시도 필요없으니 매우 여행자에게 매우 편리한 환경이지만 자전거여행자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 우선 90일 안에 쉥겐 국가를 빠져나가야 한다. 게다가 물가도 상대적으로 비싸 이제 한 곳에 장기체류하기에는 시간, 비용 모두 촉박하다.

  효율적인 경로를 검토한 끝에 수도인 류블랴나(Ljubljana)는 생략하고 이 나라 제2의 도시 마리보르(Maribor)만 둘러보기로 했다.

<평온한 마을>

  국경이 산꼭대기에 있어 내리막길로 슬로베니아 주행을 시작한다. 프투이(Ptuj)까지는 계속 내리막이었다. 주위에는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는 평온한 시골 풍경이 이어진다. 프투이를 지나니 완만한 오르막의 연속이다.

<옥수수밭>

  해질 무렵이 되자 마리보르에 진입했다. 마리보르 외곽에는 아주주루(亞洲酒樓)라는 이름의 중국집이 있었다. 이런곳까지 중국집이 있다니 정말 중국의 디아스포라는 대단하다.

<중국집 아주주루>

  마리보르 중심에는 마치 한강처럼 남북을 나누는 드라바(Dubrava)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 강은 알프스 산맥에서 발원해 크로아티아아로 흘러 북쪽 헝가리(Hungary)와의 국경선을 형성한 후 세르비아 국경에서 도나우 강에 흡수된다.

<드라바 강><현대식 마리보르 시가지>

  강 건너편 마리보르 구시가지로 향했다. 시청 중앙 광장의 야경은 참 멋질 뿐만 아니라 서유럽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하루정도 머무르면서 찬찬히 돌아봐도 좋으련만 도무지 마리보르에서 저렴한 숙소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마리보르는 가볍게 돌아보고 외곽에서 머무르기로 했다.

<시청 앞 광장><시 문장(紋章)이 새겨진 하수구 뚜껑><시청 시계탑>

  시청 북쪽 세례 요한 성당(Stolna cerkev sv. Janeza Krstnika) 앞에서는 공연이 한창이었다. 공연을 즐기다 성당 서쪽 마리보르 대학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친구들이 부르길래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한여름 밤의 열띤 공연><나무에 가려진 세례 요한 성당>

  이들은 토마시와 마르코라고 한다. 발칸반도에서 마르코라는 성(姓)은 한국의 김씨 만큼이나 흔하다.

<토마시와 마르코>

  이들은 슬로베니아의 인구는 200만명이며 마리보르에는 불과 10만명만 산다면서 조금 따분한 나라라고 한다. 하긴 이 정도면 웬만한 또래는 대충 안면이 있을 것 같다. 안그래도 앞에서 공연중인 팀도 자기 친구들이라고 한다. 한국은 서울에만 1,000만명이 산다고 하니 매우 놀란다.

<뱀처럼 꼬인 기둥이 서 있던 광장>

  성모마리아 성당(cerkev sv. Marije)을 마지막으로 마리보르 구시가지를 빠져나왔다. 잠자리를 준비하기 전 케밥 하나로 허기를 달랬다. 케밥 하나에 3유로. 그동안 쿠나(약 200원)에 익숙해져서 돈 단위가 작아지니 순간적으로 감이 안온다. 가만 생각해보니 약 4,000원. 상당히 비싸다.

<마리보르의 성모마리아 성당>

  드라바 강을 따라 달리다 Celestrina라는 마을을 지나자 산길이 나온다. 지도상 고도는 400m가 채 되지 않지만 깨나 가파르다. 특히 정상을 앞둔 약 500m는 경사도 10%가 넘는다. 알프스(Alps) 산자락에 연결된 슬로베니아 북서부 산악지대를 회피했음에도 많이 힘들고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이거 완전 ‘산로(山路)베니아’ 잖아! 역시 국기에 산이 그려진 나라는 경로선정에 신중해야 한다.

  힘겹게 정상에 오르니 길가에 공터가 보인다. 혹시 밭일까 손전등을 비춰보니 농작물이 자라지는 않는 것 같다. 주위에 민가의 불빛도 보이지 않고 삼림이 우거진 곳도 아니니 야생동물도 없을 것 같다. 약간 경사가 있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하룻밤 편히 쉬기에는 제격이다. Nebova의 공터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주행거리 112.77km, 누적거리 10,695km)

<편안한 휴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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