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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India)

032. 따뜻한 대접을 받으며 바라나시로

  전날 야간 주행덕에 거리를 상당히 만회했다. 2월 19일. 오늘 알라하바드(Allahabad)에 도착할 듯 하다. 그런데 피로 때문인지 발걸음이 상당히 더디다. 뭐 그래도 100km 만 가면 알라하바드고 거기서는 호텔에 들어갈 거니까.과적은 예사. 이러니까 도로가 남아나지를 않지

  마침내 알라하바드가 눈앞에 보인다. 저 강은 갠지스강이고, 강을 건너면 알라하바드다.알라하바드 입성을 위한 다리

  알라하바드 다리는 2층 구조인데 1층은 사람과 차량이 지나다니고 2층은 기차가 다닌다. 또, 상ㆍ하행 다리가 나누어져 있었지만, 중앙분리대가 있는 도로에서도 그랬던 것 처럼 역주행하는 차량은 여전했다. 아무리 위험해도 꾿꾿히 역주행하는 저 근성만은 인정해야 할 듯 하다.철교로도 사용된다. 

  그런데 알라하바드 시내는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그러고 보니 우타르 프라데시 주에 들어서면서 부터 사이클 릭샤가 한대씩 보이더니, 여기는 자전거에 짐칸을 단 삼륜자전거가 매우 많다. 이 삼륜자전거와 사이클 릭샤 역시 교통체증의 주범이다.발 디딜 틈조차 없었던 알라하바드 시내

  시내에서 1시간여 소비하며 저렴한 호텔을 찾아갔으나 1인당 700루피 그것도 침대 둘레에 커텐만 쳐진 방도 아닌 허름한 시설. 이런데서 자느니 차라리 야영이 낫겠다 싶었다. 시간은 17:00경 아직 날은 밝다. 다시 길을 떠났다.

  알라하바드를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다시 한시간 여가 소요되었고 이제 슬슬 어둑어둑해 지고 있다. 그런데 해지면 조용해지는 인도 거리에 차량과 사람의 행렬이 끊길 줄을 모른다. 당연히 숙영지를 정할 수 도 없고. 잠자리를 찾을 때 까지, 그들 행렬을 따라 최대한 가보기로 했다.

  엉망인 도로에서 또다시 뒷바퀴 스포크가 하나 부러졌다. 하필이면 왼쪽이다. 이거 고치려면 스프라켓 다 풀어야 한다. 어두우니 일단은 그냥 가기로 했다.

  이제 깜깜한데도 도로는 꽉 차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의아해 하는 중 또 말을 거는 오토바이 2인조가 있었다. 마침 영어가 잘 통하길래 같이 이야기 하다보니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는 것. 나쁜 사람이 아닐까 조금 의아한 마음도 있었지만, 어차피 가는 방향이고 야영할 공간도 없었기에 일단, 그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오토바이는 내가 따라갈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며 길을 안내하고 있다.

  드디어 도착, 알라하바드에서 30km가량 떨어진 Saidabad라는 마을이다.(주행거리 117.44km 누적거리 2,141km)

  집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다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를 집 안에 들여놓게 해 주고, 짐을 풀 틈도 없이 짜이와 비스켓을 대접한다. '이거 먹어도 되나? 일부는 수면제 등을 탄 음료를 준다던데'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씻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금세 물을 받아주고, 새 비누도 하나 뜯어주고 쉽게 씻을 수 있도록 물까지 따라주고 있다. 가족들이 있다는 점과, 씻을 때 보인 태도를 보아, 또 그의 눈빛이 선해 보여서 믿을 만 한 사람인듯 했다. 짜이를 마시자 바로 식사준비를 한다. 식사에 야식에 우유까지 주고서야 대접은 끝났다.Mayank의 가족들. 우측에 V를 그린 친구가 Mayank

  그의 이름은 Mayank. 직업은 변호사. 대체 왜 나에게 이런 대접을 하냐. 혹시 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떻게 할 거냐 묻자 손님을 대접하는건 자기의 기쁨이고 오늘밤은 내가 그 대상이라고 한다. 나에게 '너 테러리스트냐? 폭탄 갖고있냐? 나 해칠거냐?' 묻더니 아니라고 하자, 그럼 됐다. 나를 모르지만 내 눈빛을 믿을 수 있다는 말……. 새로운 차원의 충격이고 감동이다.

  그와의 대화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알려주고, 특히 가야의 왕비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이야기는 노트에 필기까지 하면서 듣는다.

  또, 알게된 사실. 알라하바드에서 12년만에 꿈브 멜라라는 힌두교 행사가 열려서 순례자가 많다는 사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나? 그 엄청난 인파의 원인을 알게 되자 차라리 알라하바드 구경을 포기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룻밤 편히 자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Mayank의 어머니는 길에서 먹으라고 쌀튀김과 꿀 덩어리까지 싸 주셨다. 하나 하나가 다 빚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진 마음의 빚.  

  갑자기 아우랑가바드에서 산 코끼리상이 생각나서 선물로 드렸다. 코끼리를 받고 너무나 기뻐하시며 거기에 입을 맞추고 성호를 긋는 비슷한 동작을 하는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슈슈에게 산 코끼리는 드디어 어울리는 주인을 만난 듯 하다.

  드디어 바라나시(Varanasi)행이다. Wing은 스포크가 불안하지만, 의외로 림 휨도 없이 잘 버티고 있다. 물에 젖으면서 스포크 나사가 뻑뻑해진 덕분에 스포크가 쉽게 안풀리는듯 하다. 중간중간 스포크 장력 체크하면서 큰 문제 없으면 바라나시까지 가서 고치기로 했다.짜이가게 아버지 심부름을 하던 영리한 꼬맹이

  약 30분정도 지나자 편도 2차선으로 잘 닦인 도로가 나온다. NH2. 동시에 AH1(Asian Highway)이다. 한국에서 서울-부산가는길에 아시안 하이웨이라는 표지판을 봤는데 그게 인도를 거쳐 터키까지 이어져 있는 듯 하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이지만 길이 좋으니 힘이 솟구친다. 약 3시간 가량 시속 23km으로 미친듯이 달릴 수 있었다. 어디든지, 내가 쉬는곳은 인파의 중심이다.

  드디어 나타난 바라나시. 바라나시 도착하니 길은 다시 엉망이다. 바라니시는 인도의 결정판 같은 느낌이다.진짜 레일바이크, 기차가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린다.

  사람많고, 차많고, 시끄럽고, 질서없고, 소 많고, 똥 많고……. 바라나시를 보면 인도를 다 본거라는데, 벌써부터 무슨 말인지 알 듯 하다.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바라나시 정션 역 주변

  바라나시 시내에서만 한시간 이상 소모했다. 목표한 뱅갈리톨라(Bangali Tola)는 갠지스 강변에 위치한 골목으로 생각보다 훨씬 좁고 복잡한 곳이었다. 여기저기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니다, 마침 1층에 넓은 방이 있는 숙소를 찾아 투숙했다. 좁고 복잡한 뱅갈리톨라 골목

 주행거리 97.22km, 누적거리 2,238km. 갠지스강변의 바라나시. 마침내 인도의 결정판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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