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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India)

040. [자전거여행 외전] 짧았던 인도 배낭여행

  안나푸르나 트래킹은 환상적인 경험이었지만 그 대가는 컸다. 덕분에 일정이 완전히 꼬여버린 것. 인도 비자가 1주일도 안남은 것이다. 비자 만료전에 무조건 델리(Delhi)에는 다녀와야 한다.

  이유는 자전거 랙 때문. 스포크 파손 후 옴카레슈와르에 머물면서 바이클리 사장님께 SOS를 청했는데, 델리의 후배에게 랙을 EMS로 보내주셨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료로.

  굳이 랙 하나 때문에 델리에 들어가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지만, 여행용 중 가장 저렴한 자전거 한대 구입했음에도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신 바이클리 사장님의 친절이 고맙고, 또, 누군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델리에서 한달 이상 랙을 보관하고 계신 문정수 사장님을 생각하면 안가는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할때만 연락하고, 이제 대충 다닐만 하니까 모른 척 하는것은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자전거는 룸비니에 있고 나는 포카라. 다시 룸비니에서 자전거로 인도에 들어갔다가는 불법체류자가 될 수 밖에 없다.(인도는 불법체류 규정이 엄하여 바로 약식재판에 기소된다고 한다. 특히 모든 숙소는 여권, 비자 사본을 보관하므로 투숙조차 불가하다)

  결국 선택은 가장 빠른 비행기. 포카라-카트만두-델리까지 2구간이다.포항공항을 연상시키던 포카라 공항

  포카라 공항은 마치 포항공항을 연상시키는 작은 공항이었다. 같은 '포'자가 들어가서 그런가?

  65달러(공항세 200루피는 별도)짜리 Yeti Airline의 항공기는 CN-235를 연상시키는 프로펠러기였다. 하지만, 우등고속버스처럼 2×1 형태의 좌석구조에 승무원이 음료와 사탕도 주는 등 갖출건 다 갖췄다. 비행시간 1시간도 안되는 이런 항공기도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인도 입국시 기내식으로 실랑이한게 생각나서 쓴웃음이 나왔다.스페인 공군의 CN-235와 비교. 주 날개의 위치빼고는 대동소이

Yeti 항공기의 내부와 낯선 대형 프로펠러

  비행시간은 1시간이 채 안되었지만 전망은 굉장했다. 고도가 높지 않아 히말라야 산맥이 다 내려다 보이는 것.(Tip. 만약 포카라-카트만두 항공이동시 반드시 좌측 창가를 택하라. 항공권 이상의 전망을 제공한다)

  카트만두-델리구간은 스파이스젯을 이용했는데 일반적인 B-737이었다. 그런데 허술하기 짝이 없던 입국과정과 달리 출국수속이 제법 까다롭다.

  델리 도착 후, 베낭여행자들이 많이 묵는다는 빠하르간즈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

  문정수 사장님을 만나 랙도 받고 고급 한식당에서 두부김치, 전, 국, 골뱅이무침 등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다. 식대가 한국의 2배나 하는 최고급 식당이다. 늘 길거리에서 5루피짜리 사모사(인도만두)나 사먹다가 이런 기회가 올 줄이야. 역시 인도 빈부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델리의 한 한국식당에서 문정수 사장님과

  또한, 사장님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인도에 대한 이야기들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그동안 만난)추상적인 모습과 막연한 환상만 품고 있던 대학생이나 여행자들과는 전혀 다른, 사업가의 냉철한 시각. 때론 과하다 싶지만 다 수긍이 가는 이야기였다. 특히 교통문화가 개판인건 조선시대 고관들이 가마타고 가면서 "어이 물렀거라" 하는 그런 사고이라는데 공감 100%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보행자를 전혀 배려하지 안는 시각이 충분히 이해된다.인도에서 보기 드물게 부지런한 델리의 아침

  이제 델리에서 첫번째 과업은 아그라를 거쳐 네팔로 돌아가는 기차표 구입.

  그런데 표 사는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외국인 여행자 창구에 두시간 줄 선 결과, 아그라를 거치는 표는 다가오는 축제때문에 만석이며(그놈의 축제는 대체 몇번째인지) 나는 관광이 아닌 학생비자이므로 업무처리가 안된다는 것. 귀찮아서 둘러댄 것 같지만 안판다는데 난감할 뿐이다.

  이번에는 인도인 창구에 줄을 섰다. 내 창구의 대기인원은 15명 정도. 이 인원 처리에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창구직원은 손님이 있던 말던 사적 용무로 자리를 비우고, 아주 단순한 구조의 티켓단말기에 역 이름 입력을 독수리 타법으로……. 답담함의 극치다. 역무원 생활 하루이틀도 아니고 역 코드조차 못외우는건 이해가 안된다. 그러면서 얻은 결과는 자리는 만석이며 긴급티켓(Tatkal)을 구입하려면 내일 다시 오라는 것.

  결국 천재지변 아니면 표를 구해줄 수 있다는 여행사에 티켓값보다 더 비싼 수수료를 지불한 후 위임해버렸다. 수수료만 만원에 달하지만, 기차표 때문에 인도의 마지막을 줄서면서 낭비할 수는 없으니 차라리 이게 낫겠다 싶었다. 진작 여행사로 올 걸 그랬다.전선이 얽히고 섥힌 올드델리. 정리좀 하지~

  버스타고 간 아그라에서 고대하던 타지마할을 봤다.

새하얀 타지마할의 모습

  타지마할은 생각보다 더 아름다운 건물이었고 굉장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건물이었다. 샤 자한이 죽은 왕비를 기리기 위해 이런 건물을 지은 결과 무굴제국의 재정이 흔들리고 결국 영국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나라를 말아먹은 저주의 건물이다. 수양제의 대운하 같다고 할까? 하지만 지금 그 후손들은 이 건물 입장료와 가이드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타지마할은 마치 미니어처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

  인도를 떠난다는게 막상 현실이 되니 매우 아쉬웠다. 내가 할 수 있는것은 하나라도 더 보고 가슴에 새기기 위해 델리를 떠돌아 다니는것 뿐.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 사원 주위는 인도가 아닌듯한 이슬람 거리인디아 게이트의 습작. 그리고 그곳의 경찰

  마침내 고락푸르행 기차에 올랐다. SL(Sleeper) 클래스 1층인데 혼자 누워 자거나 3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 내 자리에 이미 다른사람 두명이 앉아 있었고, 표를 보여줘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버부킹인가보다.

  어느새 실내등이 꺼지고 다른좌석은 다 누워있다. 나도 누워 자겠다니까 엉덩이만 살짝 앞으로 빼면서 자라는 것. 뭔가 이상해서 "너 표 갖고있냐? 이 좌석 맞냐?" 물어보자 당당히 "표 없다. 노프러브럼이다. 원래 다 이렇게 간다."는 대답. 이건 무슨 배짱인지…. 시스템 모르는 외국인이 호구로 보이나 보다. 결국 약간의 시비 끝에 내 권리를 찾을 수 있었다.차창밖으로 보이는 모습과, 기차 안에서

  인도 배낭여행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티켓 예약도 불편하고 기차건 버스건 연착은 기본 시간을 도무지 지킬 줄 모른다.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여 기다리는 사람만 바보되는 구조. 도무지 효율적인 시간사용을 할 수가 없다. 벌써부터 자유롭던 자전거여행이 그리워진다.

  아니나다를까 기차는 두시간 연착 후 고락푸르 도착. 네팔국경에 가기 위해서 소나울리행 버스를 탔다. 바로 출발한다더니 역시 거짓말. 좌석을 다 채울 때 까지 한시간가량 주위를 맴돌다 출발한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약 보름 전 자전거로 지났던 길이다. 같은 길을 버스로 달리려니 감회가 새롭다. 마침내 국경에 도착, 3월 22일. 딱 비자 만료일이다. 여권에 최종 출국 도장을 찍음으로서 약 4개월간의 인도생활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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