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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India)

036. 네팔 진입. 인도-네팔 국경을 넘어

  3월 6일. 편히 자고 일어나서 몸을 풀고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슬슬 주행하는데 다행히 통증은 심하지 않았다.

  이번 목표는 네팔이다. 현 위치는 네팔 국경까지 60km가량 떨어져 있다.

  네팔은 최초 계획에 없었으나 갑자기 가게 되었다. 최초 계획은 바라나시(Varanasi)에서 서북으로 가면서 인도 공주 허황옥의 고향 아유타국으로 추정되는 아요디아(Ayodhya), 이름만으로도 기분좋은 러크나우(Lucknow),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Agra)를 거쳐 인도 수도 델리(Delhi)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네팔은 천국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2박 3일정도면 짧은 코스의 안나푸르나 트래킹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히말라야를 직접 볼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졌다. 가까운 네팔을 먼저 들렀다가, 다시 아요디아-러크나우-아그라를 거쳐 델리로 가도 비자기간(3월 22일) 내에 문제없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발길을 돌린것이다.

  국경마을 소나울리(Sonauli)가 다가오자 믿기 힘든 넓은 길이 나타났다.광활한 도로

  차량 통행량도 거의 없는데 왠 안어울리는 넓은 도로일까? 아마 인도-네팔 국경이라 부를 과시할 목적으로 도로를 닦은게 아닐까? 마치 비무장지대 전방의 북한 위장도시처럼.

  흠.. 그건 착각이었다. 조금 더 가니 넓은 길은 2, 3중으로 노상주차한 트럭들이 점유하고 있었고 길은 다시 좁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국경에 도착했다.아무데서나 승하차. 역시 인도는 이런 풍경이 더 익숙하다.

  1월 5일부터 정확히 두달만에 인도를 가로질러 마침내 네팔 앞에 도착한것이다. 나름 고생한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아, 이제 네팔이구나!인도 국경앞에서 감회에 젖은 모습

  감격도 잠시, 여권에 출국 도장을 찍어야 할텐데 도무지 출입국심사장(Immigration Office)이 안보인다.

  국경 앞 검문소의 군인에게 물어보니 100m 가량 뒤에 있다는 것. 아니 이런 식으로 국경경비를 하나? 짐 검사를 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인도 입국심사장은 정말 기가막힌 모습이었다.저 가게 옆 칠 벗겨진 간판이 입국심사장 표지허름하다는 말도 아까운 인도 입국심사장

 인도에서 뭐 하나 내 상식과 부합되는게 없었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관문인데 이게 뭔가 싶을 정도였다. 어쨌든 출국카드를 작성했다. 주소는 없기에 공란으로 비우고 제출했는데 바로 질문 들어온다.

  "어제 묵었던 호텔이름 적어라"

  "자 여기 고락푸르다"

  "왜 호텔이름은 안적냐?"

  "호텔에서 안잤다"

  "농담하냐? 그럼 길에서 잤다는 소리냐"

  "응. 어떻게 알았어?"

  또 귀찮게 되었다. 어디서 잤는지 왜 호텔에 안갔는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냥 아무 호텔이나 쓸 걸 그랬다. 심문(?)을 받으면서 텐트 다 보여주고 공터에서 잤다고 하고 우여곡절끝에 출국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에구. 너무 정직해도 피곤하다.

  이제 진짜 네팔이구나. 뭐 1주일 후에 다시 인도로 돌아올 계획이지만 뭔가 새롭다. 근처 환전소에서 1인도루피 당 1.5네팔루피를 환전하고,(Tip. 국경근처 환전소는 비싸다. 국경 외에는 대부분 1:1.6의 환율) 국경에 들어섰다.

  그런데... 국경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불법입국 확인을 위해 여권을 보고, 최소한 두 문 사이에서 몸 수색하고(인도는 대형 쇼핑몰도 금속탐지기로 수색한다) 밀수품 등 확인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다. 몰래 담 두번만 넘으면 국경통과 가능하다. 밀수 등 뭘 해도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 아니 국경에 검문이 없어서 담도 안넘어도 된다.양국 국경사이 중립지대는 어이없게도 주차장이었다.

  게다가 국경입구와 입구 사이 중립지역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사이클 릭샤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생각한 이 지역은 철책과 지뢰가 깔려있고, 양국 군인들이 철책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어야 정상인데. 이게 국경의 원래 모습인가? 우리나라 휴전선만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너무나도 낯선 국경의 풍경을 뒤로하고 네팔로 들어섰다.

  네팔은 비자를 요구하지만 절차도 복잡하지 않고, 입국심사장에서 돈과 사진만 내면 바로 발급해준다. 심지어는 실수로 비자기간 내에 출국하지 못해도 기본 30달러와 하루당 3달러만 내면 된다. 아마 트래커들이 종종 늦는 경우가 있나 보다.

  나는 25달러짜리 15일 체류 복수비자를 받았다.(Tip. 네팔 비자 취득시 사진한장과 비자요금만 준비하고, 입국카드와 비자신청서만 작성하면 끝)

취득 절차만큼이나 단순한 네팔비자.

네팔 비자는 정말 허술하다. 미리 인쇄된 비자를 대충 잘라서 붙이고 사인하고 날인하면 끝.네팔 입국심사장의 모습

  하지만 나만의 느낌일까? 네팔 입국심사장은 인도와 1~2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뭔가 더 조용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로 공사중인 구간은, 인도처럼 무작정 다 뒤집지 않고, 일부 차선만 공사하여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았으며, 무려 공사중 표지판까지 설치했다. 도로는 넓고 갓길까지 갖추고 있었다.Drive Slowly 인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사안내 표지판

  내가 듣기로 네팔이 인도보다 더 못산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네팔인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인도인도 많이 봤는데, 뭔가 더 정돈되어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달려보니 더 큰 차이가 있었다. 경적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꼭 필요할때만 비 위협적으로 살살 누르는 운전매너. 길에서 쉴 때도 인도인들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쉴새없이 말 시키는 사람도 없고…. 비록 도로상태는 과히 좋지 않았지만, 무관심과 운전매너만으로도 인도와의 차이가 느껴졌고, 기분이 좋아졌다.

  대체 무엇이 국민성의 차이를 만드는 것일까? 인도는 인종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살지만, 인도같은 느낌이 있었고, 네팔은 인도의 한 개 주 정도의 크기인데도 인도와 많이 다른 모습.

  단지 나의 착각일 뿐인가? 아마 이건 조금 더 경험해 보면 네팔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겠지.

  자전거로 국경을 넘었다는 흥분과, 많은 사람들이 천국같다고 말한 네팔에 대한 기대에 부푼 가슴을 안고, 국경에서 약 20km 떨어진 룸비니(Lumbini)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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