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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Albania)

117. 유럽 진출의 교두보 알바니아 쉬코드라(Shkodra)에서도 며칠간 비가 내리더니 간만에 날이 개었다. 출발준비는 다 마쳤고, 이제 알바니아와도 작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국경은 멀지 않다. 쉬코드라 시가지를 벗어나자 한적한 시골길이 이어진다. 밭에는 이름모를 노란 꽃이 피어있다. 유채꽃인가? 통행도 드물 정도이지만 방공호가 수없이 보인다. 국경은 국경인가 보다. 그런데 이 방공호는 골칫거리다. 엔베르 호자(Enver Hoxha) 집권시에 소련과의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소련의 침공을 대비하여 방공호 설치를 구상하게 된다. 이때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엔지니어에게 시험적으로 방공호를 만들게 하고, 그 안에 들어가도록 한다. 그리고 방공호에 그대로 포사격을 가했다고 한다. 사격이 끝나고, 방공호에서 걸어나오는 엔지니어를 보며 대단히 만족한 호자.. 더보기
116. 자전거 여행자들의 집합소 쉬코드라 전날 받은 친절한 대접을 떠올리며 기분좋게 달린다. 목적지 쉬코드라(Shkodra)는 그다지 멀지 않다. 멀리 보이는 산 위에는 오래된 성벽도 보이고, 전날 내린 비로 흙탕물이 되어버린 조그만 강을 건너자 쉬코드라에 진입했다. 전날 까페에서 PC를 사용하며 보아 둔 호스텔을 찾는다. 가격 때문에 결정하긴 했지만 호스텔 이름도 재미있다. Mi casa es tu casa. '내 집은 네 집이다'라는 이름.(주행거리 15.1km, 누적거리 8,615km) 호스텔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강아지가 맞아준다. 또, 정원이 있고 자전거 보관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그동안의 호스텔은 대부분 아파트 형식이라 짐 옮기기도 귀찮고 자전거 보관도 애매했는데 다행이다. 짐을 풀고 있는데 앳스시 이토(Atsushi Ito)라는 일.. 더보기
115. 따뜻한 알바니아 사람들 알바니아로 넘어오자 확실히 날씨가 덜 추웠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는 바로 비. 장댓비가 굵고 지루하게 쏟아진다. 잠깐씩 갤때는 더없이 화창하지만 곧 비의 반복. 이런 강한 비의 영향인지 집 베란다마다 파라솔을 비스듬하게 설치해 놓았다. 그리고 기온 자체가 낮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춥다. 두꺼운 외투를 필요로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만히 있으면 으슬으슬 떨리는 기분 나쁜 추위다. 겨울에 비가 많이오고 습한 영향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빨리 출발하기위해 조바심을 내었지만, 좀처럼 비가 그치지 않는다. 다행인건 숙소도 좋고 알바니아의 저렴한 물가는 부담도 덜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물가 비싸고 추운 나라에서 계속 비맞으며 고생하느니 여기서 비 그치고 날씨가 풀릴때까지 머루르는것도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점차 .. 더보기
114. 거대한 놀이동산 티라나 알바니아(Albania)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건 바로 '색'이었다. 단지 나의 착각일지는 모르겠지만, 흙은 붉은빛이 더 강하고 거기에 대비되어 풀색 역시 더 진하게 느껴졌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은 모나기 보다는 둥글둥글하다. 거기에 한결 온화해진 날씨가 겹쳐져서일까 바라보는 마음도 편안한 곳이다. 이런 자연환경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 자연환경의 영향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지는 모르겠지만, 알바니아에 첫발을 들이고도 뭔가 다르다고 느낄 정도면 분명히 영향이 있었겠지? 불가리아부터 과거 공산권 국가를 거쳐오면서 느낀건 무채색이었다. 근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화려했지만, 공산주의 이후의 건물은 획일적인 아파트에 심지어는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회색의 연속이었다. 이런 경향은 특히 .. 더보기
113. 자전거 여행, 무얼 먹고 다닐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식사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행인건 웬만한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것이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대부분의 음식은 입맞에 잘 맞아 낯선 환경에도 식사 부담이 없다. 어릴때는 몇가지 안 먹던 음식이 있었으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음식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목포해양대학교 생활은 나쁜 습관까지 바꿔준 정말 좋은 기회였다. '서양'생활 답게 유럽에서 내 주식은 식빵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어디서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구멍가게에서 파는 식빵도 먹을만 하지만, 빵집에서 바로 잘라주는 빵은 매우 부드럽고 맛있다. 여기에 딸기잼이나 초콜렛을 바르면 식사 끝. 그래도 가끔은 고기가 필요하다. 패스트푸드로 가장 많은건 터키식 도너(Doner.. 더보기
112. 티라나 둘러보기 알바니아 수도인 티라나(Tirana) 구경길에 나섰다. 시내는 머물고 있는 호스텔에서 5km가량 떨어져 있었으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금방이다. 티라나 시가지는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티라나 외곽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넓찍한 도로 중앙에는 자전거 도로도 설치되어 있었다. 티라나는 어떤 곳일까 기대를 품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피라미드. 처음 피라미드가 있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이집트나 마야에 있다는 말은 들었봤어도 알바니아에도 피라미드가? 원뿔 모양의 피라미드는 멀리서 보니 그럴듯했다. 그런데 직접 가 본 피라미드는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다. 고대 무덤은 전혀 아니고 현대식 건물이었는데, 진입로의 깨진 보도블럭을 시작으로 유리창은 깨져 있고, 벽에는 낙서가 가득했다. 물론 출입문은 굳게 닫.. 더보기
111. 알바니아와의 첫만남 언덕 위에 위치한 국경을 넘어서 알바니아에 도착했다. 선입견과 달리 알바니아 국경은 번듯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국경 근처 환전소에서 알바니아돈을 약간 환전하고 본격적인 알바니아 여행길에 올랐다. 코소보에서 알바니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Enver Hoxha) 집권기에는 길에 지갑이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전 국민이 AK 소총을 갖고 있으니 주의하라고 한다. 공산주의 국가였으나 소련, 중공, 유고슬라비아 등 모든 나라와 국교를 단절하고, 소련의 침공을 대비하여 전국에 수많은 방공호를 건설했다고도 했다. 예전에 이원복 교수님의 유럽에 관한 책을 읽은적이 있는데, 거기에 소개된 알바니아는 북한과 비교될 정도로 세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