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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

157. 부다페스트 맛보기 얼마나 지났을까? 소란스러움에 눈을 떠 보니 에릭(Eric)과 친구들이 도착했다. 부스스한 얼굴로 에릭과 인사를 나누었다. 브라질 친구 에릭은 기계공학 공부를 위해 부다페스트로 유학와 있었다. 아파트에서 친구 루카스(Lucas)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으며 카우치서핑을 통해 이미 100명 이상을 초대해왔다. 여행 및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에릭의 방에는 여행 기념품과 게스트들의 감사 메시지가 빼곡했다. 한글 메시지도 몇건 보인다. 마침 에릭은 유학이 끝나 귀국을 앞두고 있었다. 며칠 더 늦었다면 에릭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부다페스트의 모든 일정을 끝마치고 홀가분해진 에릭은 초대한 손님들과 함께 아침까지 파티를 하고 들어온 참이다. 활발한 주인 덕분에 손님들 역시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도 그리.. 더보기
156. 헝그리(hungry)? 헝가리(Hungary)! 하마터면 국경을 지나칠 뻔 했다. 슬로베니아(Slovenia)의 마지막 Pince 마을을 지나 양국 국경지대에 들어서자 칠흑같은 어둠만 자리잡고 있었다. 그나마 초라하게 서있던 표지판이 국경임을 알려주었다. 손전등을 비추며 사진촬영을 시도해봤지만 반사판 외에는 찍히지 않았다. 표지판에 새겨진 Magyarország. 마자르 공화국이 헝가리의 정식 국명이다. 금세 헝가리의 마을이 나왔으나 가게는 모조리 문을 닫았다. 민가에서 희미한 불빛만 흘러나올 뿐 도시는 고요했다. 그러고 보니 헝가리 물가가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 뿐 헝가리돈도 없었다. 어쩔수 없이 석식을 생략하고 Dobri 외곽의 도로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7월 26일 주행거리 88.48km, 누적거리 10,783km) 샛길을 한참 달리자 7번.. 더보기
155. 슬로우베니아(Slow-venia)와 독도법(讀圖法) 밤새 한차례 비가 쏟아졌나 보다. 텐트에는 송골송골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빗물이라도 말리고 가야겠다. 주위를 살펴보니 전날 보이지 않았던 민가가 보인다. 좀더 쉬다 가려고 했는데 바로 출발하는게 낫겠다. 마침 식량도 다 떨어졌다. 산속에 슈퍼마켓이 있을리 만무하니 피곤해도 빨리 벗어나는게 상책이다. 일단 주행을 위해 옷부터 갈아입었다. 빗속에서 야영하면 옷에 습기가 남아있어 상당히 불쾌하다. 옷이 눅눅한데 배까지 고프니 참 처량하다. 그런데 누군가 텐트에 찾아와 뭐라고 외친다. ‘빨리 나가라는 소리구나’ “곧 나갈게요”라고 대답하며 텐트를 열어보니 한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머물다 가라면서 비닐 봉지를 하나 내민다. 봉지에는 하나하나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더보기
154. 마지막 유고슬라비아, 슬로베니아 마침내 구 유고슬라비아 6개국(코소보까지 7개국) 중 마지막 나라 슬로베니아(Slovenia, Slovenija)에 들어섰다. 여기부터는 달라지는게 많다. 우선 슬로베니아는 쉥겐(Schengen) 조약 가입국이다. 쉥겐 조약은 국경 검문소를 철폐하고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으로 한국인은 최초 입국일로부터 180일 중 9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이 조약에 가입되어 있어 여권조차 제시하지 않고 국경을 드나들 수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일원으로 유로화를 통화로 사용한다. 그동안 거쳐온 불가리아(Bulgaria), 루마니아(Romania), 크로아티아(Croatia)는 EU가입국이기는 하지만 자국 통화를 사용했고 코소보(Kosovo)나 몬테네그로(Monte.. 더보기
153. 다시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을테다 자그레브에서 머문 한달 반은 정말 즐거웠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물론 친구들은 더 있으라고 하지만 무비자 체류 가능기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동안 함께 했던 우쿨렐레 선생님 토퍼도 얼마전에 티슈, 비누, 치약 등 생활용품을 한가득 남겨주고 떠났고, 뱅상, 까미유 등 프랑스 친구들도 오전에 떠났다. 이제 아쉽지만 나도 가야 한다. 장거리를 달리려면 아침일찍 출발해야 하지만 인사는 해야겠지? 기다리는 동안 유독 한글에 관심을 보이던 디노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기로 했다. 한글 교육은 단 세가지. 1. 훈민정음-알파벳 변환표를 그려주고, 2. 자음+모음(+자음)이 한 ‘글자’를 만들며 한 글자는 한 어절이라고 알려줬다. 3. 자음 ‘ㅇ’와 모음 ‘ㅡ’는 소리가 없지만 ‘글자’를 만들기 위해 쓴.. 더보기
152. 자그레브의 양치기 소년 예상외로 자그레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출발하려 하면 한국 대표팀 축구경기가 있거나 다른 친구들이 발목을 잡는다. 정확히 말하면 다 핑계다. 체류기간이 긴 만큼 LYC의 주인 마르코는 물론 그의 아들 디노와 딸 안나마리아와도 친해졌다. 아이스하키와 컬링이 취미인 디노는 매우 유쾌한 친구였고 디노를 통해 동네 친구들도 알게되었다. 하교 후 아버지 일을 돕고 있는 안나마리아는 매우 예쁜데다 첫인상이 새침해 보여 말붙이기가 어려웠는데 알고보니 소탈하기 그지없었다. 함께 방학기간에 일하고 있는 안나마리아의 친구 루치아는 성격이 매우 밝아서 더욱 쉽게 친해졌다. 루치아 하면 떠오르는건 매운음식이다. 파스타로 ‘수제비’ 끓이는걸 흥미롭게 바라보길래 조금 줬더니 괴로워한다. 정말 ‘안매운’ 파프리카 가루를.. 더보기
151. 자그레브 알아가기 군수 청소년회관(Logistic Youth Center)에 머무르면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LYC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저렴한 숙박비와 편한 시설로 인해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또 한번 들어오면 블랙홀 마냥 계획 이상으로 머물고 가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던 중 심규범 군에게 연락이 왔다. 이 친구는 해병대를 전역하고 해외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다가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당시 나는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고 자주 로그인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내가 군수 청소년회관으로 옮긴 현충일에 다시 연락을 준 것이다. 크로아티아(Croatia)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무심하게도 거의 반년동안 답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락을 주다니. 진작 알.. 더보기
150. 행운의 메달과 톰슨, 그리고 우스타샤 크로아티아(Croatia) 친구들이 도무지 알려주지 않는 ‘행운의 메달’의 정체를 밝혀보기로 했다.(관련글) 우선 반 옐라치치(Ban Jelačić) 광장 앞의 관광안내소가 떠올랐다. 메달을 목에 걸고 광장으로 향했다. 벤치에서 잠시 쉬는 데 갑자기 어여쁜 아가씨가 웃으며 다가오더니 메달에 대해 묻는다. 선물받은 ‘행운의 메달’인데 사람들이 이 메달에 관심이 많다고 대답하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끝내 메달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아, 대체 이 메달은 뭘까? 궁금증이 더해간다. 관광안내소에 가자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메달에 대해 물어보니 그저 베네딕토 성인이 새겨졌다고만 한다. 아니, 단순한 가톨릭(Catholic) 성인인데 왜 크로아티아 친구들이 이렇게 좋아하는걸까? 재차 물어.. 더보기
149. 월드컵의 열정과 행운의 메달 잠시 쉬어가려던 자그레브(Zagreb)의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이제 슬슬 자그레브를 떠나야겠다 싶은데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다. 2014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에서 크로아티아(Croatia)와 브라질이 맞붙는다는 것이다. 축구를 매우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친구들은 며칠전부터 흥분상태였다. 월드컵을 모두 챙겨보지는 못해도 크로아티아에서 크로아티아 팀의 경기를 보는것도 재미있을 듯 싶어 일정을 연기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osnia i Hercegovina;BiH)에서 나를 재워준 이반과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반 역시 축구경기를 매우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는 BiH 대표팀 대신 크로아티아를 응원한다고 한다. 대한민국과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모두 16강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6월 12일. .. 더보기
148. 자그레브와 넥타이의 유래 자그레브(Zagreb)의 값싼 ‘군수 청소년회관(Logistic Youth Centre)’에서 몸 회복도 할겸 며칠 쉬어갈 계획이었다. 물론 쉬는것도 좋지만 자그레브 시내를 구경하는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마침 숙소에 또다른 한국인 여행자가 들어왔다. 바로 배낭여행중인 김경남 군. 오랜만에 말벗이 생기니 참 좋다. 나는 자전거로 경남군은 대중교통을 타고 자그레브 중앙 역으로 향했다. 역 앞에는 잔디가 깔린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광장 전면에 있는 말 위에서 칼을 치켜든 동상의 주인공은 중세 크로아티아 왕국(Kingdom of Croatia)을 설립한 토미슬라브(Tomislav) 왕이다. 이 땅에는 고대에는 현재 알바니아(Albania) 영토를 포함하는 일리리아(Illyria) 왕국이 있었으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