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통과하기 위해 들어왔던 세르비아에서 뜻하지 않게 오래 머물게 되면서 베오그라드 이곳저곳을 누볐다.
다음에 방문한 곳은 사바 성당(St. Sava Temple). 세르비아어로는 Hram Svetog Save라고 불리는 곳으로 세계 최대의 정교회 성당이라고 한다.
<거대한 사바 성당의 위용>
확실히 규모가 큰 성당이라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다. 잔디가 깔린 공원 앞으로 보이는 백색 대리석 건물. 그런데 크기는 어떨 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불가리아의 알렉산더 네프스키(Alexander Nevski) 성당만큼 화려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영향이 반영되었을까? 첨탑을 세우고 돔 지붕의 십자가를 초생달로 바꾸면 터키 모스크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럼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다른 정교회 성당처럼 입구에는 전실이 설치되어있고, 전실에는 먼저 푸른 색감의 프레스코화가 눈에 들어왔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헬레나. 그리고 용을 잡는 프레스코>
그리고 내부에는 단상이 설치된 것도 다른 정교회 성당과 다른 점이 없었다.
<사바 성당의 내부>
굳이 특이한 점을 찾자면 아직 내부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것이다.
비계(일명 아시바)가 설치되어 있는것 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성당 안에서 크레인이 움직이는 모습은 처음 봐서 매우 낯설었다. 내부 인테리어를 완료하고, 벽화를 다 그리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을 요구할까? 실제로 옆에는 기부금을 받는 모금함이 있었다.
세계 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 미완성이라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는 성당이었으나, 하얀 성당 앞 벤치에서 쉬기에는 좋은 곳이었다.
<성당 안에서 크레인 본 사람?>
세르비아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중 하나는 안테나였다. 어디서나 소형 파라볼라 안테나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안테나가 왜 건물마다 설치되었을까?
<성당에도 설치된 파라볼라 안테나>
머물던 호스텔에도 있길래 확인해 보니 인터넷 송수신용 안테나였다. 한국은 광이나 동축 또는 UTP 등 케이블에 CSU/DSU 거쳐 PC로 연결하는데, 여기는 케이블을 공중선으로 대체한 것이다. 테슬라의 후예라서? 아니면 단순한 설치비용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유럽 전반적으로 TV안테나를 많이 봤다. 어쩌면 오래된 석조건물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인터넷까지 공중선으로 대체한건 세르비아에서 처음 본다.
한국은 도서지역이나 특수한 경우 외에는 다 유선 기반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다녀본 나라 중 우리나라보다 인터넷이 더 빠른 나라는 보지 못했다.
<주거지역히 형성된 신도시 Novi Beograd의 독특한 건물>
베오그라드에 머무는 동안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10월 27일 02:00을 기해 일광시간절약제(섬머타임)이 해제되었다. 즉 02:00을 03:00으로 조절하고 서울과의 시차는 8시간으로 벌어졌다.
또 다른 특이한 점으로, 10월 말이 되니 해가 매우 빨리져서 16:30만 되면 어두워질 정도였다. 일주일 전만 해도 밝은 시간이었고, 심지어는 시계를 한시간 늦추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 중 하루는 밤중에도 유난히 하늘이 환하다. 그믐에 가까운 시기이므로 달 때문에 밝은것도 아니다. 유럽에서도 특이한 상황인가보다. 호스텔의 다른 친구들도 하나씩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백야현상이 나타나는 지역도 아닐텐데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유독 밝은 날. 새벽 01:23분>
날씨도 쌀쌀해졌고, 또 하나.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소나기가 쏟아질 때도 있지만 가랑비가 종일 내리는 날이 더 많다. 여러모로 자전거 여행에는 불리한 환경이다.
<비가 곧 쏟아질듯한 하늘과 국회의사당>
그럼에도 가끔 날이 갤 때 마다 계속 돌아다녔다. 베오그라드에서 또 다른 유명한 건물은 예전 국방성 건물이다.
<우중충한 하늘과 묘하게 어울리는 국방성 건물>
늘 전투경찰이 지키고 있고, 펜스가 둘러진 건물. 이 건물은 바로 99년 나토(NATO)의 유고 공습당시 파괴된 것이다. 나토는 스마트탄을 이용하여 폭격을 하였는데, 이 탄은 건물을 파고 들어 원하는 곳을 정밀 폭파하는 신무기였다.
<건물을 뚫고 들어가서 폭발한 스마트탄의 위력>
스마트탄은 민간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개발되었겠지만, 엉뚱하게 중공 대사관을 오폭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무튼 나토의 공습을 받은 국방성 건물은 14년이 지난 현재에도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세르비아인들은 이 건물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과거에 일으킨 내전을 반성할까 아니면 외세의 개입으로 억울하게 당했다는 생각을 할까?
<뻥 뚫려버린 국방성 건물>
흉물스러운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것은 세르비아의 속칭 '꼰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마침 먹구름으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
폭격당한 모습을 보니 어째 마음이 불편하다. 마침 공화국 광장 부근에 헌혈차를 발견했다.
세르비아도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적십자사에서 헌혈을 주관한다.
<세르비아의 헌혈차>
나도 대한적십자사 명예의 전당 등재자가 아닌가. 세르비아에서 대한 남아의 기개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헌혈을 하고자 문진지를 받았으나 세르비아어로만 적혀있어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근처의 관광안내소에서 통역을 받아 가며 문진지를 작성하고 헌혈을 위해 제출했다.
의료요원은 헌혈 경험 입국 시기 등 몇가지를 물어보더니 결론은 헌혈부적격.
아니 왜 협조하겠다는 나한테 '꼰티'를 내는거야? 여행자는 불가능한가 보다. 애써 문진지를 작성했는데 규정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미안하다고 연신 필요이상의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내가 미안해졌다.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었으나 헌혈 부적격 판정>
그러던 어느날, 마침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드디어 ATM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시티은행 올림픽 중앙지점 조중현 팀장님 덕분에 잘 해결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자도 여유있게 챙겼고 이제 베오그라드를 떠나기만 하면 된다.
<서류를 잘 배달해 준 중앙우체국>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발생. 며칠째 이어지는 비로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중 호스텔에 한국인이 체크인했다. 바로 박경애 선생님.
근 한달만에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 같다. 세르비아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 많은 대화도 하고, 직접 만들어주신 수제비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은 마지막에는 비상식량으로 초콜렛을 챙겨주셨다. 감사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11월 7일. 드디어 한달간 머물렀던 베오그라드를 출발했다.
'세르비아(Serb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2. 산넘어 산. 니쉬를 향해 (2) | 2013.12.12 |
---|---|
091. 따뜻한 세르비아 사람들과의 만남 (0) | 2013.12.10 |
089. Electric Shock!!! 니콜라 테슬라와의 만남 (0) | 2013.12.07 |
088. 세르비아의 독립과 퍼즐 맞추기 (2) | 2013.12.04 |
087. 베오그라드 장기 투숙 시작 (2) | 2013.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