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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India)

008. 언짢았던 기내식과 인도의 첫인상

  인도행 항공기에서부터 조금 언짢아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승무원이 기내식을 가장 마지막으로, 그것도 VEG가 찍혀있는 도시락을 주는게 아닌가. 한동안 고기 먹기 힘들것 같아서, 기내식은 소고기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바로 승무원을 다시 불렀다.

  "난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잘못 준거 아니냐?"

  "네 것이 맞다. Non-Veg.는 없다."

  "뭔 소리냐? 옆자리에서는 먹고있지 않냐."

  "Non-Veg.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먹기싫으면 관둬라."

  "난 식사 포함해서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 내가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네 임무는 서비스다"

  "내 책임 아니다."

  하더니 그냥 가버린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죄송하지만, 저희가 준비한 Non-Veg.가 다 떨어져서 이거라도 괜찮겠습니까?' 라고 물어봤다면 군말없이 먹었겠지. 그런데 그냥 가버려? 이런 괘씸한…… 다시 부르려는데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승무원은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 설마 인도에서는 이런게 당연한건가?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군.'

  음료수라도 마시려고 승무원 호출 벨을 눌렀지만 그냥 무시. 바빠 보이지는 않지만, 한 번 부르면 30분은 걸리는것 같다.(남 승무원은 그나마 친절했다)


  결국 항공기에서 서비스는 포기했다. 심지어는(물론 승무원의 잘못은 아니지만) 항공기 벽면의 스크린마저 다운되었다.

벽면 스크린은 지도, 현 위치, 고도 등 운항정보 대신, 운영체제가 리눅스임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 아무것도 아니었다.

  입국 심사를 받고 수화물을 찾으러 갔는데,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게 어딘가 상태가 안좋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스템 부분의 가방과 매트는 찢어지고, 알루미늄 스템이 닳아있었다. 속도계 거치대는 부러져 있었고.

  '공항에 널린게 컨베이어고 트롤리인데 끌고다녔나?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고, 배상 청구했어야 하는건데……'

칠이 벗겨진게 아니라 깎여 나갔다.좌측 속도계 거치대는 부러졌다(나중에 청테이프로 보완)


  세관은 신고할거 없으므로 무시하고 가려는데 흰 제복을 입은 친구가 부른다.

  "관세 200달러 내라."

  "왜 내야 하냐?"

  "네 짐은 너무 크다."

  "뭔 상관이냐"

  그러자 작은 방으로 부른다.

  "200달러 내라"

  "싫어. 왜."

  "니 짐은 크고 비싸잖아?"

  "봐라 넌 중고도 관세 물리냐"

  "어"

  처음에는 진짜 내야 하나 싶었는데, 방으로 부른 순간, 뭔가 남에게 보이기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

  "200달러? 그래 낼게. 영수증줘라. 그리고 네 사진 한장 찍어가겠다. 난 네 이름도 알고 있다. 나중에 이게 불합리한거면 정식으로 한국 대사관 통해서 환불 신청하겠다."

  "문제없다 그냥 가라"

  그래 사기였구나.. 그런데, 그 나라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공항에서, 공무원이 제복입고 사기치다니

  (Tip. 개인적인 경험 상, 외국 사기꾼들은 대사관 갖다대면 의외로 약하다. 대사관에서 이런것까지 신경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좀 이상하다 싶으면 둘러대보자)

200달러짜리 큰 짐의 정체는?


  세관을 통과하고 입국카드를 내는데, 이번에는 카키색 제복 입은 사람이 잡는다.

  "뭐냐"

  "너 짐 크다 300달러 내라."

  이제 수법이 보인다. 졸리고 피곤해서 상대하기도 귀찮다.

  "저기 흰 옷 입은애 보여? 걔는 200달러 달랬는데 넌 왜 300달러냐"

  "먼저 냈냐? 그럼 가라."

  두명이나, 어쩌면 저렇게 당당하게 사기칠 수가 있지? 불친절해도 정직한 승무원이 훌륭한거였나?


  어느새 시간은 자정이었다. 공항 앞에는 한국에서 예약한 숙소의 스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차를 가져온다고 공항 앞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아마. 인도 뭄바이 시바지 국제공항 앞은 세상 어느 공항보다 시끄러운 공항일 것이다. 신경질적으로 눌러대는 경적소리. 호각소리……

  버스터미널, 아니 우리 동네 길동시장도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돗때기 시장. 그것도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이정도면 낮에는 어떨까?

한적해 보이지만 화면 좌측은 아수라장이다.


  인도의 첫인상은. 불친절, 사기, 소란스러움 등. 

  '앞으로 이런동네에서 지내야 하나?' 차를 타고 숙소로 향하면서, 흥분과 기대는 다 사라지고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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