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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India)

012. 푸네로 출발~

  1월 5일 월요일. 약 2달간 정든 Kharghar를 떠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남동쪽 120km여 지점에 위치한 Pune. 인도에서 8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출발 전, Kharghar에서 마지막 사진. 엄청난 짐의 위용


  사실 푸네는 앞으로 갈 목표에 비해 반대쪽이지만, 두달동안 함께 생활하던 룸메이트의 소개로 선택했다. 지도 상으로는 크게 먼 것 같지도 않고 한번 가볼만 하다 판단하여 길을 나섰다. 많은 짐을 갖고 이동하는것은 만만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20~30Km 정도는 수월했다. 경치도 좋았고 길 상태도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인도의 벤허~


  이정도 쯤이야. 하지만 달리는 중간에 지킬 원칙. 1시간 주행 후 10분 이상 쉰다. 무릎에 무리를 느끼면 즉시 충분한 휴실을 취한다.

  날씨는 조금 더웠으나 즐거운 주행. 흥미로운 광경도 많이 보였다.

뭘 만드는 거지? 바닥에 벽돌을 깔고, 구획을 나눠놓은 모습

길 옆에는 PAN AM의 비행기가 한대 서 있었다.

중간에 발견한 간이 휴게소, 덕분에 푹 휴식을 취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산 꼭대기 능선 위에 차량이 달리는 것. 뭐하러 산꼭대기까지 올라갔을까?

사진에는 안찍혔지만 정상에서 차량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이건 무슨 굴곡도 없는 끝없는 오르막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오르막.

  가장 가벼운 기어로도 전진이 불가능할 정도이고, 종아리도 아닌, 허벅지에 쥐가 가는 이채로운 경험까지 했다. 결국은 끌고 가려는데 이것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바퀴가 있지만, 오르막길에 많은 짐을 끄는 것 자체도 힘들고, 좌우로 조금만 기울어지면 짐의 무게로 쓰러지는데다가 속도도 안나고. 대체 왜 인도인들은 산에 터널하나 안뚫는것인가.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탈진상태에 처하여 쉬어가기로 했다. 꼼짝도 하기 힘들었다. 결국 가드레일을 넘어 매트리스 깔고 그대로 다운. 그러고 보니 식사도 안했구나. 비상식량 라면을 2개 끓여먹고 그나마 조금 회복되어 다시 길을 가기 시작.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던 라면. 다시한번 성재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가뜩이나 힘든데 이젠 들개까지 컹컹거리면서 쫓아온다. 으아 광견병 덩어리다. 비상용 각목을 휘둘러 개를 쫒아내고 다시 올라간다. 끝은 도무지 보이지 않고 체력은 바닥, 이제는 해도 슬슬 저물어 가고 있다. 빨리 산을 넘어가야 할텐데.

  알고보니 한참전에 본 산 능선위의 차량. 내가 가는 길이었다. 맙소사.

차 한대는 퍼져있고, 산 중턱에서 아래를 보니 까마득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도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을까. 여행 첫날. 출발 5시간도 안되어서 후회가 밀려왔다. 이건 여행이 아니라 고행이다. 난 대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가?

  확실한건 군 시절 행군하던게 차라리 훨씬 편했다. 해지기 전에 산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과 초행길에 모든것을 혼자 결심해야 하는 조건은 정신적으로도 지치게 했다.


  마침내 정상이다. 산에서 소모한 시간만 3시간 이상.

  터널이 없는 이유는 간단했다. 산 중턱이나 꼭대기에도 마을 또는 상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옛날에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에 용이한 곳이었겠지. 물론 불청객인 나의 침입을 막기에도 이만큼 용이한 곳이 없다. 정상에서 잠시 쉬며 사탕수수즙 한잔 마시고 다시 출발.

  그런데, 이만큼 올라왔으면 한참동안은 내리막이 나와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내리막은 순식간에 끝나고 마을과 함께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어느덧 어둑어둑해져 가고 있었으므로, 숙박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야간주행은 위험하고 체력적으로 더이상 가는것은 무리이다. 그리고 야영할 장소 찾는것도, 텐트 칠 힘도 없다. 무작정 눈에 띄는 근처 호텔에 가니 에어컨 없는 방 2,000루피를 요구한다. 우리 돈으로 40,000원. 아무리 피곤해도 여기서 잘 수는 없다. 더 싼 방을 물어보니 시장 근처에 싼 호텔이 있다는 것이다.


  드디어 찾아간 곳은 ADARSH 호텔. 700루피를 요구한다. 그런데 인출해 놓은 돈도 없다. 궁여지책으로 14달러에 하룻밤 묵기로 했다. 호텔 직원은 달러도 처음 보는 눈치이고, 환율도 모른다. 받기는 했으나 아마 쓸 일도 없겠지?

무슬림 주인이 운영하는 ADARSH호텔.


  녹초가 되어 꼼짝도 하기 싫었으나 다음날을 위해 염전이 되어버린 옷을 빨고, 현 위치를 확인해 보니 론니플래닛에도 안나오는 Khandala라는 작은 마을이다. 다음 마을은 Lonavla라는 곳으로 고도는 무려 625m였다. 625m! 데칸 고원 중턱이다.

  아마 산 정상은 700m 이상이겠지. 게다가 뭄바이 근처는 간척지이므로 고도가 높지도 않다. 그럼 오늘 최소 500m이상을 넘은 것이다.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첫날 주행거리 58.5km.(해외주행 누적거리 421km), 평균속도 14.5km/h. 산악주행 약 20km

  인도 자전거 여행 첫날. 신고식은 너무나 혹독했다. 그냥 기차타고 갈까? 앞으로의 계획을 심각하게 고민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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